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살던 아파트나, 중고등학교를 가기 위한 언덕들이 너무 싫었다. 어릴 때 내가 살고 싶었던 동네는 동부이촌동이었다. 부촌이라서가 아니라 온통 평지인 점이 부러웠기 때문이다.
주위에서 등산 간다고 하면, '어차피 내려올텐데 왜 굳이 올라가냐,' '위로 올라가지 않고 평지를 걸어도 되는게 아니냐?'라는 말을 던지곤 했었다.
그런데 요즘 나는 주말 오전에 너무 피곤하지 않은 체력 상태거나, 큰 뒤에 일정이 없다면 산을 가보려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그랬던 등산이 점점 익숙해졌다.
20년 작년 부터 점점 등산이 익숙해졌던 것 같다. 작년이 잘 기억나진 않지만, 10월 말 제주도에서 나는 혼자 한라산을 올랐다. 코로나가 좀 심해지기 전에 관악산도 두어번 올랐고. 재택근무하며 퇴근 후에는 집 근처에 남산을 주1~2회 갔다.(남산은 등산은 아니지만, 평지는 아니니 포함시켰다.)
21년 올해 벌써 등산을 5번을 갔다. 엄마아빠랑 설 연휴에 파주 심악산, 대학교 동기 언니랑 북한산을 두번(시간 관계 상 짧게 왕복 2시간 정도로만 올랐다.) 대학교 동기 후배랑 청계산, 심지어 혼자서 북한산 다른 코스도 갔었다. (혼자서는 자의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등산 메이트가 잠들어서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혼자 올라간 것이긴 하다.)
등산이 어떤 장점이 있어서, 자주 하게 되는 걸까?
같이 올라간 언니랑 후배랑 이야기랑도 이야기를 해보았는데, 공통적으로 나오는 이야기가 있었다.
첫 째, 성취감이 있다.
정상 혹은 봉우리를 목적지로 찍고 가니까 무언가를 완수했는다 느낌이 든다.
둘 째, 물리적, 심리적 거리가 생긴다.
산은 일, 공부 등과 거리 아무 관계 없는 곳이다. 일상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서 숨쉴 수 있는 공간이라서 거리감을 확보할 수 있다.
셋 째, 비교하지 않아도 된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 많은 사람에 치이는데 등산은 오로지 앞만 보고 주위 신경 쓸 일 없이 오르기만 하면 된다. 빨리 가는 사람을 신경 쓸 필요도 없이 각자만의 속도로 오르면 된다. 비교에서 벗어나서 내 페이스로 움직일 수 있다.
넷 째, 건강과 다이어트를 위한 하나의 운동이다.
일상생활에서 홈트, 요가, 필라테스, 헬스, Pt 등등 운동 선택지는 다양하지만 실내 공간에서 하는 운동이 대부분이고, 도시 러닝은 공기가 깨끗하진 않아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서 운동하기에 등산이 적합하다.
다섯 째, 새벽에 나오기 때문에 상쾌함과 시간 관리가 가능하다.
주로 7시 정도 등산을 시작했다. 그래서 새벽에 움직일 때 졸려도 나왔을 때의 상쾌함이 엄청난 쾌감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오전 혹은 오후 일정 상 등산 시간은 평균적으로 2시간 내외로 잡고 움직였기 때문에 때문에 집에 와서 씻어도 오후12시 일정부터 바로 소화할 수 있어서 뿌듯함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 세 번째, 다섯 번째 이유가 장점으로 와닿는다.
나는 정상에 가지 않아도 아침에 움직였다는 것에 가점을 주기 때문에 정상을 오르기위해 노력하나 시간 관계 상 못 가도 받아들인다. 그리고 하루 종일 등산에 시간을 쏟을 정도가 아니라서 그럴 수 도 있다. 참고로 적당히 내 일상에 큰 영향이 없이 활동량을 소비할 수 있는 정도로만 등산 코스를 짠다. 아침부터 오후에 내려오는 이벤트로 등산을 보는 것이 아니라 아닌 새벽에 빨리 움직여서 올라갔다가 바로 9시 10시면 내려오는 정도로 보고 코스를 짠다. 그래서 등산이 다이어트 방법으로 안 하는 것 보다는 낫겠지만,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매일 오르는 것도 아니니 활동성에 의미를 두고 있다.
장점이 있다고 해도 다른 운동도 있는데, 등산의 재미가 있었진 이유가 있을까?
위에서 언급했던 장점 중 두,세 번째 이유가 등산의 재미라고 생각한다.
내가 먼저 골랐던 다섯 번째 장점은 꼭 등산이 아니더라도 아침러닝 , 아침헬스, 아침 pt 수업 등으로 대체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두세 번째 이유는 등산만이 충족시켜주는 것 같다. 일 혹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일상이 버거워지는 경우가 빈번해지면, 물리적, 심리적으로 벗어날 수 있는 공간인 산을 좋아하게 되고, 등산을 가게 되는 것 같다. 등산은 내가 머물고 있는 라이프와 공간에서 잠시 동안의 일탈이 부담과 스트레스를 내릴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비록 물리적으로 내 과제 , 업무, 부담 등이 등산으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해도 감정적 스트레스 해소를 도와주는 것 같다.
정말 언덕, 산이 너무 싫었던 나였지만, 위와 같은 이유들로 점점 산을 찾고 있다.
확실히 나이 탓인가, 화려한 등산복과 등산 스틱, 등산 가방, 등산화를 소중하게 다루면서 뭔가 자신감 있게 등산하시는 어른, 어르신들의 산 사랑을 전보다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 가까이는 우리 아빠가 있다. 어릴 때 그렇게 산에 가자고 하면 한 번을 따라가지 않았는데, 이제는 엄마 아빠랑 시간 보내기도 어렵고 혹은 시간이 있다고 해도 서로 토크 주제가 워낙 다르니 산에 오르는게 시간을 보내는 좋은 방법이 되는 것 같다. 이번 설에 엄마 아빠랑 다녀왔는데, 날이 좋아지니 다시 한 번 같이 다녀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