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취향과 습관을 안다는 것은 참으로 설레는 일이다. 또한 그 말인즉슨 두려워지기도 한다는 얘기이다. 설렘과 더불어 한 사람을 오래 관찰할 경우 그 취향이랑 습관이 고스란히 내게 배어 문득문득 본인을 통해 발견하게 된다. 예를 들자면 영화나 음악적 취향. 입맛. 옷 입는 스타일 등이 있겠으며 말을 하기 전에 뜸을 들이는 습관이나 어투. 앞머리를 쓸어넘기는 손짓. 물건을 정리하는 방식. 걸음걸이. 웃는 모양 등이 있겠다.
한차례 사람이 떠나갔다 한들 취향은 그대로 남아 오래도록 달라붙는다. 그 외 것들은 성에 차지 않아 도로 그와 비슷한 것들을 찾게 된다. 습관 역시 암만 떼어내려 해도 자꾸만 엉겨 붙는 머리카락 위 안착한 껌딱지처럼 단단히 굳어 내가 된다. 이래서 누군가를 향한 사랑은 내가 당신이 되는 것 같단 심심한 생각을 하게 한다. 나를 지나쳐간 모든 사람과 사랑이 결국엔 나를 만든단 소리이다.
어떠한 인연들을 만나왔는지에 관한 방명록스럽기도 하겠다. 그러니 나도 마찬가지로 누군가에게 깃들어 종종 흔적으로 안부를 묻고 있으려나. 이따금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