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하는 데에도 외로워진다면 이건 사랑이 맞는 것인지, 당신을 향한 질문을 수차례 적었다가 지우기를 반복한다. 당신은 매일 한 발자국씩 늦었다. 생각이 많은 나를 알면서도 툭 던져놓고서 사라졌다. 또한 함께 기뻐야 할 때에 없었으며 같이 화내고 슬퍼야 할 시에도 난 덩그러니 남아, 홀로 바삐 상념에 허우적거려야 했다.
우리가 만난 계절이 지나간다. 꽃피울 때 맞이하여 점차 꽃잎이 떨어지고 단풍이 물들기 시작했다. 곧이어 앙상해지는 겨울이 찾아올 터인데 텅 빈 마음은 꾸준히 구멍의 크기를 넓혀, 이제 암만 덮어내려 해도 알맞은 뚜껑을 찾아내기 어려울 지경이다. 통화가 꺼진 복도.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몸을 기댄 채 쭈구려앉았다. 이어폰을 끼우고서 잠자코 노래를 듣는다. 좋아하는 가수의 신곡이 나왔더란다. 가사 한 줄 한 줄 전부 내 심정 같은 셈이다.
분명 어제까진
그대 맘을 찾아보려 했는데
이젠 너무 힘든 걸
그만 할래요
이젠 알아주기 싫어요
내가 예민한 게 아녜요
당신은 나를
소중하게 대하지 않고 있어요
_ 알레프 <이건 사랑과는 멀어>
센서등이 꺼지고서 비상구 안내등만이 희미한 불빛을 낸다. 감정 교류. 그 간단해 보이는 네 글자가 어려워진다. 이전부터 그랬다. 구월 첫 주쯤 적은 메모가 아래와 같다.
[몇 마디 나눠본 적 없는 사람도 날 어느 정도 파악하고 알아맞혔다. 사람들 앞에선 한없이 밝고 통통 튀는듯하나, 본래의 텐션은 어떠할지, 조용한 곳과 사람이 붐비지 않은 곳을 선호한다는 점, 내향적인 면이 은근 있다는 점, 등등. 꽤나 놀라웠다.
동그란 눈과 입을 한 채로 “와, 저 지금 감동 먹었어요”했다. 날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충분히 벅차오를 일이었다. 나란히 있던 밤공기가 달라졌다. 그러면서 문득 든 생각은, 이토록 서먹한 관계의 사람도 나를 잘 아는데. 왜 어째 가장 가까운 이는 나를 몰라도 한참 모르는가,였다.]
나는 당신을 모른다. 알만 하면 달라진다. 우리는 겨우 한걸음 가까워졌다 여길 시 두세 걸음쯤 멀어져 있었다. 서로에 대한 정보가 쌓여갈수록 더욱 모호해지는 느낌. 쓸쓸해졌다. 코를 훌쩍거렸다.
사랑이 힘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끔찍이도 공허했다. 고로 묻자면 사랑이 아닐 경우 대체 무어가 힘이 될 수 있는지, 역시나 외로워졌다.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