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해하지 않을 것 같이 생긴 사람이 있었다.] 첫 문장을 적어둔 채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듯한 하늘을 쳐다본다. 제로 코카콜라를 한 모금 마신다. 그러며, 누군가와의 대화 중 “콜라는 코카콜라죠”했던 멘트가 떠오른다. 만약 출간할 시 코카콜라가 진리라고 한편에 적어달라 했던 것 같은데. 책상 위엔 이틀 전 구매한 책 두 권이 펼쳐져 있다. 좀처럼 집중이 되지를 않는다. 펜을 굴린다. 아무도 해하지 않을 듯한, 무해한 사람. 그런 사람이 존재하는가?
무해한 것들을 주고 싶었다. 잔뜩 때묻은 이 세상 속에서, 내가 가진 것들 중 가장 깨끗이 맑고 순수한 것들을 전하고자 했다. 그게 잘 되지는 않았다만, 예컨대 떳떳이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들.
사랑. 발음하자니 첫음은 뾰족한데 뒤에 붙은 랑으로 인해 한껏 둥글어지는 느낌이다. 나만 그러한가. 선한 눈매를 생각한다. 언제나 웃는 얼굴로 타인을 대하는 인물을 그려본다. 남들이 부르면 어디든 군말 없이 달려가는 사람이라고 설명할까. 덧붙여 무언가 불편해하거나 필요로 하는 사람이 생길 경우 잰걸음으로 다가가 상냥하게 알려주거나 친절히 해결해 주는 사람이라고 하면 충분하려나. 게다가 항상 흐트러짐 없이 반듯한 자세와 모양새로.
물론 누군가의 이미지는 내가 만들어낸 환상일 수도 있겠다. 실제로 이 사람은 이렇지 않은데, 내가 이쪽 면만 보고서 집요하게 상상력을 부풀리다 보니 그것이 곧 그 사람이 된 것일 수도 있겠다. 누군가의 시선으로부터의 나도 피차일반일 테고 말이다. 최근 Y가 했던 말이 인상에 깊게 남았다. Y는 ‘그 사람 원래 그래’라고 단정 짓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고 했다. 누구든 한 사람을 다 알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하기야 어디서 보기론 사람은 평생 자신을 알기 위해 살아간다고 하는데, 자신도 모르는 나를 누군가가 이러쿵저러쿵하며 ‘원래’란 단어로 틀에 가둬버린다는 것이.
[네가 느끼는 기쁨을 위해 최선을 다할게.]
이젠 의미 없어진 편지 내용을 본다. 난 우리가 한때 결혼이라도 할 줄 알았다. 결코 서로를 다치게 할 리 없단 판단이 섣불렀던 건지. 그래도 잠시나마 빌려온 온기로 따뜻했다. 도로 돌려주고서 돌아섰다.
“너 웃을 때 되게 무해하단 느낌을 받아, 굉장히 순수한 그 웃음이 있어” 나는 마지막으로 당신 앞에서 웃었다. 그리고 울었다.
과연 난 당신께 무해한 사랑을 보냈을까.
당신은 행복했을까.
남들에게 유하고 다정하단 소리를 곧잘 듣는 내가,
당신께는 절반도 못 그런 것 같아 미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