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엔 속절없이 당신을 떠올려요

by 주또

아직도 의문이에요. 당신은 그때 왜 나의 불행에 대고서 더 크게 울음을 터뜨렸나요. 자신이 겪은 힘듦의 절반가량도 되지 않는 나의 일에 다 큰 어른이 그토록 거리 한복판에서 우렁차게 울어젖힐 수 있었던 건가요. 나는 그런 당신의 눈물과 콧물을 맨손으로 닦으며 ‘이 사람이 다신 나로 인해 우는 일이 없도록 해야지’ 생각했지요. 이게 내가 줄 수 있는 최선의 사랑이 되기를 바라며 성심성의껏 마음을 다하자고 다짐했지요. 하지만 얼마 안 가 우리는 이별했어요. 누구의 잘못이었나요. 내 탓이었을까요?


내 탓이었다고 단정 짓는 편이 오히려 나을듯하여 그러기로 했어요. 우리가 사랑했던 기억을 얼룩지게 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당신의 성난 음성과 굉음과 함께 부서지는 우리의 추억이 모두 가루가 되어 흩어지기를 원하지 않았거든요. 한사코 우리를, 끝까지 우리였음을 후회하고 싶지 않았는데. 홀로 남은 날엔 덩그러니 당신을 그리고 황급히 지우기를 반복했어요. 제정신이라면 당신을 더 이상 떠올리거나 그리워해서는 안 되는 노릇이었거든요.


그래도 정말로 좋았던 점은 뭐냐면요. 당신은 나를 혼자 두는 법이 없었다는 거예요. 나의 사소한 모든 면들을 빠삭하게 파악하여 ‘아 얘가 지금 이러겠지’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는 거예요. 그리고 그에 맞는 달달한 말마디들 한 스푼과 적당한 행동 한 번으로 쉬이 다루곤 했지요. 난 당신이 나를 달래는 순간이 좋았어요. 나를 빠짐없이 궁금해해주는 때가 좋았어요. 사사건건 귀찮을 법한 질문들과 능청스레 장난으로 풀어주는 분위기 등이 좋았어요.


아마 당신 같은 사람을 또 만나게 되는 건 불가능할 테지요. 내 기분이 나아질 때까지 늘어지는 사람이 또 어딨겠어요. 한 살 한 살 나이를 더 먹어갈수록 그럴 거예요. 저마다의 슬픔을 책임지기에도 벅차잖아요. 난 이제 누군가에게는 짐이 되고 싶지 않아 말 수를 줄여요. 나의 힘듦은 입 밖으로 내뱉지 않는 편이 낫겠어요. 그저 이토록 비틀거리는 감정에 엉망인 날엔 당신이 귀신같이 알고서 전화를 걸어오던 장면을 누차 되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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