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까운 사람의 3가지 장점은?
인생이 어느 정도는 이름 따라간다지만, 이 친구는 이름을 빼다 박았다. 유유자적할 유. 아이만큼은 여유롭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름을 지었건만, 여유로움을 초월하여 한세월 한량 같다. 어린이집을 다닐 때부터 그랬다. 한량 같은 어린아이라니, 그 황당함과 기막힘에 헛웃음만 나왔다.
중학생이 된 지금도 한결같이 변치 않고 한량스럽기 그지없다. 특이한 건 음식을 먹을 때는 빛의 속도로 해치운다. 엄마는 아이에게 음식을 드링킹하지 말라고 이르곤 한다. 또 어딘가를 갈 때면 한없이 느적 거리다 마지막에 후다닥 뛰쳐나가는 스타일인데, 필요한 준비물을 제대로 챙겼을 리가 없지 않겠나? 집을 떠나고 잠시 뒤 교통카드며 준비물이며 다시 챙기러 집으로 돌아오곤 한다. 이런 친구에게도 참으로 좋은 점들은 있으니, 3가지만 꼽아보자면 이렇겠다.
이 친구는 애교가 많다.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딸딸딸 노래를 불러서 그런지 남자아이인데도 딸아이처럼 애교가 만점이다. 외할머니도 손녀처럼 애교쟁이라 한다. 특히 약간 찔리는 일이 있을 때면 집에서 키우는 반려묘 흉내를 내며, 손을 앞으로 모으고, 까치발을 하며, 동그란 얼굴을 방긋 웃으며 들이미는데, 이럴 때면 뒤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상황에 따라 표정도 가지각색인데, 거울을 보며 연구하는 것인지 절묘한 타이밍에 절묘한 표정을 지으며 점수를 딴다. 엄마나 아빠를 부를 때도 이 친구만의 애칭으로 부르는데, 작명도 그렇고, 부를 때 뉘앙스도 여간 귀여운 게 아니다. 김정은도 두려워한다는 중 2면, 귀여움과는 거리가 2만 리는 떨어져 있을 법도 한데, 아직도 애교가 줄줄 흐른다. 참교육의 산실인 삼각산재미난학교(실제 존재하는 학교 이름이다)에서도 그러는지는 궁금하다.
또 반짝거리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나를 놀라게 만든다. 진심으로 나는 이따금씩 아이에게서 천재 같은 면모를 발견하곤 한다. 일종의 임기응변인지 순간의 말빨인지, 암튼 이런 류의 아이디어가 번뜩일 때가 있다. 글도 재미있게 쓰는 편인데, 사실 글을 잘 쓴다기보다는 현상을 바라보고 표현하는 시각이 참신한 것 같다. 그림은 별로인데, 그림의 스타일은 나름대로 괜춤하다고 하면 감이 좀 오려나?
이런 모습을 볼 때면 나는 아낌없는 칭찬과 더불어 지체 없이 지갑을 열고 용돈을 쥐여준다. 아이 엄마는 이런 모습을 보며 혀를 쯧쯧 차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아이가 어떤 순간에 뜻밖의 보상이 주어지는지 몸으로 읽히게 된다면, 기발하고 재밌는 아이디어들이 좀 더 자연스럽게 발현될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초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생일선물로 뜻깊은 선물을 찾던 중 아이 이름으로 후원금을 내고, 어려운 이웃에게 빵을 만들어 나눠주는 기부 프로그램에 참여했었다. 자원봉사자분들은 몇 시간째 계속 서서 400개나 되는 빵을 만들고 포장을 하는데, 어린아이가 힘든 내색 하나 없이 열심히 하는 게 기특하다고 칭찬했다.
‘이게 뭐 힘들다고?’ 속으로 생각했던 나는, 프로그램이 끝나고 다리가 풀린 듯 주저앉는 와이프를 보며, 그때서야 아이가 힘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다리도 아프고, 어깨도 아팠다고 했다. 그래도 어려운 사람들에게 직접 만든 빵을 드린다고 하니 기분도 좋고, 힘들어도 참고했다고 말했다. 이 말에 또 나는 지체 없이 지갑을 열었다. 돌아가는 차 안에서 아이는 금세 곯아떨어졌다. 엄마를 닳아 그런지 주변을 생각하는 갸륵한 마음은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 같다.
그래, 한량같이 너무 유유자적해서 걱정이지만, 애교도 많고, 가끔 아이디어도 반짝이고, 주변을 도울 줄도 알면 됐지, 무엇을 더 바랄 것인가?
너무 반짝반짝 눈이 부셔~ Yu Yu Yu Yu Y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