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행복하다 답했어
4부. 용기의 다양한 이름들
며칠 전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을 만큼 부끄러운 일이 있었다. 그래놀라와 우유로 식사를 하던 중이었다. 나는 플라스틱 그래놀라 통을 테이블 위에 세게 쿵 올려놓으면서 아이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혼을 낼 생각이었다. 그때 플라스틱 통이 내 손에서 미끄러지면서 아이의 그릇 쪽으로 굴러버렸고 식사를 하던 아이의 그릇은 굴러간 통에 부딪히며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순간 크게 당황한 나는 아이에게 “바로 치워.”라고 말하고 만 것이다. 시작은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알려준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이유가 무엇이든 방법은 분명히 잘 못 되었고 이후의 대처 방식도 최악이었다.
바닥을 치우고 있는 아이에게 쭈뼛대며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아이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엄마가 화가 난 건 아닐까 걱정했어. 그래서 일단은 가만히 있었어.” 물건을 던지며 불같이 화를 내는 엄마 때문에 겁을 먹은 아이의 표정을 보았다. 스스로가 끔찍하게 느껴졌고 실수한 것에 대해 잘 사과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답답하고 창피했다. 더불어 내가 상처를 입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말해준 아이에게 너무나 미안하고 고마웠다.
아이의 실수를 지적하려다 오히려 내가 더 큰 실수를 했던 그날처럼, 여행 중에도 실수를 마주할 때가 있었다. 트래블로지 님만 호텔에서 직원이 우리에게 실수를 한 일이다. 조식을 먹으러 갔는데, 입구에서 ‘당신들은 돈을 내지 않았으니 입장할 수 없다’고 막아 선 것이다. 영어를 정확히 알아듣지 못해도 난처한 상황임을 파악한 아이는 긴장하며 내 눈과 직원의 눈을 한 번씩 번갈아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조용한 목소리로 천천히 그 직원만 들리도록 이야기했다. “우리는 조식 비용을 다 냈고, 지금 며칠 째 매일 식사를 하고 있어요. 당신이 착오가 있는 것 같은데 확인해 보는 게 좋겠어요.” 직원은 확인을 해보겠다며 일단 들어가라고 안내했다. 그리고 그날 오후에 마주친 직원은 우리에게 달려와 알은체를 하더니, 아까는 너무 미안했다며 확인해 보니 문제가 없었다고 사과를 건넸다. 아이는 아까 저 직원에게 왜 그렇게 조용하게 말한 건지 나에게 물었다.
“저 사람이 실수한 게 분명한 상황이잖아. 큰 소리로 이야기하면 저 사람이 부끄러울 것 같아서, 그래서 작게 말했지. 저 사람 실수를 다른 사람이 다 알아서 좋을 게 없으니깐.”
아이에게 지겨울 정도로 말한다. ‘실수해도 괜찮아’, ‘실수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거야.’, ‘누구나 실수할 수 있어.’ 그런데 이 말을 스스로에게 적용하는 것은 이상하게 어렵다. 나는 여전히 실수를 한 것이 부끄럽고, 나의 실수 때문에 상대가 실망할까 봐 겁이 난다. 실수를 잘할 자신이 없다.
내가 실수에 대해 겁을 먹는 것 때문에 좋은 것은 딱 하나, 다른 사람이 실수하는 것에 관대하다는 것. 아이가 실수를 하던, 낯선 이가 나에게 실수를 하던 나는 그것을 최선을 다해 조그맣게 만들려고 한다. ‘네가 한 실수는 진짜 별거 아니야. 괜찮아.’라고 말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그나마 좋은 점이 있어서 다행인 건가?
너에게 관대하듯 나에게도 조금 더 넉넉하게 대하고 싶다. 다른 사람의 실수를 작게 만들어주는 것처럼 나의 실수도 조금은 흐린 눈으로 보고, 너무 때리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래서 지금 막 나에게 소리 내서 말했다.
“괜찮아. 실수할 수도 있어. 실수 앞에서 머뭇거리지 말고 조금 더 용기를 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