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내 소원에 더 이상
귀 기울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순간을 어떻게 잊겠어요.
늦어도 너무 늦었죠.
내일이 오는 게 너무 싫습니다.
다른 사람은 나보다 더 싫겠지
라는 생각으로 비참하게 버티고 있는
자신이 너무 가증스러워요.
타인의 더 큰 불행을 상상하며
내 지옥의 온도가 더 견딜만하다고
위로받는 삶이라니.
당신에게 귀엽게 빌던 것들을
적었던 메모장을 뒤적이다가
몇 줄을 읽고 한참을 그대로 있었습니다.
그래, 지금보다 좋은 날이 있었지.
사랑이 관계의 가장 마지막 빈칸에
채울 수 있는 단어라고 한다면
사랑한다 말하지 않아도
사랑으로 가득 채워졌던 날들이 있었어.
24시간 내내 하트 모양의 폭죽으로
우주를 연기로 물들이지 않아도
들리지도 않는 몇 마디 말만으로도
며칠을 볼이 가득하게 웃으며 지낼 수 있었던
그런 날들이 있었잖아요. 있었어요.
똑똑한 척은 하고 싶어서
앞날을 아는 척했었죠.
해와 별만 반짝거리지는 않을 거라고.
그때는 지금처럼 지상의 모든 불이 꺼진
갯벌에 빠져 발버둥 치다가 얼굴까지 잠기며
밀려오는 바닷물이 입과 코에 들어갈 줄 몰랐잖아요.
기적을 겪으면 다음 기적을 기다리는
오만의 대가를 치르고 있고
어떤 소원을 빌었든 보이지 않는
세계를 관리하는 자에게
전혀 검토되지 않았구나 라는 확신이
너무 늦게 도착했고
아무리 털어도 어리석음의
먼지는 깨끗해질 줄 모르고
의도적으로 버려진 건지
처음부터 원래 혼자였던 건지
혼잣말을 너무 많이 하다 보니 이제는
혼자에게 좀 더 매너와 태도와 표현과
겸양을 갖추게 되고.
시간이 흐르는 질감이 이토록
거칠고 무겁게 느껴질 줄이야.
어서 내가 모르는 타인들이
더 불행하다는 상상을 확신이 들 정도로
리얼한 묘사와 함께 주입해 주세요.
비교우위의 행복감을 충전하며
죄 없는 이웃의 목덜미를 뜯어먹는
백인 노인 좀비처럼 살고 싶지 않았지만
자정이 가까워오면 늘
미아를 연기하는 걸 즐기게 되니까.
몇 개의 가면을 썼는지
세다가 잊었고.
내일도 종일 거짓말만 하다가 사지가 굳겠죠.
다른 소원을 빈 적 없었는데.
하나만 빌었고
램프는 사라졌고
꿈속의 꿈속의 꿈속의
꿈 중에 하나에서 깨어난 것 같았어요.
이전의 꿈에서 영원히 살고 있었고
지금의 꿈에서 계속
죽다가 다시 깨어나고 있어요.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어요.
이전의 꿈으로 돌아가고 싶은지.
현재로 돌아가고 싶은지.
좋은 날이 있었어요.
모르는 게 많아서 차라리 웃었던.
*지니=램프의 요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