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염증이 심각하여 걸핏하면 문드러질듯한 꼴이에요. 이런 시기에는 당신이 나를 자주 안아주거나 잘 파악하여 옆을 지켜주었으면 해요. 하지만 그런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닐 테지요. 우리는 저마다의 일 인분을 책임지기에도 벅차고 피로하잖아요. 그 와중에 나를 끼워달라니 어찌 볼 경우 욕심이 아닐 수가 없겠네요.
그래도 당신은 내게 말 걸어주고 귀여운 장난으로 웃음 짓도록 만들어줘요. 나를 데리러 오고 나를 데려다주며 헤어질 즘엔 여러 번 더 꽉 안고서 형체가 사라질 때까지 손 흔들어주고 그래요. 이러한 게 온전한 사랑인가 생각해요. 돌아서서 잠바에 두 손을 꽂은 채 저벅저벅 잰걸음을 옮기다 보면 머릿속이 엎질러져요. 마치 정리를 미루던 서랍을 뒤져 온갖 내용물들을 다 쏟아낸 것과도 같은 상태가 되어버려요.
이유 모를 헛헛함은 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요. 당신이랑 손을 잡고 포옹을 하며 포동포동한 볼을 앙, 물고 있으면 분명 내 것인 것도 같으나 언뜻 보면 그렇지도 않아요. 괜스레 마음은 동떨어져 있는 듯한 기분이 들곤 해요. 이유를 모르겠어요.
단지, 정신 차려보니 전 애인들에게 질려 했던 행동들을 내가 그대로 재현하고 있어요. 사소한 것들에서도 질투를 느끼고 서운함을 느끼는 점이요. 그리고 이 사실을 자각할 적마다 ‘나는 그때 왜 그렇게 반응했을까’ 그들의 불만이 이해되곤 합니다. 그래도 그때도 사랑이 아녔던 건 아니었는데, 무엇이 달랐을까요?
사람은 사람으로 구원받을 수 없다고 해요. 다 똑같다고 하더군요. 그러니 ‘이번엔 다르지 않으려나’하는 거창한 기대를 품을 필요 없다고 말이에요. 아주아주 위태로운 시절에 섬광처럼 나타났던 사람이라면 모를까, 다 거기서 거기라고 해요. 결국엔 무뎌지고 무덤덤해진대요. 그럼에도 나는 한사코 믿었거든요. 분명 내게도 기적 같은 사랑이 찾아올 거라고 매일 빌었거든요. 나를 알아주고 나를 있는 그대로 안아주고 감싸줄 수 있는 사람, 손꼽아 기다렸거든요.
당신이랑 맨발로 해변을 걷고 싶어요. 발바닥으로 모래알의 감촉을 하나하나 고스란히 느끼며 휴식을 취하고 싶어요. 코고는 소리에 깨어나 가슴팍을 흔들어 깨우고서 하릴없이 새벽을 헤엄치고 싶기도 해요. 기가 막히도록 좋은 하루를 보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