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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Jul 27. 2022

7월 27일 성욱과 은혜의 하루

휴가의 시작

오늘부터 성욱과 은혜 부부의 여름휴가가 시작되었다. 성욱은 오늘을 위해 아내와 휴가 기간도 맞췄다. 오늘부터 성욱은 은혜와 함께 강원도에 있는 한 호텔에서 호캉스를 즐길 예정이다. 서울에서 차로 이동해야 했기에 성욱은 새벽부터 일어나 짐을 정리하고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원래 성욱과 은혜는 해외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었다. 결혼 전에 아이 없이 부부끼리 인생을 즐기기로 합의한 둘은 매년 혹은 2년에 한 번씩 해외여행을 가기로 했었다. 그리고 처음 5년 간에 매년 해외여행을 나갔다. 한 해는 성욱이 원하는 나라로 그다음 해에는 은혜가 원하는 나라로 떠났다. 부부는 평소에 돈을 굉장히 아끼는 편이었는데 모두 이 해외여행을 위해서였다.

2020년에도 부부는 해외여행을 가기로 계획했었다. 하지만 코로나가 퍼지면서 부부의 꿈은 좌절되었고 3년 동안 해외로 가기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렇다고 국내 여행을 다니기에도 나쁜 환경이라 둘은 잘 돌아다니지 않았다. 덕분에 부부는 굉장히 많은 여행 자금을 모을 수 있었다.

성욱과 은혜는 내년을 목표로 해외여행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올해 나가는 것도 생각했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비행기 값이 지나치게 오른 것도 한 몫하였다. 문제는 휴가 때 그럼 어디서 보내느냐였다.

부부는 지난 2년 간 집에서만 지냈다. 둘 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집에서 지내는 경우가 훨씬 많아졌고 휴가 때도 어느 곳 하나 제대로 나가지를 못했다. 정말 답답하면 드라이브를 하기는 했지만 어디 들르지 않고 차에서만 지내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부부는 올해 다른 곳으로 여행을 가기로 하였다. 수많은 여행지가 후보에 올랐지만 선택받은 곳은 강원도의 한적한 호텔이었다. 이른바 힐링을 하기에 좋은 곳이라고 평가를 받는 호텔이었다. 부부는 여행 기분은 내면서도 사람들과의 접촉이 가급적이면 많지 않은 곳을 가고 싶었기에 이 호텔이 최선의 선택이었다.

모든 준비를 마친 부부는 차를 타고 목적지로 향했다. 운전은 성욱이 맡았다. 부부는 가는 중간에 휴게소를 들렸다. 하지만 휴게소 안에서 밥을 먹지는 않았다. 둘은 화장실을 다녀와 각자 먹을 군것질 거리를 사들고 차로 돌아왔다. 부부는 그곳에서 간단하게 서로가 준비한 음식을 나눠먹고 다시 화장실로 가서 손을 닦았다. 간단하기 허기를 채운 부부는 다시 목적지로 출발했다. 처음 출발할 때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은혜가 운전을 담당했다.

몇 시간이 지난 후, 부부는 오늘부터 지낼 호텔에 도착했다. 해외여행 가려고 모은 돈을 소비하기 위해 온 것이라 부부는 호텔에서 가장 좋은 방을 예약했다. 이곳에서 부부는 4박 5일 동안 지낼 예정이다. 방 키를 받고 호텔방으로 돌아온 부부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조용하고 깨끗하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이었다. 밥을 먹으려면 차를 타고 다른 곳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었지만 부부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호텔 안에 레스토랑이 없는 것도 아니라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짐을 푼 부부는 잠시 침대에 누워 잠을 잤다. 이번 여행의 컨셉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휴식하기였기 때문에 잠을 자는 것도 여행의 중요한 과정이었다. 부부는 지난 몇 년 간 회사일 때문에 제대로 쉰 적이 없었다. 이렇게 한적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은 부부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었다.

이번 여행에서 부부는 별다른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항상 업무 계획을 짜고 실현해야 하는데 여행까지 와서 그러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만 서로 하고 싶은 것은 있었다. 성욱은 자연을 바라보면서 책을 읽고 싶었다. 이를 위해 성욱은 3권의 책을 준비했다. 성욱은 아주 천천히 책을 읽으며 자연이 주는 평화를 누릴 예정이다. 은혜는 노트북을 가져왔다. 일을 하려는 것은 아니고 몇 년 간 제대로 관리 못한 블로그를 다시 살리기 위해서였다.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면서 자신이 쓰고 싶었던 글을 쓰는 것이 은혜의 계획이었다. 은혜는 이밖에도 호텔 헬스장에 가서 운동도 하고 자연을 배경으로 조깅도 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었다.  

잠에서 깨어난 부부는 자신의 계획을 실행하기 전에 호텔 레스토랑으로 가서 저녁을 먹었다. 오늘을 기념하기 위한 와인을 마시며 부부는 모처럼만에 찾아온 휴가를 본격적으로 즐기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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