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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고 말 것들.

by write ur mind


발자국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내가 기억하는 것은 그런 것들. 부서지는 햇살같은 것들.

어떤 순간 떠오르는 눈빛, 그 순간의 표정들, 잡은 손의 온기들, 대화 사이에 오가는 충만한 기분 같은 어떤 것.

생각해보면 모두 다 사라지고 말 것들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유난히 좋아한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말로 설명할 수도 없는 것들에 의미부여하는 사람들은. 안개처럼 사라지고 말 덧없는 것들에 마음을 준 댓가를 치루어야 할 지도 모른다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내가 마음을 준 것들이 모두 사라지고 아무것도 남지 않았음을 슬퍼할 날이 결국엔 올지도 모른다는 걸 미리 생각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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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햇살도 지고 마는 것.

그날 흔들리며 빛을 내던 꽃잎들도 떨어지고 마는 것.

기억은 기억일 뿐, 지나가면 그만인 것이라는 사실,

함께였던 무언가가 허망하게 사라지고 나 혼자 덩그러니 남아있기도 한다는 것....

그런 일들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미리 해야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간해서 익숙해지기는 쉽지 않다. 덧없음을 받아들이는 일이나, 그저 한 때의 꿈같은 하루하루의 기억들에 마음을 주는 나를 안타까워하지 않는 것은. 겉으로는 정말 단단한 어른인 것처럼 살고 있다고해도 어딘가 내 약한 구석을 툭. 건드리곤 한다.


그래도 괜찮아.

허망하고 부질없는 일들에 쏟아둔 내 마음은 어딘가에 남아 사라지지 않을거야.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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