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말띠 아이의 말말말
To.MOM
당일에 전하지 못하게 된건 아쉽게 됐지만, 어쨌든 축하한다는 말도, 선물도 없었으니 이렇게 편지라도.
편지라는걸 쓰는게 너무 오랜만이라 뭐라고 적어야 할 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인터넷에 떠도는 걸 그대로 베끼는 것보다는 번지르르한 말들을 늘어놓는 것 보다는 이 편이 나을 것 같아 부족한 글솜씨지만 나름대로의 편지를.
지금까지 커오면서, 아니 어렸을 적에는 몰랐지만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행동하고, 소비한다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게된 지금에서야 엄마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었는지 깨달았기에. (특히 주5일 매주 출근하던 것, 이걸 몇 년동안 계속하다니 보통이 아님)
앞으로 내가 얼마나 주변을 돌아볼지는 모르겠지만, 받은것에 비하면 턱없이 적겠지만, 그래도 나를 만들어준 그 모든것에 조금이라도 갚을 수 있기를 바라며. 생일 축하합니다.
By sejin
생일을 맞아 홀로 여행을 다녀왔다. 친구들을 만나고 신나게 즐기고 오느라 생일 당일에는 집에 없었다. 그리고 집에 도착한 날, 아이한테 폭풍 잔소리를 했다.
“너는 엄마 생일인데 축하한단 말도 선물도 없냐. 그러면 안돼~”
그리고 다음날 아침 일어나니 책상위에 편지 한통이 놓여져 있었다. 아마도 자발적으로 쓴 첫 편지가 아닐까? 그런데 편지지는 어디서났지? 물어봤더니 미리 문구점 가서 사왔단다. 안그래도 편지를 쓰려고 편지지까지 사다놓은 녀석한테 내가 참지 못하고 잔소리를 퍼부은 것. 항상 앞서가는게 문제다 정말.
편지를 읽자마자 웃음이 나왔다. 엄마에게 반말로 편지를 쓰는건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평소에 하지도 않는 존대말로 쓰는건 어색하다보니 모든 문장이 마무리가 안되어있었다. 참, 너답다. 그리고 내용을 읽으며 울컥했다. 다 컸구나. 이제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구나. 기특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아이가 말했다. 매일 출근하는거 너무 힘들다고. 도대체 엄마 아빠는 이걸 그 오랜시간 어떻게 하고 살았냐고. 당연하다 생각했는데 당연한게 아니었다고.
어릴때부터 끊임없이 이야기 했다. 부모가 자식에게 해주는걸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물론 내가 낳았으니 성인이 될때까지 책임을 지고 내가 할일을 하겠지만 그 부분에 있어서 우리도 포기해야 하는 것, 희생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고 이야기 해왔다. 아이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는게 옳은건지 아닌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하지만, 부모뿐만 아니라 누구든 타인을 위해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는 어느정도의 희생은 필요하다고 이야기 했다. 스스로 경험을 하니 그 이야기들이 떠올랐던 것 같다.
아이들은 말은 안하지만 ,티도 안내지만, 엄마의 말을 하나하나 다 새겨듣는다. 그리고 담아둔다. 나쁜 말이든, 좋은 말이든. 잊을거라고 생각했던 사소한 이야기 조차 다 기억하고 있다. 말 뿐만 아니라 행동들 역시 보고 배우고 담아둔다. 어느정도 철이 들면 하나 둘씩 꺼내기 시작한다. 담아두었던 서운함도 고마움도 다. 모르고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다 알고 있었다.
요즘 아이와 이야기를 하면서 생각한다. 이 아이에게 난 어떤 엄마였을까. 앞으로 어떤 것들을 더 꺼내어 표현할지 기대가 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두렵다고 피하면 안되겠지? 앞으로도 계속 아이와 이야기를 하며 그 안에서 더 나은 엄마가, 더 나은 인생선배가 되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