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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하는 슬기 Oct 18. 2024

글쓰기는 타고난 사람이 잘한다는 착각

글쓰기와 삶의 닮은 점

어느덧 글쓰기 클래스를 운영한 지 3년을 꽉 채우고 4년 차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동안 많은 수업을 진행하며 다양한 수강생분들을 만났다. 먼저 클래스를 시작할 때 나는 수강생분들께 글쓰기를 배우려는 목적이 무엇인지, 글쓰기와 관련해서 어떤 고민이 있는지 여쭤본다. 수강생분들마다 글쓰기를 배우려는 목적과 이유는 각각 달랐만, 글쓰기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고민은 대게 비슷했다.


"글쓰기는 예전부터 어려운 거라고 생각했어요. 글 쓰는 것 차제가 두려운 것 같아요."

"주변을 보면 글 잘 쓰시는 분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저는 글쓰기에 자신감이 없어서 자신감을 키우고 싶어요."



이럴 때 나는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그 이유를 묻는데, 돌아오는 답은 이러했다.


"글쓰기는 어렸을 때부터 잘 쓰는 사람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 같았어요. 글은 애초에 타고난 재능이 있는 사람만 잘 쓸 수 있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에게 읽힐 수 있는 글을 쓰려면 뭔가 멋있는 문장을 써야 할 것 같은데, 제가 쓰는 글은 그냥 너무 평범한 일기 같더라고요.."



맞다. 수강생분들의 의견에 적극 동의한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글 쓰는 사람은 참 멋있다.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라는 꿈을 남몰래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글', '작가'라는 타이틀을 내 앞에 붙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타고난 글쓰기 재능을 주변에서 인정받은 사람이나 오랜 시간 깊은 공부를 한 사람만이 글을 쓰고, 작가라고 불리는 것 같았다. 내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이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오랜 시간 동안 브런치와 블로그를 통해 내 글을 세상에 꺼내다 보니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일어났다. 별거 없어 보이는, 평범해 보이는 나의 이야기가 다른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나는 그저 내가 겪은 경험, 내 생각, 내 감정을 글로 썼는데 그 글을 보고 사람들은 공감을 하고, 내 마음과 자신의 마음을 이어줬다. 


그제야 알게 됐다. 

'글을 쓰는 사람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게 아니구나. 나도 글을 쓰는 사람이 될 수 있겠구나.'라는 것을.

그러고 나서야 나는 '작가'라는 나의 꿈을 이 세상에 당당히 꺼낼 수 있었다. 

이러한 나의 이야기를 수강생분들께도 전해드린다.


또한, 실제로 글쓰기 클래스를 하면서 수강생분들의 글을 보고 감동받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수강생분들의 글을 읽으면서 헤헤 웃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온몸에 닭살이 돋기도 한다. 익숙한 주제일지라도 내가 미처 하지 못했던 생각들, 바라보지 못했던 시선, 이전까지 보지 못했던 표현들을 읽으며 다시 한번 확신한다.


'이 세상이 정해준 특별한 글, 특별한 작가는 따로 없다고.

나를 웃게 하고, 나를 울리고, 내 피부에 닭살을 돋게 하는, 이 글을 쓴 사람이 곧 나의 작가라고.'



이 세상이 말하는 최고의 작가일지라도 내 마음에 닿지 않으면 나의 작가는 아니다. 그러므로, '나의 글과 나'는 누군가에게 '그의 작품, 그의 작가'가 될 수 있다.   



예전부터 지금까지 가끔 듣는 말이 있다.

"소설을 잘 써야 진짜 작가지."

"신문문예에 등단을 해야 정말 실력 있는 작가 아닌가?"


사실 나도 위와 같은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몇 년 전에는 사람들에게 직업을 말해야 할 때, "글 쓰는 사람입니다."라고 말하지 않았던 적도 있었다. 나 스스로 '직업으로서의 작가'는 '소설이나 시' 같은 정통 문학을 하는 사람만 해당한다고 여겼던 것이다. 


그러던 중 '에세이를 쓰면 작가가 아닌가?'라는 의문이 계속해서 들었다. 그런데 나만 돌아보더라도 중고등학교 때나 성인이 후에 내가 무척 좋아했고, 감수성에 가장 영향을 끼친 책은 에세이였다. 소설, 시만이 다른 이의 마음을 움직일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오랫동안 해왔기 때문에 당연시되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것'이 정답은 아니었다. 


나는 내가 좋아하고, 내가 잘 쓸 있는 '나의 글'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의 이런 글을 좋아해 주시고, 찾아주시는, 나를 '작가'라고 불러주는 '나의 독자'가 있는 것이다.






글쓰기 수업을 시작할 때 수강생분들께 항상 이 말씀드린다.

"이제부터 배우는 글쓰기가 어렵게 느껴지는 내가 못해서가 아니에요.

지금까지 해봤기 때문에 낯설어서 어려운 거지, 내가 정말 못하는 게 아니에요.

낯설어서 어려운 거랑 못 하는 거랑 헷갈려서는 안 돼요.


글쓰기를 배우다 보면 글쓰기라는 한 가지의 영역 안에서도 각자 잘할 수 있는 것은 달라요. 

누구는 제목을 잘 짓고, 누구는 글의 시작 부분을 잘 쓰고, 누구는 묘사를 잘해요.

이제부터 우리는 내가 뭘 잘하는지 찾아갈 거예요.

마지막으로 제가 확신할게요.

각자 잘하는 것은 무조건 있어요. 

그러니까 그냥 써주세요. 있는 그대로, 나를 써주세요."



이 말을 이 글을 읽고 있을 나의 독자분들, 당신에게 '글쓰기'가 아닌 '삶'으로 바꾸어 이야기하고 싶다.

"모두 처음 살아보는 삶이기에 낯설어서 어려운 거지 우리가 정말 못 하는 게 아니에요.

삶 속에서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은 무조건 있어요.


당신을 세상에 보여주면, 

당신알아보는 당신만의 독자를,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는 당신만의 작가를 만날 수 있을 거예요."






★본 브런치 북은 매주 금요일에 연재됩니다.



저의 독자가 되어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독자분들의 작가가 되기 위해 부단히 쓰고, 또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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