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지 못한 건 평생 간다고 하더라고요.
좋아한다고 말하려다가 참았어요. 당신도 나 아닌 다른 누군가를 좋아하고 있더라고요. 마음을 억누른 채 아무렇지 않은 척했어요. 도가 틀 지경으로 태연해졌어요. 당신이 그 사람에 관한 고민을 털어놓을 땐, 나름 동요하지 않으며 성심성의껏 해결책을 제시해 줬고요. 그 사람과의 타이밍을 머뭇대는 찰나마다 등장하여 기회를 만들어줬어요.
이런 나를 보며 혀를 끌끌 찼어요. 나의 진심을 알고 있는 몇몇 친구들은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냐며 이해할 수 없단 표정을 짓곤 했어요. 나조차도 ‘왜?’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찾을 순 없었어요.
하지만 당신이 슬퍼하는 모습을 보는 게 더 가슴이 아렸어요. 차라리 당신의 웃는 얼굴을 멀찍이 지켜볼 수 있으면, 난 ‘그걸로 됐다’하며 퉁쳤어요. 당신이 그 사람에게 고백한다고 했던 밤 말이에요. 그때는 진짜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긴 했어요. 당신이 술에 취해 그 사람 이름만 연신 외쳐댈 때도 이 악물고서 견딜만했거든요. 당신이 그 사람 때문에 너무 힘들다며 이마를 짚을 때도 안쓰러워 머리를 쓰다듬어줄 뻔한 걸 겨우 관둔 정도였거든요.
한데, 더 이상은 당신을 정말 좋아하면 안 된다는 걸 깨닫게 되어 마음속 깊은 무언가가 붕괴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 사람한테 전할 말들을 정리하며. 그 사람에게 이런 식으로 얘기하면 괜찮겠지, 배시시 수줍어지는 얼굴을 보며. 응원을 해야 함이 분명한데 한편으로는 잘 안되기를 바라는 못된 심보가 스멀스멀 올라왔어요.
당신은 몰라요. 죽었다 깨어나도 이러한 내 속내를 알 턱이 없어요. 흑심보다 까만 감정으로 당신을 우정인 척해온 내 마음을 영원토록 알게 될 리 없어요. 당신의 기쁜 음성을 듣게 될까 봐, 그렇게 도와주기까지 하고선 이제 와 핸드폰을 꺼놨어요. 침대에 누워 눈을 가리고서 한참을 미동 없었어요. 내일이면 당신이 반갑지 않지만 반가운 척해야 할 소식을 들고 올 것 같아 캄캄해졌어요.
당신을 많이 아껴서 당신의 행복을 바랐지만, 결국 끝은 그 행복 안에 나는 없는 셈이네요. 난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장본인이 될 수 없었고요. 당신의 사랑을 한 뼘 얻어볼 수조차 없는 존재였어요. 당신이 나에게 어떠한 여지도 준 적 없다는 게 내심 섭섭해지기도 해요. 절대 나한테 가능성이 없을듯해서 말이에요.
어디 드라마에서 봤는데, 이루지 못한 건 평생 간다고 하더라고요. 이번 생엔 당신을 애틋해하는 데에 하루하루를 할애하도록 할게요.
나를 좋아하지 않는 당신을 매우 많이 좋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