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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하는 뇌는 왜 운동을 원하는가

운동은 몸이 아니라 두뇌를 위한 것

by 효문

평생 운동과 담쌓고 살아온 사람이라 하더라도 안데르스 한센의 <집중하는 뇌는 왜 운동을 원하는가>를 읽고 나면 당장 운동화를 사고, 헬스클럽에 등록할지도 모르겠다. 처음부터 끝까지 마치 세뇌라도 시키는 것처럼, 운동이 우리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각도로 설명하고 있다. 마치 '이래도 운동 안할래?'라고 말하는 것 같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 우울증이나 ADHD를 치료하기 위해서 혹은 집중력과 기억력을 높이기 위해서 우리는 많은 노력을 한다. 상담을 받고, 영양제를 먹고, 십자말을 푼다. 그런데 저자는 말한다. 운동부터 하라고. 운동은 아무런 부작용이 없는 가장 저렴하고도 가장 효과적인 처방이라는 것이다. 어떤 운동을 어디서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냥 하면 된다.


나이 덕분이 아니라
운동 덕분이었다

세상에는 내 뜻대로 되는 일보다 안 되는 일이 훨씬 더 많다. 당연히 스트레스받을 일도 많다. 그런데 언젠가부터였을까? '그럴 수 있지' 다소 덤덤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나이의 힘인 줄 알았다. '이런 게 나이 드는 거라면, 꽤 괜찮은데...'라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알았다. '나이'의 힘이 아니라 '운동'의 힘이었다는 걸. 1분 달리고도 헉헉 거리는 하찮은 몸을 가지고 30분을 달릴 수 있는 몸을 만들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다. '비가 오니까, 더우니까, 추우니까, 컨디션이 안 좋으니까...' 내 안에서 일어나는 오만가지 핑계를 이겨내고 운동을 계속하는 건 운동 후에 찾아오는 개운함과 오늘도 했다는 소소한 성취감 때문이다.


저자는 말한다. 운동을 시작하면 도파민이 증가하고 몇 시간 동안 그 상태가 계속된다고. 그래서 운동 뒤에는 집중력이 높아지고 차분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고. (아무래도 운동을 아침에 해야 할 모양이다. 기껏 운동해서 집중력을 높여두고 잠자리에 들면 너무 아까우니 말이다.)

언제 하든, 어디서 하든, 어떤 운동을 하든, 운동을 하면 효과는 나타난다고 것이다. 즉각적으로 또 장기적으로! 즉각 집중력과 의사결정 능력이 개선될 뿐만 아니라 몇 달간 꾸준히 운동을 하면 기억력이 좋아지고, 노화로 인한 뇌 기능 저하까지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중 과학 문헌에서는 이 GABA 세포를 가리켜 ‘유모 뉴런(nanny neuron)’이라 부르기도 한다. 다른 어린 뇌세포를 달래서 진정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유모 뉴런이 세포들을 진정시키는 덕분에 뇌는 전체적으로 안정을 되찾는다. 유모 뉴런은 운동할 때 생겨나 뇌의 활동을 효과적으로 억제한다. 그렇다면 이 유모 뉴런은 어디에서 생길까? 동물 실험 결과 유모 뉴런은 주로 해마에서 생성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가 성인이 된 이후 머릿속 해마는 1년에 1% 정도 줄어든다. 해마는 기억을 저장하고 학습을 담당하는 뇌 영역으로,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집중력이 떨어지고 깜빡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운동은 해마의 기능을 활성화하고 그 부피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60대 이상 성인 12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규칙적으로 걷기 운동을 한 그룹은 1년 후 해마의 부피가 유지되거나 증가했으나, 운동을 하지 않은 그룹은 해마가 평균적으로 감소했다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이는 운동이 노화로 인한 기억력 감퇴를 늦추고 심지어 역전시킬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해마는 매년 1% 줄어들지만
운동을 하면 2% 늘어날 수도 있다

우리는 뇌는 끊임없이 변한다. 오래된 세포는 사라지고 새로운 세포는 생성되고, 세포 간 연결들은 끊어졌다가 다시 만들어진다. 그래서 어제의 뇌와 오늘의 뇌는 다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운동을 통해서 얼마든지 더 좋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슬프게도 사람의 뇌는 25세 전후에 가장 크고 이후부터는 해마다 조금씩 작아진다고 한다. 특히 사람의 엄지손가락만 하고 바다 생물 해마를 닮은 기억 중추 '해마'는 매년 약 1퍼센트 줄어들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기억력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해마는 줄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2퍼센트 커졌다고 한다.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 뇌유래 신경영양인자)는 뇌세포를 보호할 뿐 아니라 새로운 뇌세포의 생성에 관여하고 이 새로운 세포가 취약한 초기 단계를 무사히 거쳐 성장하도록 돕는다. 그리고 학습과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세포 간 연결을 강화하며, 뇌의 가소성을 높이고 뇌세포 노화를 늦추는 역할도 한다. (...) BDNF의 이로운 기능은 한둘이 아니다. 한마디로 BDNF는 뇌에 주는 천연 비료와도 같다. 아동기나 성인기, 노년기 할 것 없이 뇌 건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적의 물질이라고 할 수 있는 BDNF는 주로 대뇌피질과 해마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이다. 운동을 하면 해마 세포에서 BDNF가 다량 분비되고, 뇌세포 사이의 연결을 강화한다고 한다. 결국 운동을 하면 나이 들어도 깜빡깜빡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바나 초원에서 살고 있는 두뇌

불과 수십 년 사이 세상은 너무나 많이 달라졌다. 집에 누워서 손가락만 누르면 쇼핑도 할 수 있고, 음식도 배달시킬 수 있다. 번거롭게 몸을 움직일 이유가 없다. 문제는 우리의 뇌는 여전히 '수렵 채집인 시절'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이다. 수백만 년 동안 인류는 먹을 것을 구하고 쉴 곳을 찾고 생존하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며 신체 활동을 했다. 다시 말해서 뇌는 '움직임'에 적합하도록 진화했다. 그래서 우리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뇌에서 보상 물질이 만들어지고, 뇌도 몸도 더 좋은 방향으로 달라진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는 몸을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살고 있지만, 건강한 두뇌를 원한다면 계속 몸을 움직이면서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운동이 두뇌에 미치는 영향을 시시콜콜 설명한 후, 각 장의 말미에 불안과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나 기억력을 키워줄 수 있는 '운동 처방전'을 제시하고 있지만 일일이 처방전을 찾아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냥 일주에 세 번 이상, 30분 정도 심박수를 높이는 달리기 같은 유산소 운동을 하면 되니까. (걷기가 효과가 없다거나 웨이트가 필요없다는 뜻은 아니다. 걷기보다는 달리기가 더 효과가 좋다는 뜻이고, 유산소 운동과 웨이트를 병행하면 더 좋다는 뜻이다.) 단 꾸준히 할 때 운동효과가 제대로 나타난다는 점은 반드시 기억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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