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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May 06. 2022

5월 6일 최윤석의 하루

휴일 다음날

오늘은 회사에 사람들이 많이 없었다. 회사에서 가급적 오늘은 휴가를 쓸 것을 권장했기 때문이었다. 어제가 휴일이었고 내일이 다시 주말이니 하루 쉴 사람은 자유롭게 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휴가를 하루 더 주는 것도 아니고 연차만 소진하고 마는 것이라 나는 휴가를 쓰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휴가를 쓸 테니 오늘 같은 날 일하러 오면 오히려 여유롭게 있을 수 있었다.

사무실에 출근하니 직원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다음 주에 중요한 일이 있다는 옆 부서는 전원이 출근했지만 우리 팀은 차장님을 제외하고는 모두 휴가를 썼다. 차장님은 나를 보더니 오늘은 좀 여유롭게 일하라고 했다. 게다가 사장님도 오늘 출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무실은 진심으로 평화로웠다. 

사람들이 많이 쉬고 있지만 그렇다고 오늘 해야 하는 일이 없어진 것은 아니었기에 오전에는 할 일에만 집중했다. 차장님은 아예 핸드폰으로 게임하면서 나한테 계속 쉬엄쉬엄 일하라고는 했지만….

12시 점심시간이 되자 차장님은 아예 조금 더 멀리 나가서 맛있는 것을 먹고 오자고 했다. 나는 조금 멀리 걸어가나 했더니 아예 차장님은 차를 끌고 나오셨다. 얼떨결에 차장님 차를 탔고 우리는 회사 인근의 작은 산 입구 근처에 있는 오리백숙집에 갔다. 가격이 꽤나 있는 편이었지만 차장님은 오늘은 자기가 쏘겠다며 편하게 먹으라고 했다. 차장님은 백숙이 나오자마자 국물부터 퍼서 바로 들이켰다. ‘크으’라는 감탄사와 함께 차장님은 술을 못 마시는 게 천추의 한이라고 했다. 그러더니 나에게 소주 한잔 하겠냐고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근무 시간에 그럴 수는 없었기에 바로 거절했다. 차장님도 ‘역시 근무 시간이라 그렇지? 여기 나중에 저녁때 옵시다.’라며 메뉴판을 보며 입맛만 다셨다. 

점심을 먹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오니 어느새 1시 반이었다. 점심시간을 훨씬 오버해서 사용한 것이었지만 차장님과 나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사무실은 아침보다 더 조용했다. 오전 근무만 하고 오후 반차만 쓴 사람들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옆팀은 여전히 사람이 많았다. 옆팀 과장님은 자기들만 오늘 일하고 있어서 너무 억울하다고 하소연하셨다. 나는 옆팀이 열심히 일하는데 우리만 놀고 있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고 차장님께서 비싼 점심을 사주신 것을 보답하기 위해 커피를 사기로 했다. 다시 사무실 밖으로 나가 사 오기는 귀찮아서 배달을 시키기로 했다. 옆팀으로 가서 마실 음료를 선택하게 하고 다시 차장님이 원하는 음료를 담아 주문했다. 

오후에는 할 일이 거의 없었다. 잠도 쏟아졌다. 살짝 눈치를 봤지만 차장님은 눈빛으로 ‘그냥 놀아’라고 말하고 있었다. 잠시 후 커피가 도착하자 옆팀에게 나눠주고 차장님께 드린 후에 나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커피를 마시니 조금 졸음이 풀렸다. 아예 놀 수는 없기 때문에 다음 주에 할 일을 정리하고 미리 할 수 있는 일들을 조금 했다.

오후 6시. 퇴근 시간이 되기 무섭게 차장님은 짐을 챙겼다. 그리고 그는 내 어깨를 두드리며 나에게 빨리 가라는 말만 남기고 사라졌다. 내가 인사를 제대로 하기도 전에 그는 사무실을 떠났다. 옆팀을 슬쩍 보니 아직도 바쁘게 일하고 있었다. 약간 눈치가 보였지만 6시 10분 정도에 나도 짐을 챙겨 옆팀에게 인사를 하고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집에 가는 길에 나와는 달리 휴가를 낸 동기에서 카톡을 보냈다. 동기는 오늘 내게 있었던 이야기를 듣더니 ‘그냥 너도 쉬지 그랬어’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근데 나는 별로 불편하지도 않았다. 아깝게 연차를 하루 날리지 않아 좋았고 회사에서도 편하게 있다가 가서 쉬다가 잠깐 회사에 온 기분이었기 때문이었다. 아 물론 옆팀은 절대 이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여하튼 오늘도 난 8시간의 노동을 마치고 다시 집으로 간다. 주말에는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쉬기만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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