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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Jun 23. 2022

6월 23일 차진수의 하루

악플

별거 아니지만 별거인 일이 일어났다.

남들에게는 말은 못 하지만 나는 커뮤니티 활동을 하고 있다. 이상한 커뮤니티도 아니고 유명한 곳도 아니다. 그저 유머글이나 개인 일상을 이야기하는 곳이다. 3~4년 정도 눈팅만 했는데 요즘 말하는 혐오 콘텐츠가 올라오는 곳도 아니고 활동하는 사람들도 마음이 따뜻해서 마음에 드는 곳이었다. 최근 1년 사이에 회원이 많이 늘기는 했는데 그래도 아직은 괜찮은 곳이었다.

나는 가끔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이곳만은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다. 사람들이 내 글에 호응도 해주고 힘든 일이 있을 때는 위로도 해줬기 때문에 어떨 때는 친구보다 나은 곳이었다. 커뮤니티를 하고 다닌다고 하면 어디 가서 이상한 시선으로 볼까 봐 말은 못 했지만 그래도 이곳은 나에게는 소중한 곳이었다.

그러다가 어젯밤, 잠들기 전에 내 일상 글을 하나 올렸다. 아주 평범한 글이었고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글을 올리면 항상 댓글을 확인했는데 아무런 글이 달리지 않았다. 별 반응이 없는 것 같아 신경 쓰지 않고 잠에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평소처럼 커뮤니티를 확인했는데 내 글이 난리가 나있었다. 댓글만 50개가 넘게 달려있었다. 무슨 일인가 확인해보니 악플이 달려있었다. 그것도 나를 비꼬는 글이었다. 대놓고는 아니었지만 내 행동이 문제였다는 식으로 말을 했는데 내가 보기엔 나는 잘못한 것이 없었다. 사람들의 생각이 다를 수는 있지만 그걸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 싶었다. 모든 댓글이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몇몇 댓글은 명백히 나를 비꼬고 있었고 몇몇은 동조했다. 고맙게도 몇몇은 그런 댓글에 반박해서 나를 옹호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내 눈에는 그런 것이 보이지 않았다. 지금 당장 나를 욕하는 댓글들이 더 신경 쓰였다. 화가 나서 반박 댓글을 몇 개 남겼다. 그리고 하루 종일 커뮤니티를 볼 수는 없기에 일단 출근 준비를 하기로 했다.

출근할 때는 운전을 해야 했기 때문에 커뮤니티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운전하는 내내 댓글이 신경 쓰였다. 악플을 본 적은 있지만 나에게 직접 달린 적은 처음이라 무척 당황스러웠다. 화가 나기도 했지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회사에 도착하니 아침부터 일이 많았다. 당장 보이는 업무들을 쳐내다 보니 커뮤니티에 대한 생각은 더 할 수가 없었다. 나는 그렇게 잠시나마 악플에 대한 기억을 지울 수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커뮤니티에 다시 접속할 수 있었다. 댓글은 30개가 더 달려있었다. 내가 단 반박 댓글에 대해서 또 비아냥 거리는 댓글이 달린 것이었다. 걷잡을 수가 없었다. 나는 화가 나서 댓글을 신고했다. 하지만 여기 커뮤니티 운영자의 피드백은 굉장히 느리기 때문에 지금 당장의 대처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댓글을 하나하나 읽는데 너무 짜증 났다. 화를 멈출 수가 없었다. 핸드폰을 보면서 계속 한숨을 쉬는 나를 보고 동료는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다. 나는 그냥 짜증 나는 뉴스가 있어서 그랬다고 대답했다. 내가 커뮤니티를 하고 있고 고작 악플 때문에 이러고 있다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가장 악질인 댓글에 대해 다시 반박 댓글을 달았다.

오후에도 커뮤니티를 볼 시간은 없었다. 분명 또 악플이 달릴 것이 뻔했지만 회사에서 딴 짓을 할 여유조차 없었다. 나는 다시 일에 집중하며 악플을 잊으려고 했다.

퇴근 후 겨우 집에 도착하고 나서야 나는 커뮤니티에 다시 접속할 수 있었다. 내 글을 확인하려고 하는데 글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커뮤니티에 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다. 하지만 다른 글은 잘 보였다.

내 정보를 확인해보니 쪽지가 몇 개 와있었다. 나한테 악플을 단 사람이 보낸 쪽지가 있었고 운영자가 보낸 쪽지가 있었다. 악플러의 쪽지는 보지도 않고 바로 삭제했다. 보나 마나였다. 운영자의 쪽지를 확인해보니 내 글이 쓸데없는 논란이 많이 생겨서 삭제 조치되었다는 것이었다. 운영자의 대처를 보니 더 화가 났다. 내 글이 무슨 문제가 있다고 이러는 것인가? 게다가 악플이 문제 아닌가?

나는 운영자에게 이를 따지는 쪽지를 보냈다. 물론 규정 때문이라고는 하겠지만…. 모처럼 좋은 곳이라 생각했는데 오늘은 최악이었다. 몇 달 사이에 물을 흐리는 사람들이 많이 가입한 것 같더니 결국 이곳도 다른 커뮤니티와 다를 바 없는 곳이 되는 것은 아닐까라는 걱정이 들었다.

사실 그런 것보다 악플이라는 거 굉장히 기분 나쁜 것 같다. 악플 단 사람들은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도 모를 것이다. 누군가는 이런 것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겠지만 나는 그렇지 못할 것 같다. 하긴 어떤 사람은 악플을 고소까지 한다는데 그런 것에 비하면 나는 굉장히 소극적으로 행동을 한 것만 같다.

고작 커뮤니티 때문에 기분이 나쁘다니… 그 외에 내 하루는 완벽했는데…. 당분간은 이 커뮤니티에서 글은 안 남겨야겠다. 아니, 어쩌면 다시는 오지 않으려고 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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