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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mi Lee Jul 22. 2024

브런치 글 연재 5년 만에 출간을 합니다

 사실 출간을 준비하며 해를 넘기게 되어 글을 쓴 지는 6년이 된 셈이다. 글이 나아가지 못할 때는 한 달에 한 편, 두 달에 한 편을 쓰기도 했다. 꾸준히 쓴 글들이 모여서 드디어 한 권의 에세이로 탄생하게 되었다.

 나에게는 두 번째 책이다. 첫 번째 책 <서른 살, 나에게도 1억이 모였다>를 쓴 후 8년 만의 책이다. 작년 7월에 계약을 하고 꼭 1년 만에 책이 나왔다. 책을 출간한 경험이 한 번 있기에 프로세스를 어느 정도 알 것 같다. 저자로서 어느 시점에서 어떤 홍보를 해야 할지를 말이다. 지인팔이나 어그로 광고 말고 진짜 이 책이 필요한 사람에게 가닿을 수 있도록 책 홍보를 해 볼 작정이다. 첫 책이 나온 후로 끈덕지게 관리하고 있는 인스타 계정 피드도 새 책과 관련된 문구로 바뀔 것이고, 타이핑 ASMR만 줄곧 올리고 있는 유튜브 채널에도 뭔가를 해야 한다. 활동하는 커뮤니티 게시판에도 글을 올려야 하고 인터뷰나 기사작성 요청도 적극적으로 해 볼 작정이다. 그것이 나 같이 고정독자가 없는 초짜 작가를 믿고 투자해 준 출판사에 대한 의리나 예의 혹은 보답이라 생각한다. 게다가 내 책은 내 새끼니 내가 가장 잘 알고 있기도 하고.     


 시골에 살면서 심심하지 않겠다 자신했던 것은 바로 쓸 글이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나는 늘 쓸 거리가 많았고 시간이 없어서 바동바동거리며 쓰지 못해 안달이었다. 글을 쓸 수 있는 단 한 시간의 시간이 어렵게 주어지면 옆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글 쓰는 일에 집중했다. 평소에 회사 일을 하며 하루에 단 한 시간이라도 시간을 만들어내기란 정말 쉽지 않다. 각종 잡다한 집안일부터 개들 뒤치다꺼리도 해야 하고 회사 일도 바쁜데 글을 쓰는 동안 언제 갑작스러운 연락을 받을지도 모른다. 특히 그것이 초고를 쓰는 작업이라면 더욱더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평일에는 하루에 두 시간씩 꾸준히 글을 써 본 예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다만 최종 퇴고가 가까워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아무래도 퇴고는 초고를 쓸 때보다는 품이 덜 들어가고 집중력은 높아지는 것 같다. 공모전 마감이 있거나 출판사 마감을 지킬 때에는 일을 좀 더 하는 편이다. 그래도 집에서든 문학관에 가 있든, 외부로 나가 있을 때라도 하루에 3시간 이상 써 본 적은 없다. 3시간 정도 밀도 있게 쉬지 않고 타이핑을 하고 나면 졸도할 것 같다. 무엇보다 어깨와 목이 버텨주지 못한다. 그러므로 전업 작가님들이 진짜 대단하신 것 같다.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나의 이 집중력으로는 전업작가가 되어도 하루에 3시간 이상은 쓰지 못할 듯하다. 그러니까, 어차피 종일 못 쓸 것 같으니까 하루에 글 쓰는 3시간을 제외한 21시간이 너무 아까우니 앞으로도 전업 대신 다른 일을 병행해서 글을 쓸 것 같다. 또한 어쩌면 글을 쓸 시간이 더 많아진다면 아마 지금처럼 양질의 글을 쓰지도, 이렇듯 쓰고 싶어 하지도 않을 것 같다. 해리포터의 작가가 아기가 잠잘 시간을 틈타 재빨리 글을 썼다고 했던 것처럼. 일을 하며 찾는 틈새 시간의 사용이 꽤 조화로운 편이다. 그렇게 즐겁게 브런치에 툭툭 던지듯 글을 올렸다. 때는 소설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었기 때문에 좀 왔다 갔다 하며 글을 쓴 편이었다. 가끔 브런치에 2주 넘게 에세이를 올리고 있지 않으면, ‘매일 글을 발행하지 않으면 글쓰기 근육이 없어지니 블라블라...’ 하며 브런치도 나에게 글쓰기를 독려했지만 브런치에 글을 올리지 않는다고 해서 글을 쓰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요 몇 년 안에 나는 많이 성장해 있었다. 처음엔 A4용지 두 장에 글을 채우고 다듬기도 힘들어하던 내가 장편소설이라는 긴 호흡의 글을 익히고 난 후에, A4 용지 2장 즈음이야! 아무렇지도 않게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예전 글을 돌아보면 고쳐야 할 부분들이 많았다. 6년 전에 썼던 글과 최근의 글을 보면 결이 꽤 다르다. 그래서 틈이 나면 예전에 쓴 글을 다시 돌아보며 조금조금 고치기도 많이 고쳤다. 내가 생각하기에 글을 늘리는 방법 중엔 이것이 최고인 것 같다. 끊임없이 쓰다가 주기적으로 예전에 내가 쓴 글을 돌아보면 ‘아 내가 이렇게 부족했구나’ 혹은 ‘아, 지금이라면 이렇게 쓸 텐데, 내가 많이 발전했구나’ 하고 스스로 느낄 수 있다.     


 글은 글대로, 나는 나대로 숨 쉬듯 살아가고 있는데 어느 날 모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출판사에서 연락을 받는 일은 과하게 기쁜 일 같다. 원래는 완성된 글들을 모아 출판사에 투고하려고 했으나 그전에 컨택을 받았으니 행운이었다 생각한다. 특히 담당 편집자님이 원고에 관심을 가져주면 퇴고하고 출간방향을 정하는 데 더욱 힘을 받는다. 그렇게 교정지가 수차례 오가고 최종 편집본에서도 더 퇴고, 한 번만 더 퇴고를 외치며 질릴 때까지 원고를 들여다보았다. 이제 책이 나오면 나는 읽지 못할 것 같다. 그 책의 분위기에 이미 물려 버렸다. 그렇지만, 그렇기에 후회가 하나도 없다. 나는 최선을 다했다. 다시 하라고 해도 이것이 최선일 것 같다. 그럼에도 오탈자가 있을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다. 원래 책이란 편집자와 저자가 눈이 빠지게 보고 또 보아도 최종적으로 오류가 나온다는 전설이 있다. 좀 진정되고 다시 그 책을 볼 힘이 생기면 깐깐한 편집자가 된 느낌으로 오탈자를 보러 가야겠다.     


 어쩐지 이번에는 첫 번째 책이 나왔을 적처럼 심하게 흥분되지 않다. 일을 하며 새로운 거래처를 만든다거나 새로운 고객이 생긴 것과 같은 숱한 일상 중 한 부분이지 싶다. 그렇기에 카톡 프사를 바꾸거나 개인 인스타에 올려서 난리 치진 않았다. 경험상 그것이 지인들에게 부담으로 다가가는 것 같아서다. 그럼에도 책이 나오는 것이 즐거운 이벤트이긴 하다. 당분간 새 원고에 집중하던 힘을 조금 덜어 세상에 새로 나온 책 <효도하며 살 수 있을까>에 관심을 모을 작정이다.     


 브런치를 읽으러 오시는 많은 분들이 작가님이실 줄로 안다. 모두에게 좋은 기운이 스며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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