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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Oct 31. 2022

10월 31일 강유재의 하루

디지털 노마드

유재는 뉴질랜드 퀸스타운에서의 열 번째 아침을 맞이했다. 그는 여행지에서 발견한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했다. 그는 한적한 퀸스타운의 풍경을 멍하니 바라봤다. 한참을 바라보던 유재는 핸드폰을 꺼내 밤사이 한국에서 있었던 소식을 찾아봤다. 대단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평범하지는 않은 고국의 이야기를 유재는 빠르게 확인했다. 뉴스를 보다가 영감이 떠오른 유재는 가방에서 노트를 꺼내 메모를 하기 시작했다. 노트에는 유재만이 알아볼 수 있는 아이디어가 가득했다. 


유재는 2년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원래 작가를 꿈꿨던 그였지만 이상이 밥을 먹여주지 않는 현실과 타협하고 회사에 취업했다. 시키는 일은 곧잘 하는 유재였지만 그는 회사 체질은 아니었다. 그는 매일 출근하는 것이 괴로웠다. 퇴근을 하고 집에 가면 기분이 좋았지만 잠아 드는 것은 두려워했다. 다시 아침이 밝아 회사를 가야 하는 현실이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회사를 다닌 지, 4년. 유재는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퇴근 후 아무런 목적 없이 보내는 시간을 줄이고자 다시 그의 꿈을 찾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는 언젠가 자신이 등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잠을 줄여가면서 계속해서 글을 썼다. 야근을 한 날에도 1시간은 글을 쓰려고 했고 휴가를 간 동안에도 글을 썼다. 그렇게 유재의 첫 작품이 완성되었다. 유재는 자신의 글과 이야기에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유재의 글을 원하지 않았고 결국 유재는 등단에 실패했다.

그 이후로도 시간을 쪼개서 글을 썼지만 유재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유재는 글을 통해 회사에서 해방되고 싶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글을 쓰면 쓸수록 회사에 더 목을 맬 수밖에 없었다. 유재는 슬펐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러다가 유재는 웹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유재는 원래 순수 문학만이 문학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느 날 접한 웹소설을 보고 생각을 바꿨다. 그는 웹소설도 충분한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 판단했고 그날부터 웹소설에 어울리는 글을 썼다. 그렇게 유재는 자신감 있게 자신의 첫 웹소설을 연재했다. 하지만 독자의 반응은 싸늘했다. 그리고 그러한 반응이라도 있는 게 다행일 정도로 유재의 글을 찾는 사람은 웹소설 상에서도 없었다. 유재는 다시 좌절했다. 

하지만 유재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소위 잘 나가는 웹소설을 계속해서 읽었고 소설 속의 공통점들을 연구했다. 그리고 그는 잘 나가는 소재를 적당히 합쳐서 자신만의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글을 쓰니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독자들은 유재 특유의 문체와 시원시원한 전개에 열광했다. 유재는 점점 자신감이 생겼다. 

회사에 있는 동안에도 유재는 하루 종일 글에 대해서 생각했다. 퇴근 시간이 되면 누구보다 빨리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지하철에서도 핸드폰으로 계속해서 글에 대한 아이디어를 정리하거나, 연재할 자료의 오탈자를 수정했다. 집에 가서는 밥도 안 먹고 계속해서 글을 썼다. 독자들의 반응도 확인하면서 앞으로의 전개 방식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그렇게 유재의 두 번째 웹소설은 대박이 났다. 하지만 유재는 멈추지 않았다. 바로 다음 작품을 준비했고 2달 후, 연재를 시작했다. 그 소설은 전작보다 더 반응이 뜨거웠다. 유재는 신이 났다. 그는 회사일보다 글을 쓰는 일에 더 집중했다. 그리고 노력의 결과는 보상으로 이어졌다. 유재는 많은 돈을 벌었으며 그의 작품은 웹툰으로 제작되었다. 

유재는 4편의 웹소설을 연달아 성공시켰다. 유재는 이제 회사를 다닐 이유가 없었다. 유재는 회사를 그만뒀고 글 쓰는 일에만 집중했다. 유재는 웹소설 작가로도 활동하면서  그가 원래 추구하는 순수 문학도 계속해서 썼다. 하지만 메인은 웹소설이었다. 성공을 가져다준 것도 웹소설이었다. 유재는 행복하면서 마음 어딘가가 씁쓸했다. 

올해부터 유재는 외국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직장이라는 개념이 없어진 유재는 더 이상 한국에만 있을 이유가 없었다. 돈도 꽤 번 유재는 외국에서 잠시 살며 글을 쓰기로 했다. 유재는 간단한 짐과 노트북 하나만 챙기고 비행기에 올랐다. 그 외 필요한 것들은 모두 현지에서 조달했다. 유재는 외국에 나가 카페와 호텔, 숙소에 머물며 계속해서 글을 썼다. 시차를 고려해서 연재를 해야 하는 것 외에는 유재에게 불편한 것이 없었다. 

다만 외국에 계속해서 머물 수는 없었기 때문에 그는 주기적으로 한국에 돌아왔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그는 지방으로 여행을 다녔다. 그는 바다, 호수, 강이 보이는 장소를 좋아했다. 그는 그런 것들을 보며 영감을 얻었고 그곳에서는 글도 잘 써졌다. 그렇게 한국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때가 되면 다시 외국으로 갔다. 유재의 친구들을 해외여행도 다니면서 돈을 버는 그를 무척 부러워했다.


유재가 이번에 선택한 나라는 뉴질랜드였다. 한적하고 물이 보이는 곳, 유재가 추구하는 장소와 딱 맞아떨어지는 곳이었다. 유재는 뉴질랜드 퀸스타운에 머물면서 자연을 즐겼다. 그가 쓰는 글은 평화와 안정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그는 평화와 안정이 있는 곳에서 글을 썼다. 오전에는 글을 쓰고 오후에는 근처를 여행한다거나 스카이다이빙 같은 액티비티를 즐겼다. 그렇게 신나게 놀고 와서 저녁을 먹고 새벽까지 글을 썼다. 유재는 그동안 누구에게도 방해를 받지 않았다. 유재는 지금 생활이 만족스러웠다. 

평온한 밤, 유재는 오늘도 글을 써 내려갔다. 독자들의 반응을 살피며 그들이 원하는 글을 쓰고 있었다. 유재는 자신이 원하는 목표치까지 글을 쓰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는 예전에 자신이 썼다가 실패한 글을 꺼내 다시 읽어봤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무엇을 보강하지 유재는 고민했다. 그리고 그는 다시 글을 썼다. 이번에는 유재가 원하는 글이었다. 웹소설이 아닌 유재가 추구하는 순수 문학. 유재는 언젠가 웹소설이 아닌 다른 글로도 인정받는 자신의 모습을 그리며 오늘도 늦게까지 노트북 화면을 보며 타이핑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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