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고, 낳고, 나아가기
내 눈앞의 의사 선생님은 내게 “전 절제 하실 건가요, 부분 절제 하실 건가요?”라고 묻고 있었다. 대면한 지 불과 1분도 되지 않았는데. 나에게 태연히 닥친 질문에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걸 제가 정하는 건가요?”라고 되물었다. “네"라는 담백한 대답.
'아니 이건 너무 큰 결정인데요. 저에게 자꾸 왜 이러시는 거죠?'라는 목소리가 내 안에서만 울려 퍼졌다. 진료실 안에서의 나는 열 번, 스무 번 접힌 종이 같다.
평생을 함께 할 것이라 생각해 온 내 몸의 일부를 모두 들어낼 것인지, 종양이 발견된 부분만 일부 잘라낼 것 인지에 대한 결정을 지금 당장 하기란 너무나 곤란했다. 내 몸이니 내가 결정해야 하는 것이 이성적으로는 맞는 이야기이지만, 막상 그것을 직접 결정하려니 ‘터무니없게’ 느껴졌다. 나는 건강검진 결과를 받아 든 3개월 전부터 계속 터무니없는 상태에 직면해 오고 있다.
나는 지금 연속으로 날아오는 어퍼컷에 쓰러지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스스로 이런 선택을 해 본 적이 있었던가? 스스로 무언가를 결정하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