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보는 키우고, 욕심보는 줄이고

엄마가 전해주는 삶의 지혜 9

by 효문

이집트 다합으로 여행을 갔을 때, 우리는 스쿠버다이빙을 배우느라 열흘 정도를 머물렀다. 오전에는 강습을 받고, 늦은 오후에는 해변에 앉아 석류주스를 마시거나 소소한 쇼핑을 즐기거나 동네를 산책했다. 기념품 가게가 즐비한 거리를 지날 때면 나는 늘 호객꾼들의 사냥감이 되곤 했다. 웃음 때문이었다. 그들은 웃는 얼굴로 다가와 가게를 구경할 것을 권했고, 나는 웃는 얼굴로 거절했지만 그들은 나의 거절을 거절하고 가게 안으로 이끌었다. 웃음 띈 얼굴로 하는 거절은 별 힘을 지니지 못했다. 그들은 나에게 전통의상을 보여주기도 하고, 히잡을 둘러주기도 하면서 몇 번씩 엄지 척을 해 보였다. 그렇게 한바탕 요란을 떨었지지만 나는 거의 대부분 빈손으로 나왔고, 우리는 웃으며 손을 흔들고 헤어졌다. 다음 날 그 길을 다시 지나면 또 비슷한 일이 반복됐고, 우리는 그 여정을 즐겼다. 하루는 혼자 구경을 나갔던 딸이 숙소로 돌아오더니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사람들은 왜 엄마만 좋아해?"

"..."

"내가 혼자 가니까 아무도 보고 가라고 안 해"

"당연하지. 애가 돈이 어딨어"

"아..."


굳이 이유를 하나 더 찾자면 '표정'의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그때 딸은 중2였다. 삐딱한 말과 삐딱한 표정으로 대한민국의 안보를 지키는 이들이 중2. 이마에 중2라고 써붙인 것도 아니고, 이집트인들이 한국의 중2병을 알리도 없지만 '웃음기 없는 무뚝뚝한 표정'을 짓고 있으면 사람들은 쉬이 다가서지 못한다. 반면 일을 내려놓고 이국땅에서 하루하루가 즐거웠던 내 얼굴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고, 그 웃음은 호객꾼을 불러들였다.



오직 사람만이 웃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 가운데 하나가 '웃음'인 것은 분명하다. 그것도 여러 가지 기능을 탑재한 무기. 첫째 '만병통치' 기능이다. 웃으면 면역기능이 높아지고, 암과 세균을 처리하는 NK세포가 증가하고, 폐 구석구석까지 산소와 혈액 공급이 원활해진다고 한다. 아무런 부작용이 없는 공짜약이다. 둘째 '만능열쇠' 기능이다. 웃는 얼굴로 다가와 인사하면 쉽게 호감이 생긴다. 웃는 얼굴로 다가와 부탁하면 쉽게 거절하지 못한다. 굳게 닫혀 있는 상대방의 마음을 가장 손쉽게 열 수 있다. 셋째 '회복' 기능이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웃으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 어떤 보양식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기능을 갖추고 있어도 주인이 쓰지 않으면 소용없다. 우리 몸속에는 '욕심보'도 있고 '울음보'도 있고 '웃음보'도 있다. 웃음보는 쪼그라들고 욕심보만 커지는 어른이 되어서는 안 된다. 반대가 되어야 한다. 욕심은 채워서 만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줄여서 만족시키는 것이니 욕심보는 줄여야 하고, 실연과 실패, 배신을 겪으면서도 희망과 사랑을 잃지 않아야 하는 것이 인생이니 웃음보는 키워가야 한다. 그리고 내가 웃음을 잃지 않는 이상 세상은 나에게 등을 돌리지 않는다.


웃어라! 세상도 그대와 함께 웃을 것이다.
- 엘라 휠러 윌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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