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장애 그만!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뭐가 어때 (+제주살이 이야기)
제주살이도 어느새 3주차를 지나 마지막 주에 접어들었다. 처음에는 숙소부터 먹을 곳, 그리고 갈 카페까지 정하는 데 어마어마한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단순히 장소를 정하는 문제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나는 언제 쉬고 싶어지는지, 어디에서 일하는 걸 좋아하는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휴식을 취하는지를 알아가는 데에도 꽤 오래 걸렸던 시간이었다.
여행이라는 게 무조건 맛집 투어로 채워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매 끼니를 계획적으로 맛집 리스트에 맞춰 움직였는데, 점점 맥이 빠지는 걸 느꼈다. 그리고 아무리 맛있어도 반절을 남기는 나를 보며 깨달았다. 이건 아니구나.
결국 답은 단순했다. 여기가 제주든 아니든, 내가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을 중심에 두고 결정하면 되는구나.
예전에 같이 일하던 후임 한 명이 떠올랐다. 그 친구는 전 세계를 배낭여행으로 누비고 온 경험이 많았다. 업무를 가르칠 땐 내가 선배였지만, 정작 삶을 결정하는 지혜는 그녀에게 배울 점이 많았다.
그 친구는 늘 자신이 원하는 것을 중심에 두고 결정을 내렸다. 예를 들어, 점심 메뉴를 정할 때 나는 "함께 있는 사람의 취향, 날씨, 어제 먹은 음식, 국물 혹은 매운 음식, 가성비 좋은 곳" 등 온갖 변수를 생각하며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결국 김밥이나 라면 같은 선택으로 마무리되곤 했다.
반면 그 친구는 오늘 같은 날 아구찜이 땡겼다며 간단히 말하곤 했다. 선임인 나를 의식하지 않고, 대신 "저번에 친구랑 맛있게 먹었던 아구찜 집 볶음밥이 기가 막힌다"며 설득했다. 심지어 "그 볶음밥을 제대로 즐기려면 약간 배고픈 상태에서 음악 들으며 드라이브하고, 배터지게 먹고 오자"라고 하니, 나도 그 맛을 꼭 보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었다. 결정의 단순함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새삼 느꼈다.
왜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마음껏 선택하지 못하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나는 어쩌면 스스로를 너무 못한다고 깎아내리는 습관이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사소한 선택조차 스스로에게 허락하지 못했던 내가 오늘은 조금 다르게 살아보기로 했다.
아래는 제주살이 당시에 적었던 메모 중 하나이다.
"오늘은 술 한 잔이 땡겼다. 이유는 딱히 없다. 그냥 그러고 싶었다. 그래서? 숙소 근처에서 혼술을 하기로 했다. 메뉴는 아직 모르겠지만, 오늘 만큼은 내가 먹고 싶은 대로 선택해보기로 했다. 꼭!"
제주살이는 단순히 멋진 풍경과 맛집을 찾아다니는 시간이 아니었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걸 허락하고 실천하는 방법을 배워가는 과정이었다. 오늘처럼 내 마음이 향하는 방향을 따라가 보는 날들이 쌓이면, 결국 더 나다운 내가 되어가겠지.
그런데, 여러분은 어때요? 오늘은 뭐가 하고 싶으세요? 혹시라도 "그냥" 하고 싶은 게 있다면, 그걸 따라가 보세요. 어쩌면 그 작은 선택이 내일의 우리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줄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