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이미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지만, 내 것인지 네 것인지 모호한 것들이 있다. 음식의 경우에도 피할 수 없다. 짜장면은 한식일까, 중식일까? 치킨은 한식일까, 중식일까? 순대는? 한국인의 입맛에 찰떡이지만, 굳이 확실히 해보겠다고 질문을 하면 여전히 헷갈려서 물음표를 갖게 한다. 그렇다면 쭈꾸미볶음은 한식이 맞을까?
02. 양념 쭈꾸미볶음이 식탁 위로 올라온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짐작건대 8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에 생겨난 음식이다. 90년대 초에 쭈꾸미 특화거리로 ‘용두동 쭈꾸미 골목'이 생겨났고, 2010년대에 들어와서 프랜차이즈 '오쭈’를 주축으로 본격적으로 쭈꾸미 열풍이 불었다. 매콤한 쭈꾸미를 치즈퐁듀에 퐁당 담가먹는 신선한 조합 때문에서라도 그 인기는 점점 커져만 갔다.
그런 쭈꾸미볶음 레시피는 한국에서부터 나왔다고 한다. 그러므로 쭈꾸미볶음의 카테고리는 어쩌면 놀랍게도, 아니면 당연하게도 '한식'이다. 이제는 쭈꾸미 열풍이 사그라들고 매콤한 게 땡길 때면 간간이 찾게 되는 음식이 됐지만 말이다.
03. 그러고 보면 한국에서 유행은 참으로 빠르게 바뀐다. 트렌드를 쫓아가기 어렵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오죽하면 ‘트민남, 트민녀'라는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을 칭하는 말까지도 나올 지경이다.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는 사랑받는 브랜드가 생겨나는 동시에 갑작스러울 만큼 빠르게 관심이 식고 있는 브랜드가 있다는 슬픈 현실이 숨어 있다.
04. 트렌드의 탄생과 소멸이 이토록 빠른 한국. 한식이 만들어내는 물결은 어떠한가? 한식의 유행은 한국을 넘어 이제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바야흐로 K-FOOD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불과 몇 년 전에도, 해외에서 한식에 대한 호기심은 곳곳에 있었다. 2010년대에 캐나다에서 유학 생활을 한 친구에 말에 따르면, 이미 그 시절에도 한식당에 사람들이 꽉꽉 채워져 있었다고 한다. 나도 그즈음 프랑스 파리를 여행하던 중에, 갑자기 감자탕이 먹고 싶어서 한식집에 갔었다. 며칠 내내 웨이팅이 길어서 포기하다가 결국 줄 서서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지만 지금은 차원이 다른 인기다. 과거에는 한식당을 찾는 손님의 반이 한국인이었다면,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 심지어 식품 박람회에 가보면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는 브랜드들이 빽빽하다. 가까운 동남아는 기본이고, 저 멀리 오세아니아, 아메리카 대륙으로까지 뻗어가고 있다.
국내시장을 넘어서 해외시장까지 확장할 수 있는 물결이 일렁이고 있다. 그만큼 지금은 한국인이 돈 벌기 가장 좋은 타이밍이다. 내 브랜드 상품도 K-반열에 오를 날을 기다려본다. 넌 곧 한식을 넘어서 전 세계 냉동실에 진열된 K-FOOD가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