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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재팔난 ː 저를, 여전히 사랑하실까요_3장 ]

우린 그것을 삼재라 부르기로 했다 _ 삼재가 끝난 그 이후의 이야기

by Soden
『 삼재 : 인간이 9년 주기로 맞이하는 인생에서 가장 위험한 시기를 일컫는 단어. 9년이 지나가는 시점부터 3년간 별의별 재난을 겪게 된다고 하며 이를 삼재팔난이라고 별도로 부른다. 』


나에게 그는 놓쳐버린 인연이었을까.

늘 한 발 느리게 도착하는 내 사랑들과, 이제는 확신 없는 이가 된 당신까지.

우리의 인연은 더 이상 윤회하지 않는가, 못하는가.




그에게서 도착한 문자를 시작으로 우린 급속도로 빠르게 가까워졌다.

처음엔 이게 정말 실현이 가능한 일인지 싶을 만큼 그와 함께 하는 모든 일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마치 마법처럼 일어났다.


그땐 그렇게 믿었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당신을 그렇게 매몰차게 버렸는데,

그래서 당신은 버려져야만 했는데 그랬던 우리가 지금 다시 만나고 있다니.


이건 어쩌면 드라마의 한 장면 아닌가,

아니지 장면보다는 한편을 아예 써볼까.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충격 탓에 잠시 행복하고도 멍청한 착각을 다시 시작해도 될까.


2년 만에 다시 만난 그는 모든 게 변해있었다.

강과 산도 10년이나 걸려야 변한다는데 사람이 바뀌는데 2년이면 그것도 그것대로 긴 세월이었던 걸까.

어쩌면 변하지 못하고 2년 전 그날에 여전히 갇혀있는 내가 이상한 것일지도 모른다.


변한 너를 보며 나는 주체할 수 없는, 그리고 한편으론 알 수 없는 양가감정을 다스리느라

내 마음은 매일매일이 바다 한복판 파도를 마주한 조그마한 조각배 같았다.

어떤 날엔 파도에 전복되어 버렸다가 또 어떤 날엔 전복되는 사고를 겪을뻔한 아슬아슬한 상황 앞에서 멈추기도 했다.


2년 전의 당신은 우산이 없다는 나의 가벼운 말에도, 제 할 일 모두 미루고 달렸다.

그리고 그 우산이 없다는 나의 말이 모두 당신을 보기 위한 나의 거짓말이었다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지금의 당신은 휴대전화 너머로 들리는 신호음이 모두 끝나고, 그녀가 막무가내로 소리샘을 연결하겠다는 언포를 놓아서야 이내 전화를 내려놓는 나를 향해서 잠들었다는 미안하다는 단순하고도 명료한 이야기로 변했다.


어느 날은 나 당신에게 묻고 싶었다.

나를 사랑하느냐고.

대답하지 못하는 당신을 보며 흔들리는 내 두 눈의 초점을 들키지 않기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 알까.

이미 예견했다고 하지만, 이 시작이 분명히 남들이 보기에도 이상한 구석이 없지 않아 있다고 이야기할게 뻔하지만

그럼에도 사랑받지 못하고 있다는걸 알아버리면 역시나 마음이 아픈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당신이 뒤늦은 대답을 들려주었다.

나를 2년 동안 기다렸다고, 그리고 여전히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2년 동안 내 번호를 지운적이 없었다고. 그럼에도 연락하지 못한 건 그렇게 매몰차게 버려졌기에 다시 돌아갈 수가 없었다고. 그런데 이전처럼 우리가 다시 시작하니까 불안하고, 갑작스럽고, 과연 이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고.


그는 나를 원망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또한 2년 전 그날에 여전히 갇혀 살고 있었다.

단지 그가 변한 건 오롯이 나 때문이었고,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보호할 더욱이 두터운 방패를 만든 그뿐이었다.


여전히 나를 사랑한다 했지만 나를 기다렸다 했지만 그는 나를 원망했다.


사랑과 원망은 공존할 수 있는가.

사랑과 원망 사이에 놓인 방패를 뚫을 자신이 나에게는 존재하는가.


찰나의 순간을 그와 함께하며 웃기게도 나는 그를 사랑했었다. 아니 사랑하게 되었다.

그 사실이 지금 와서야 이렇게 큰 약점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새벽 1시.

방에 불은 모두 꺼졌지만 당신이 자꾸만 울었다.

베란다 너머 눈치 없이 흘러들어오는 조명은 우는 당신 모습을 자꾸만 가리켰다. 그게 내 마음을 저리게 했다.


내가 옆에 있기에 슬퍼지는 사람이라면, 내가 존재하기에 힘들어질 수밖에 없는 당신이라면.


우리가 사랑이 아니라면.


그날 새벽 눈물로 엉망이 된 당신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우린 두 번째 이별을 맞이했다.


다신 당신에게 돌아가지 않으리라.

그러니 당신도 이제 나를 영원히 잊어버리길 진심으로

바라는 슬픈 새벽을 꿈꾸었다.






사랑했던 당신아,
더 이상 나와의 과거에 살지를 말아.
나 없는 당신의 그 해(年)는 제법 행복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부디 과거의 나로부터 훨훨 도망쳐 날아가기를.





[ 삼재팔난 ː 저를, 여전히 사랑하실까요_3장 ]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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