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함께 좋아한다는 말을 건네고 싶었는데

그냥, 우연히 좋아졌어요.

by 주또

애정했어요. 신경이 온통 당신을 향했어요. 이러한 말들은 정말이지 낯간지럽기 짝이 없었지요. 무척이나 아꼈답니다. 한밤중에 날아온 문자 한 통에도 곧장 신발 뒤축을 꺾어신은 채, 현관문을 열고 나갈 정도로요. 싱그러운 여름 같았어요. 당신의 고집스러운 입모양마저 사계절을 앓도록 했는데요. 비 오는 날에는요. 당신 쪽으로 우산을 더 기울였거든요. 이 때문에 왼쪽 어깨가 흠뻑 젖은 일쯤은 아무것도 아녔죠.


당신과 이따금씩 주고받는 심심한 농담이 좋았고요. 작은 고민조차 심도 있는 답변을 내어주는 당신의 친절이 간지러웠어요. 밤새워 그간 있었던 엉터리 사연들을 털어놓고 싶었어요. 그런다 한들 졸린 기색 하나 없을듯했거든요. 따분한 표현이기는 하나, 세상에서 당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당신이 나를 필요로 할 순간들을 제일 먼저 눈치채고 싶어서요. 게다가 이상을 알아버린다 하여도 실망할 일은 전혀 없었어요.


남들은 간혹 의아해하더라고요. 어쩌다가 그렇게 빠져버린 거냐 묻더라고요. 글쎄요. 운명적인 사건이 있었다거나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녔거든요. 그냥, 우연히 좋아졌어요. 희한하게 끌렸던 것도 같네요. 무의식중에도 눈동자를 열심히 굴려가며 당신의 동선을 쫓았으니 말이에요. 얼굴을 마주하게 될 시엔 머릿속이 하얘지는 바람에 멍청한 소리도 자주 했던 듯해요. 심지어는 얼떨결에 고백을 해버릴 뻔한 적도 있어 종종 입을 세게 틀어막곤 했답니다.


하루는 꽃을 사려고도 했어요. 평생 관심 없던 꽃말을 검색해 보고요. 꽃집을 찾아봤어요. 꽃과 함께 좋아한다는 말을 하려고 했거든요. 하지만 그러지를 못했어요. 당신의 마음에 이미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아버렸거니와 생각처럼 단순히, 고백으로 털어낼 수 있는 가벼운 감정이 아녔거든요. 무지하게 좋아했기에 미워할 시도조차 할 수 없었어요. 무진장 어설퍼졌을 뿐이었지요.


당신을 좋아하느라 망설이고 서성였던 순간들, 아깝지 않아요. 뭐든 괜찮다며 바보인 양 굴었던 나의 모습들도 후회되지 않아요. 그저 더 빨리 내 마음을 말했더라면. 솔직하게 모든 걸 얘기했더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말이 달리 쓰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어요. 온몸에 있는 세포 하나하나가 당신에게 반응했으니까요. 이러한 감정이 흔한 건 아니잖아요.


물론 예나 지금이나 당신한테는 중요하지 않을 거예요.

내가 어떠한 마음으로 얼마나 깊이 당신을 좋아했는지,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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