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그림 추가 ‘비엔나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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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급 사피엔스


조각조각. 하늘에서 내려다본 메마른 갈라진 땅. 바위. 어쩌면 동굴벽화. 깨진 유리창 같기도. 이 그림은 뭔가 난해하고, 음울해 보이고, 불안함이 느껴지는 그림이다. 한참 동안을 응시했다. 발 디딜 틈 없는 관람객들 사이로 유독 이 그림 주변만 한산했다. 특별한 이유랄 것 없이 무심코 시선이 갔고, 좀처럼 눈을 뗄 수 없었다. 한참을 보다가 그래도 계속 보게 되자 결심을 한 듯 생각했다.


‘그래 오늘은 이 그림이다. 이 그림을 만나기 위해 1시간 반을 기다린 거다!’


그림을 천천히 전체에서 일부분으로 분리해서 보기 시작했다. 시선이 잘 가지 않는 가장 아랫부분과 모서리부터. 아주 작게 언덕 같아 보이는 곡선이 보이고, 그 아래로 벌판같이 펼쳐진 휑한 땅이 보인다. 전체 그림의 ‘십 분의 이’ 정도에 해당하는 이 아랫부분이 언덕과 벌판이 맞는다면, 나머지 전체를 꽉 채운 부분은 아마도 하늘일 것이다. 그리고 벌판의 한가운데에서 홀로 구부정하게 솟아 있는 저것은 나무일 수밖에 없다. 의문스러운 건,


‘하늘이 갈라진 땅처럼 조각나 보일 수가 있나?’ 였다.


추리하듯 숨겨진 이야기를 더 끄집어내기 위해 계속 그림을 응시했다. 아무 생각 없이 멍한 채로. 몇 분 정도가 흘렀을까? 꽃봉오리가 하나 보이더니, 여기저기서 꽃봉오리처럼 보이는 것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 꽃봉오리들은 저 나무에서 열린 꽃봉오리들인가? 꽃봉오리를 타고 이어진 선들을 따라가 보니 가운데 솟아 있는 나무로 모두 연결되었다.


‘아! 갈라진 땅처럼 하늘이 조각나 보이던 이유는 나뭇가지의 틈새 뒤로 하늘이 보였기 때문이구나!’


전체적인 그림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이 그림은 넓은 벌판에 홀로 서 있는 나무 그림이다.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세찬 바람에 헝클어지듯 심하게 휘청이고, 하늘에는 어두운 폭풍이 가득 몰려오고 있다. 그래서 비구름을 잔뜩 머금고 있는 것처럼, 하늘이 온통 흰색과 회색 물감으로 뒤덮여 있다. 대지를 한바탕 휩쓸고 갈 태세를 하고.


그리고 그림에서 몹시도 불안한 심리상태의 에곤 실레가 보였다. 그는 허허벌판에 홀로 선 나무, 휘청이는 앙상한 나뭇가지, 곧 덮쳐올 폭풍우 앞에서 숨을 곳 없이 고립된 인간. 외롭고 불안정한 그의 내면이 이렇게 그림으로 표현된 것이다.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이라는 시구절을 그림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나뭇잎 파리가 다 떨어진 앙상한 나무에도 꽃봉오리가 열릴 수 있나?’


꽃봉오리에 의문이 생기자, 또 다른 해석이 전개되었다. 반전이었다. 꽃봉오리는 간절한 몸부림의 상징 같았다. 참혹한 환경에서도 마지막까지 희망을 잃고 싶지 않은 에곤 실레의 강렬한 의지, 아주 깊은 곳에서 삶의 끈을 부여잡고자 하는 내면의 갈망 같았다. 감탄이 나왔다. 약간 격앙된 마음으로 작품명을 확인했다. 작품의 이름은 '바람에 흔들리는 가을 나무(겨울나무)' 그림을 통해서 에곤 실레의 내면과 맞닿은 느낌이었다.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오늘 또 하나 찾았다. 나의 인생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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