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별일 없지? 모쪼록 웃을 일 많은 날들이었으면 좋겠다. 어차피 살기 힘든 세상이라고 얼굴까지 찌푸리면 뭐해. 괜히 네 기분만 더 바닥날 뿐이지. 사춘기 시절의 마음으로 살아. 떨어지는 낙엽만 보아도 눈물이 차오를 때도 있겠지만 지나가는 꼬마의 코 찡긋 한 번에 괜스레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날도 있잖아.
어느 날은 사람이 미치도록 싫어 세상을 더 살아가고프지 않아진 적도 있겠지. 근데 또 되돌아보면 사람 덕분에 살고 싶어진 순간들도 은근 많았을걸? 예를 들자면 누군가 내가 좋아하는 걸 기억하고서 어디 다녀오는 김에 사 왔다며 선물을 건네준다든가, 편의점에서 나오는 길에 누군가 문을 열어줬다든가, 음식점 사장님께서 서비스라며 음료를 하나 더 주셨다든가, 내가 제일 힘들 때 손 내밀어 준 이가 있다든가, 이런 거 말이야.
우리는 힘든 기억이 많아도 좋았던 순간들을 추억하며 살아갈 힘을 얻기도 해. 물론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음에 막막해지고 답답해지는 감정을 느낄 수도 있지. 하지만 그래도. 그래도 그 기억들이 있었기에 나는 앞으로 나아갈 수가 있어. 사람은 사라져도 추억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해. 나는 나빴던 기억들로 인해 여전히 식은땀에 젖은 채 잠에서 깨어나지만 그럼에도 좋았던 기억들로 남몰래 웃음 짓는 찰나들이 있어.
배운 게 참 많아. 성장은 배움이 늘어가는 일 같아. 그리고 배우고 알게 되는 게 많아진다는 건 우리는 조금 더 조심하게 된다는 뜻인 것도 같아. 그러나 우리. 무작정 경계하거나 미워하진 말자.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면 다시 사랑이 넘치는 삶을 살게 될 수도 있어. 하필이면 사랑 많은 사람으로 태어나 그로 인하여 온갖 상처를 다 받았지만 기꺼이 사랑을 포기하진 않았으면 해. 네 사랑이 지지 않는 날이 올 거야. 분명 믿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