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은 Oct 09. 2024

지뢰찾기 게임

제1장_나와의 대화

(2020. 10. 13 18:18)

완벽주의를

내려놔야하는 때가 온 것 같다.


항상 내 인생은 

반짝반짝 윤이나는,

일절의 흠집을 용납할 수 없는

완전하고도 무결한

상태여야만 한다라고

집착하는 어떤 고집같은게

'자부심'이라는 형태로

나를 구성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인생은 길고

아무리 여태까지 흠결없는 상태로 지켜내었다한들

이 상태로 언제까지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것은 그러니까 멈춰있는 상태, 

즉 도태를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르니까.


지뢰찾기 게임 같다고 생각한다.

마우스 오른쪽 키를 누르면

빨간 깃발이 세워져서,

폭탄이 있는 곳에 빨간 깃발이 있으면

폭탄이 제거되는 게임이었던 것 같은데


폭탄을 전부 제거하고싶은 욕심에

지뢰찾기의 판을 전부 빨간색 깃발로 채우면

게임이 안된다.


결국 깃발을 하나씩 제거해가며 

지뢰를 터뜨릴 때까지 

회색의 네모판을 눌러가다

지뢰를 만나야지만

게임이 끝난다.


내 인생은 마치

빨간색 깃발로 발디딜 틈 없이 

가득 채워져있는 모양 같다.

그냥 그 상태로 멈춰버린 게임판 같다.


'안된다'

이 말에 왜이렇게 맹목적이었을까.

그것이 나를 무난한 길로 이끌어주었음은

분명 사실일테지만

인생은 안전하게만 흐를 수 없는 종류의 것 같다.

시간은 흘렀지만

역사는 아무것도

이루어진 것이 없다.

항상 신경이 곤두서서 

무엇을 향하는지도 모를

두려움과 무서움에 쫓겨서

왜그렇게 강박적으로 열심히 열심히만 살아왔는지.


극도의 안전한 길만을 택해왔기 때문에

어쩌면 나는 받을 수 있는 복도

많이 놓쳐왔는지도 모르겠다 ... 


뭐가 바뀐건 아니지만 그래도

완벽한 나를 내려놓고

허술한 나를 받아들이기로 마음먹는데에서

음 역시 아직 좀 거부감이 들지만 아무튼

일단 시작을 했으니까.


앞으로의 인생은 

아마도 지뢰밭이겠지만

그래도 뭔가

역사가 이루어져가는 

신나는 인생이

되어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조금 품어본다


작가의 이전글 우리는 중간에서 만나야만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