선택의 문제

by 은예진

 퇴근 시간이 다 돼서 내가 근무하는 동물병원을 찾아온 K 씨의 얼굴은 상심에 가득 차 있었다. 송아지 버짐 치료에 쓸 연고를 고르던 그는 강소농 교육 중에 받은 전화 때문에 일할 맛을 잃었다고 한숨을 내쉰다. 무슨 일인가 물어보니 대출 신청한 게 반려되는 바람에 진행하던 일에 차질이 생겼다는 것이다.


 K 씨는 현재 40여 마리의 한우를 키우고 있다. 그는 축산 전업농가가 되려면 최소한 100마리는 키워야 한다고 보았다. 그래서 축사를 신축하고자 대출 신청을 한 것이었다. 시설자금 등을 마련하기 위한 대출이었는데 그게 막혔으니 그는 앞으로 어떻게든 돈을 마련할 요량이었다.


 다음날 나는 축산 농가인 M 씨에게 K 씨의 이야기를 하면서 지금 같은 상황에 규모를 늘리는 것이 옳은 일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자 M 씨는 절대 규모를 늘리면 안 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여러 가지 문제를 나열했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미국의 갑작스러운 비육우 사육 마리 수 증가였다. 최근 들어 미국산 건초 수급이 대단히 어려움을 겪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의 토네이도를 일으킨다는 나비효과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미국에서 쇠고기가 과잉생산되면 그 여파는 불 보듯 훤하다는 것이다.


 꿈에 부풀어 사업을 구상하고 진행하던 K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일은 그렇게 해야 하는 것만 같다. 이것저것 신경 쓰며 겁을 내다가는 결국 성장의 기회를 잃어버리고 매번 똑같은 일만 반복하는 낙오자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M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무모한 시도가 어떤 결과를 몰고 올지 겁이 덜컥 난다.


 대출이란 난관에 부딪힌 K 씨가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K 씨의 일이 내 일은 아니니 내가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도 나는 종종 내가 만약 K 씨라면 M 씨에게서 들은 이야기로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생각해 본다.


 살다 보면 선택을 해야 할 경우가 종종 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당시의 선택에 대해 후회할 수 있고 운이 정말 좋았다고 가슴을 쓸어내릴 수도 있다.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 불안 때문에 이토록 과학이 발전한 시대에도 점집들이 성황을 이루는 것 아닌가.


 지금의 결과를 가지고 과거의 선택을 따져보면 대부분 당시에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그러니 선택했다면 후회할 필요가 없다. 중요한 것은 선택 이후에 선택한 상황에 최선을 다하는 것 아닌가 싶다.


 K 씨가 다시 나오면 어떤 선택을 했는지 물어볼 것이다. 대출이 좌절된 것 때문에 규모를 늘리지 않기로 했건 다른 방법을 찾아 계획대로 100마리를 목표로 나아가기로 했건, 나는 그분의 선택이 옳다고 말해 줄 것이다. 어떤 선택을 했든지 K 씨는 최선을 다할 사람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났다.


k 씨는 반려된 대출을 다음에 다시 신청해 사육두수 백 마리의 꿈을 이루었다. 그 꿈이 이루어진 순간 한우 사육 과잉으로 인한 가격 하락이 시작됐다.


좋은 정액을 써서 사양을 높인 한우 송아지가 경매에서 오백만 원까지 받는다는 소리를 듣고 나서 뒤돌아선 순간 가격이 곤두박질쳤다. 이제 송아지와 초임 만삭 어미소를 섞어 다섯 마리를 팔았는데 천이백을 받았다는 소리가 나온다.


사룟값은 너무 올랐고 생산은 과잉인데 소비는 줄었다. k 씨는 자신이 꿈에 부풀어 있었다며 허탈한 웃음을 웃는다. 전업농이 전업농 다운 규모를 가지고 싶어 한 것이 그렇게 잘못이었을까? 판단이 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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