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시간. 너. 12화

지뢰찾기 게임

by 지은

(2020. 10. 13 18:18)

완벽주의를

내려놔야하는 때가 온 것 같다.


항상 내 인생은

반짝반짝 윤이나는,

일절의 흠집을 용납할 수 없는

완전하고도 무결한

상태여야만 한다라고

집착하는 어떤 고집같은게

'자부심'이라는 형태로

나를 구성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인생은 길고

아무리 여태까지 흠결없는 상태로 지켜내었다한들

이 상태로 언제까지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것은 그러니까 멈춰있는 상태,

즉 도태를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르니까.


지뢰찾기 게임 같다고 생각한다.

마우스 오른쪽 키를 누르면

빨간 깃발이 세워져서,

폭탄이 있는 곳에 빨간 깃발이 있으면

폭탄이 제거되는 게임이었던 것 같은데


폭탄을 전부 제거하고싶은 욕심에

지뢰찾기의 판을 전부 빨간색 깃발로 채우면

게임이 안된다.


결국 깃발을 하나씩 제거해가며

지뢰를 터뜨릴 때까지

회색의 네모판을 눌러가다

지뢰를 만나야지만

게임이 끝난다.


내 인생은 마치

빨간색 깃발로 발디딜 틈 없이

가득 채워져있는 모양 같다.

그냥 그 상태로 멈춰버린 게임판 같다.


'안된다'

이 말에 왜이렇게 맹목적이었을까.

그것이 나를 무난한 길로 이끌어주었음은

분명 사실일테지만

인생은 안전하게만 흐를 수 없는 종류의 것 같다.

시간은 흘렀지만

역사는 아무것도

이루어진 것이 없다.

항상 신경이 곤두서서

무엇을 향하는지도 모를

두려움과 무서움에 쫓겨서

왜그렇게 강박적으로 열심히 열심히만 살아왔는지.


극도의 안전한 길만을 택해왔기 때문에

어쩌면 나는 받을 수 있는 복도

많이 놓쳐왔는지도 모르겠다 ...


뭐가 바뀐건 아니지만 그래도

완벽한 나를 내려놓고

허술한 나를 받아들이기로 마음먹는데에서

음 역시 아직 좀 거부감이 들지만 아무튼

일단 시작을 했으니까.


앞으로의 인생은

아마도 지뢰밭이겠지만

그래도 뭔가

역사가 이루어져가는

신나는 인생이

되어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조금 품어본다


keyword
이전 11화선입견과 트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