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에서 유럽행 기차

당신에게 램프의 요정이 찾아왔어요. 3가지 소원을 빌어보세요.

by B급 사피엔스


서울역에서 유럽행 기차 티켓을 끊고, 기차에 몸을 싣는다. 이 기차는 북한을 지나 시베리아를 가로질러 유럽에 당도한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대륙 간 기차 횡단 여행. 기차를 타고 드넓은 대륙을 관통하면 어떤 감정이 일까. 가슴이 탁 트이면서도 묘한 설렘을 느낄 것 같다.


서울에서 유럽까지는 며칠을 달려야 다다를까. 남북으로 갈라져 있지 않았다면, 유럽행 기차 여행은 이미 당연한 것이었을지 모른다. 기차 안에서 몇 날 며칠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은 지루하면서도 낯선 기분일 것이다. 사람이 살지 않은 시베리아 벌판을 한없이 지나칠 때면 지금껏 느껴보지 못했던 기후와 대자연의 스케일에 신비롭고 이색적인 경험이 될 것만 같다.


국가를 대륙으로 이동하다 보면, 한국이 섬이 아닌 진짜 대륙이었다는 사실이 비로소 실감 날 것 같다. 유럽 연합국들이 자유롭게 국가들을 왕래하듯이, 한국도 유럽까지 기찻길이 연결되면, 대륙 간 이동도 더 빈번하게 이뤄지겠지. 언젠가는 가능하겠지. 그 언제인가는 내가 살아있을 때까지는 가능했으면 한다. 서울에서 유럽까지 기차를 타고 달린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다.


두 번째는 복권 당첨. 나는 솔직하면서도 자본주의의 물욕에 깃든 자. 역시 돈이 빠질 수 없다. 욕심이 과하다 할 수 있겠지만 어차피 소원이므로 로또와 연금복권의 동시 당첨을 노리겠다. 물욕에 깃든 자는 결코 하나로는 만족할 수 없다. 로또는 고스란히 통장에 넣어두고, 생활은 연금복권으로 연명할 것이다.


큰(?) 욕심부리지 않고, 스트레스의 산실인 직장 생활을 사뿐히 때려치우고, 취미 생활을 배우면서 즐겁게 살 것이다. 아마 복권에 당첨되고도 몇 달은 회사를 다닐 것 같다. 월급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그만둘 수 있는 직장 생활은 어떤 것인지 한번 체험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소위 말해 취미로 하는 직장 생활을 맛보고 싶다.


여유로워진 시간에 운동도 하고, 그림도 악기도 배울 테다. 김화백으로 작가 등단 기회를 엿볼지도. 유럽행 기차 여행도 가능해졌으니 여유도 생겼겠다, 루브르박물관도 방문할 테다. 내친김에 스페인에도 들러 100년이 넘도록 지금도 건축 중인 가우디 아저씨가 설계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도 한번 둘러보고, 이탈리아 로마도 경유해 르네상스 시대 예술도 영접해 보겠다.


마지막으로는 ‘영화를 너무 봤나?’ 싶을 수도 있을 텐데, 전쟁이 사라진 세상이다. 서로 으르렁대는 일촉즉발 상황에서도, 마치 전쟁이라는 단어나 개념조차도 없는 것처럼 전쟁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각국 정상들이 오직 말로만 싸운다. ‘누가 누가 목소리가 더 크나?’ 뭐 이런 양상이 전개될지도. 서로가 극한 대립 상황에서도 일명 ‘쌩까기’와 ‘왕따’ 그리고 ‘같이 안 놀기’ 정도가 전부겠다.


전쟁은 사라졌지만 군대나 무기는 그대로 있고, 개발도 계속된다. 마치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것처럼. 오직 전쟁만 사라지는 것이다. 전쟁기념관들은 옛날 옛적 공룡박물관 같은 개념으로 남고, 세계 전쟁사도 아주 머나먼 옛날 우매한 짐승들이나 벌였던 행동으로 치부되며, 지금은 전혀 불가능한 이야기처럼 전설로만 전해진다.


전쟁은 사라지고, 나는 복권에 당첨되어 먹고 살 걱정이 사라지고, 서울에서 유럽행 기차를 타고 여행까지 간다면 정말이지 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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