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여쁜 꽃망울을 쥐고 감은 눈을 떠보니
나에겐 한없이 넓었던 우리 집 앞 골목길도
미끈한 쇠 냄새나던 놀이터의 그네도
북적이던 학교 앞 떡볶이집도 다 어디로 숨었을까
영원히 내 옆에 머무를 줄 알았던 모든 게
한 줌의 재도 남기지 않고 떠난 지금
난 그저 색이 바랜 도심 속 보도블록 중 하나
먼 훗날 나의 색이 더 옅어져 부서져도
그 선명한 추억은 잊지 못할 테지요
뽀얀 고사리손 사이로 보았던
밝은 달님마저 사라진 고요한 밤
지그시 눈을 감고 회색빛 기억 속을 걷습니다
오늘도 어여쁜 꽃망울을 쥐고서
- 숨바꼭질,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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