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yemi Lee Oct 27. 2024

동업을 어떻게 해?

타인과 동업을 하는 자세


 우리는 모두 중국무술 우슈 선수 출신들이다. 아마 보통 사람이라면 세상 살면서 우슈 전공자를 몇 명 만나 보기도 드물 것이다. 사람이 끼리끼리라고, 대학에서 만난 선배, 운동을 하며 알게 된 선배, 그렇게 우슈 하는 선배들과 나까지 모여 셋이 한 팀을 이루었다. 각자 자신의 사업체를 꾸리고 살던 우리는 그저 일반과세 사업자를 가진 소상공인이었다. 각자 일하며 보통 직장인들보다는 조금 여유 있는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런데 셋 다 비슷한 시기에 소위 ‘현타’를 맞은 것 같다. ‘언제까지 주문받고 포장하고 고객응대를 하며 살아야 할까.’ 하는.


 시작은 내 일을 많이 도와주던 이 선배가 나와의 동업을 제안하면서였다. 선배는 나보다 훨씬 더 큰 브랜드 사업을 하고 있었다. 이 선배는 원래 사람들을 잘 도와주는 편인데, 우슈용품과 격투기용품을 판매하고 있던 나에게 본인의 브랜드 이름을 딴 주짓수라인을 만들어 주었다. 그저, 돈 벌 수 있는 시장이 보인다며, 아무 대가가 없어도 된다고 했지만 몇 해 동안 나는 덕분에 꽤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혼자 먹지 않고 꼬박꼬박 선배에게 일정 지분을 정산해 드렸다. 그 점을 높이 산 것인지 나는 선배의 신뢰를 산 것 같다. 선배의 가족이 아들의 축구 유학 때문에 집을 떠나게 되자 주변의 수많은 후배들 중에서 나에게 일을 같이 해 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한 것이다. 나는 냉큼 받아먹었다. 지분을 적게 줘도 되고 내가 손해를 봐도 되니, 나도 내 브랜드를 가지고 손발이 부르트도록 찰지게 일을 한 번 해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난 그때 까지도 남의 제품을 가져다 판매했기 때문에 홍보, 마케팅을 제대로 해보려 해도 좀처럼 신이 나지 않았다. 게다가 시장은 최저가 공세로 마진을 점점 무너뜨리고 있었다. 내가 이 선배와 함께 일을 시작하게 되자, 선배와 사무실을 나눠 쓰고 있던 김 선배도 같이 하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흔쾌히 그러자고 했다. 그냥...... 이것은 계산을 하기보다 그냥 마음이 그렇게 갔다. 선배들을 20여 년 봐 왔고, 어떤 사람인 지 아니까 그랬던 것같다. 김 선배는 이 선배와 고등학생 때부터 아는 사이였다. 난 선배들과 원래부터 친하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았지만 그래서 더욱 객관적으로 결정할 수 있었던 것같다.


 서울 사무실을 빼고 안양 사무실로 옮길 결심을 하며 이런 생각을 했다. ‘만일 함께 일하다 잘 안 되거나 선배들이 나를 배신하면 어쩌지?’ 답은 굉장히 명쾌했다. ‘난 그럼 다시 스마트스토어를 열어 팔릴 만한 물건을 올려서 팔면 되지. 번개장터와 당근마켓에도 올리면 되지. 그리고 장사가 빨리 잘 되지 않는다면 편의점 알바를 하면 되지. 요즘 최저시급도 세고, 슈퍼집 딸내미였던 내가 편의점을 맡으면 또 얼마나 잘하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니 머뭇거릴 것이 없었다.

 선배들도 시작하는 마음이 다 비슷했다. 그저 성격들이 다들 조금씩 손해를 보고 산다. 오빠들이라 그런지 항상 봐주고 나에게 양보해 준다. 나도 내 것만 챙기려 하지 않고 선배들을 고려한다. 난 부양할 가족도 없고 딸린 자식도 없지만, 선배들은 한 가정의 가장들이므로. 내가 내 몫을 조금 덜 챙겨 와도, 내가 조금 더 많이 일해도 상관없다. 사업이라는 것이 원래 내 식구들, 내 직원들을 챙기는 것 아닌가. 사장이라는 자리는 원래 내가 열심히 일해서 직원들을 먹여 살리는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면 회사가 잘 돌아간다고 들었던 것이 기억난다. 이런 마음이 드는 사람이라면 동업을 해도 무리 없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그렇게 우리는 가고 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고, 종국엔 어떻게 될지 모르고 회사가 커지면 쪼개진다만, 내가 머리가 커져서 선배들이랑 한 판 떠 보면 또 그것은 그것대로 경험이 되겠지. 여하튼 현상을 유지하는 것보다 계속 변화하는 것이 맞는 거겠지. 아직은 끝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동업이 성공했다거나 실패했다는 단정을 지을 수 없지만 우린 6년째 어깨 맞대고 함께 가는 중이다. 그리고 확실히 함께 하니 함께 가고자 하는 목표점이 훨씬 멀리 잡혔다.


 우리는 과연 나이키만큼 커질 수 있을까?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한국 시장에 진입했고, 일반 소비자들이 더욱 똑똑해진 요즈음, 우리는 어떻게 변화해야 하고 사업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까. 확실한 것은 혼자 하면 현상 유지만 하려고 끙끙댔을 일들을, 여럿이 손을 모으니 변화가 쉬워졌다는 것이다. 아무려면 어떤가. 올망졸망 시합장에서 모여 메달 한 번 따 보겠다고 긴장하며 순번을 기다리던 어렸던 우리가 이만큼 커서 젊은 한 때, 한 번 살아 보겠다고 함께 도전하는 자체가 경이로운 일인데.



이전 02화 여성 CEO의 유리천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