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날 볼 때 좀 더 특별하게 웃어주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자면 가장 후회되는 일 1순위는 다름 아닌 네게 고백하지 않은 일이다. 여름만 오면 무진장 떠오른다. 땀방울이 송골 맺힌 네 이마와 한껏 상기된 두 볼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좋아한다는 말이 어려워서 하지 못했다. 주말마다 보고 싶어 했다고 전하지 않았다. 편지로도 적어봤는데 주변만 얼쩡거리다가 집으로 돌아와 휴지통에 골인하기 일쑤였다.
너의 모든 게 좋았고 나와 연관되지 않는 너의 전부가 미웠다. 너를 감싸안는 것들 중 난 포함되지 않아 내내 발을 동동 굴렸다. 너의 필체를 가만 들여다본 적도 있었다. 일부러 모르는 문제가 있는 척 너에게 공책을 들고 갔더란다. 차분히 설명하는 너의 나긋한 음성은 나를 시끄럽게 만들었다.
시종일관 다정할듯한 너는, 어느 누구한테나 이럴 테지, 마음이 어젯밤 버린 편지지 마냥 구깃구깃해졌다. 솔직히 누가 보아도 괜찮은 사람인 널 좋아하는 나를 자랑스레 여길 법도 했다. 내가 정말 사람 보는 눈이 있구나, 자부심을 가져도 되는 거였다. 한데 너도 나만큼이나 다른 누군가를 사랑할까 두려웠다.
서로 오고 가지 않는 사랑을, 사랑이라고 하기엔 살짝 애매했다. 앞에 꼭 ‘짝’ 혹은 ‘외’가 붙는 것이 씁쓸했다. 그렇다면 나는 과연 짝사랑이었을까, 외사랑이었을까. 너는 내가 널 사랑하는 걸 눈치채고 있었나.
너는 날 볼 때 좀 더 특별하게 웃어주었다.
그리고 이게 착각이란 걸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