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빗 라이프, 난임/체외수정/난자기증에 대하여

타마라 젠킨스 감독. 프라이빗 라이프

by 백승권






난임은 복잡한 문제다. 47세 남성과 41세 여성으로 이뤄진 부부에겐 더욱 그렇다. 예를 들면, 임신을 위해 여성을 차가운 수술대 위에서 시종일관 다리를 벌려야 하고, 남자는 병원 한켠에서 포르노 영상을 보며 강제 자위행위를 통해 정액을 배출 후 컵에 담아 제출해야 한다. 수정이 이뤄질 때까지. 남자의 정액에 정자가 없는 경우도 있고 여성의 신체 컨디션이 임신에 최적화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 비용, 시간, 인내, 서류, 절차, 진료, 이물감, 난감함, 수치심, 번거로움, 억지 희망, 간절함, 짜증, 한계, 실패, 재시도, 실패, 재시도, 실패, 절망, 포기 직전, 싸움, 침묵, 위기, 자포자기, 재시도, 실패, 재시도, 실패... 난임 센터에 대기자는 많고 벽엔 아기 사진이 붙어 있으며 그중 누군가는 임신과 출산에 마침내 성공하고, 적잖은 부부는 웃지 못한다. 리차드(폴 지어마티)와 레이첼(캐서린 한) 부부도 그랬다. 오랫동안 웃지 못했다. 웃어도, 웃는 게 아니었다.


입양도 알아봤지만 어려웠다. 친생부모가 약속된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난자 기증자를 고려했다. 레이첼은 격분한다. 이건 사전에 이미 하지 않기로 이야기되어 있었다. 다른 여성의 난자와 남편 리차드의 정자를 통해 수정된 배아를 아내 레이첼의 뱃속에서 키우는 것. 이 경우 아기에게 레이첼의 유전자는 전달될 수 없었다. 레이첼에게 바라던 임신이 아니었다. 하지만 고려해야 했다. 여전히 새 생명을 간절히 원한다면. 시장에는 우수한 유전자를 자랑하는 난자 기증자들이 많았다. 동네 사람도 있었다. 이웃의 난자라면 좀 더 편할까. 레이첼이 편할리 없었다. 레이첼이 난자 기증자 리스트의 학력과 커리어를 살피는 동안 리차드는 어리고 귀여운 외모를 찾고 있었다. 둘 다 이 시도의 중요함을 잘 알고 있었다. 큰 비용이 드는 절박한 시도였다. 그러던 중 새디(캐일리 카터)가 등장한다. 리차드의 배다른 형제 찰리(존 캐럴 린치)의 딸. 이루 말할 수 없이 복잡하다. 새디는 레이첼과 리차드 부부처럼 작가 지망생이고 어리며 건강하다. 레이첼은 보다 가까운 이가 난자 기증자이길 바라고 있었고 새디는 적임자였다. 평소 레이첼 리차드 부부를 선망하던 새디는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인다. 새디의 엄마, 신시아(몰리 섀넌)는 반대한다. 사정도 알고 선의도 중요하지만 자기 딸에게 이런 제안을 반기는 부모는 드물다. 하지만 막지 못한다. 난자 기증 절차가 시작된다, 검사, 검사, 검사, 주사, 주사, 주사... 가까운 사이라고 정자와 난자 사이까지 가까워지긴 쉽지 않다. 과정은 길고 복잡하고 새디는 헌신적이지만 충동적이기도 했으며 행복하지만 그렇지 않은 과정도 많았다. 세 사람이 임신으로 가는 길은 멀고 멀었다.


프라이빗 라이프는 마블 히어로들이 지구를 구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시청자들에게 동일한 공감대를 전하기 힘든 이야기다. 난임 과정을 바라보며 느껴지는 감정은 경험자와 비경험자가 극명하게 다를 수밖에 없다. 당사자들이 겪는 진실은 비경험자들에겐 아... 저렇구나... 저렇게 힘들구나... 우리도 저러면 어떡하지... 최대한 자연 임신해야겠다.... 임신하려면 하루라도 어릴 때 해야겠네... 이럴 수 있겠지만, 경험자들에겐 온갖 주마등이 다 지나갈 것이다. 입 밖으로 꺼내기엔 너무 고통스럽고 끔찍하며 힘들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겪는 모두가 새 생명을 얻는 기쁨에 다다르는 것도 아니다. 결혼도 결혼 나름의 과정과 고난이 있지만 임신은 보다 더 내밀하고 전문적이며 다층적이고 다변적이다. 말과 글로 정리할 새도 없이 선택과 결정, 기다림과 실망이 들이닥친다. 아기는 마음을 다해 빈다고 오지 않는다. 거대한 불법 시장이 형성된 건 수요에 얽히고 결집된 이런 에피소드들이 기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오디션 프로그램과도 비슷하다. 전력과 영혼을 다해 쥐어짜서 도전한들 떨어진다. 다음 기회에는 그 이상의 에너지가 요구될 것이다. 레이첼과 리차드에게도 그랬다. 그들의 부부싸움은 시작도 끝도 정해져 있었다. 이해하지만 어쩔 수 없고 노력했지만 실현되지 않았으며 사랑하지만 아기는 생기지 않았으니까. 동맹은 거대한 위기를 겪는다. 침몰하지 않기 위해 물을 퍼 나른다고 파도를 멈출 수는 없다. 합의된 지점에 다다를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싸움도, 절망도. 비경험자는 모른다. 위로와 공감은 늘 통하는 게 아니다.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



keyword
이전 10화마더, 자식의 몸통을 파먹는 어미의 삶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