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를 살짝만 돌아보고 하반기를 시작하면서 많이 '잘 할 의지가 없다' 라는 태도에 대해서 고심해보았다. 올해 나의 상반기를 돌아보니 '잘 할 의지가 없다'는 태도로 임한 것들이 마음도 편하고, 결과도 꽤 잘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상반기에 크로스핏을 시작하면서 나는 분명 잘 할 생각이 없이, 경험해본다는 태도로 시작했다. 그냥 가는게 어디야, 매달려보는게 어디야, 상체 근육을 움직여 보는게 어디야, 하는 마음으로 크로스핏을 등록했다. 물론 많이 무게를 못 들고, 파트너에게 시간을 지체하게 해서 불편함을 줄까봐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남들보다 가볍게 무게를 든다고, 풀업이나 토투바와 같은 동작을 못한다고 단 1도 속상하지 않았다. 못 하는게 당연하지, 지금 하고 있는게 어디냐는 마음 뿐이었고, 조금씩 동작에 익숙해졌을 때 나는 그저 신났다.' 어 왜 좀 더 빨리 안늘지' 라는 생각이 아니라, '와 나 대단하다. 풀업 밴드도 3개에서 1개가 되다니, 너무 잘하는데?!'라는 생각이었다. 맨손 풀업을 하는 사람도 있고, 말랐지만 힘있는 여자 분도 많았지만 전혀 위압감을 느끼지 않았다. 오직 나만 보고, 충분히 좋다. 만족스럽다는 생각 뿐이었다. 아주 다행히 운동 신경이 있는 편이라서, 수업(와드)을 체력적으로 못 따라갈 정도는 아니었던 것도 운이 좋았던 것 같다. 그래서 할 만한 수준이라서 긍정적인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게 아닐까. 만약 가서 1도 못 하고 맨날 힘들어서 벅찬 수준으로 운동하는 곳이었다면 조금 달랐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긴하다.
드럼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음악에 젬병인 사람이다. 음악 자체에 아예 재능이 없달까. 뭐 어쩔 수 없다. 그러다 타악기는 좀 다루고 싶은 마음에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올해 우연히 동선과 수업 시간이 나한테 잘 맞는 곳이 있어서 등록했었다. 4개월 정도 되었는데, 나는 처음 부터 기대가 1도 없었다. '오 치고 있네' 라는 생각이었고, 누군가 나에게 어떤 곡을 치고 싶냐고 물었는데, 나의 대답은 '없는데?'였다. 뭔가 목표도 기대가 아예 없이 그냥 하는 것 자체가 , 새로운 걸 시작한 것 자체를 스스로 충분하게 느꼈다. 계속 미루고 있던 to do list를 지워내는 느낌이 좋았달까. 그리고 생각보다 내가 그렇게 못 따라간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일주일에 한 번 달랑 30분 좀 뚝딱이는데, 악보도 읽고 비트에 맞춰서 뭔가 치고 있다는게 충분하다는 생각이었다. 오 이게 또 쌓이니까 8박, 16박도 쳐보고, 곧 곡을 나가겠네 싶으니까, 시간의 복리의 힘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회사에서 가볍게 요가 소모임을 연 것도 동일한 맥락이었다. 아 사람이 없어서 망해도,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으니까 뭐 혼자라고 일주일에 한 번 점심에 요가 수련하자. 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이것도 아주 다행히 알고 있던 한 두명이 시작하라고 용기를 주면서, 같이 수련하자고 했다. 그러더니 열 명 남짓 조금씩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무섭다고 아무것도 안 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인데, 망해도 되고, 잘 할 생각을 내리니까 뭔가 더 잘 되는 느낌이 들었다.
오히려 오랫동안 요가 수업, 독서모임 운영을 훨씬 더 잘해보려고 임했을 때는, 스스로 결과가 부족하다고 속상해하고 자책하면서 힘들어 하고 자존감이 낮아지기도 했던 것 같다. 성격 상 대충하는 것을 지양하고, 이왕 하는 거 잘하려고 하는 편인데, 올해 상반기 일련의 일들을 보다보니까, 그냥 망해도 괜찮지, 뭐 어떠냐, 잘 할 의지가 없다. 잘 하면 땡큐, 안 해보고 후회하는 것보다 낫지. 라는 태도로 임한 것들은 그 과정에서 나도 마음이 편하고, 결과도 생각보다 좋다는 걸 느꼈다.
비단 태도만이 영향을 준 건 아닐꺼다. 운 좋게 크로스핏도, 드럼도 내가 생각보다 따라 할 만한 정도이기도 했고, 요가 소모임도 아예 혼자 시작한다기 보다는 한 두명 주위 사람들이 있었던 것 등 다른 운이 좋았던 요소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항상 잘하려고 하기보다는, 기대를 내리고 잘 할 생각을 버리는 태도가 적절할 때도(?), 더 좋을 수도 있다는 걸 느꼈던 것 같다.
뭐 굳이 잘 하려고 하는가, 대충해도, 하기만 하면 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과 함께 하반기를 긍정적으로 살아봐야겠다. (이 생각이 얼마 안가서 꺾이지 않길 바래본다!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