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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에는 보상이 필요하다

by 일로

Menu 29. 실수에는 보상이 필요하다



혹시 몇 년 전에 방송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보신 분? 외식사업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위기의 자영업자들에게 솔루션을 제공했던 그 프로 말이다. 사실 나는 안 봤다. 다른 이유는 없고 솔루션 프로그램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동종업계 종사자이다 보니 그가 어떤 이야기를 해줄까 궁금해 딱 한 번 봤다. 서울 필동 골목의 즉석 떡볶이집이 배경이더라.


백종원 대표는 그날 혼자서 가게 영업을 하며 운영 노하우를 전수했다. 테이블 다섯 개, 총 13인분의 음식을 단 15분 만에 만들어 냈다. 요는 음식을 만드는 공정을 효율적으로 단축하라는 것이었다. 밑바닥부터 갈고닦아온 사람은 다르구나, 감탄하던 차에 그가 실수를 저질렀다. 4인 일행이 주문한 즉석 떡볶이에 떡을 넣지 않은 것이다. 그는 바로 떡을 내주면서 “이벤트에 당첨되셨습니다!” 라며 서비스로 콜라를 대접했다.


그 장면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자신의 실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응대해야 하는지 보여줬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한 장면이었다. 물론 어떤 경우에도 실수하지 않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누가 모르겠는가. 그럼에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게 모든 음식점의 문제다. 음식 장사를 하면 실수는 늘 따라오기 마련이다. 한 번에 여러 가지 일들을 동시에 해 내야 하는 직업 환경상 미처 체크하지 못한 일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키오스크의 도움을 받는다 해도 마찬가지다. 어쨌거나 일은 사람이 한다.


결국 실수를 슬기롭게 수습하는 것도 중요한 능력이다. 답은 정해져 있다. 실수를 빠르게 인정하고 그 즉시 조치하는 것이다. 어떻게? 손님이 원하는 바대로. 이는 내 서빙 원칙이기도 하다. 아예 반사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매뉴얼로 만들어 수시로 익혔다. 거창해 보이지만 별 거 없다. 우선 최대한 정중하게 죄송합니다,라고 말한다. 그다음 제일 먼저 해당 테이블의 문제를 해결한다. 이 경우 신속한 일처리가 생명이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자. 가게가 열리자마자 들어가서 주문을 했는데 한참 뒤에 온 손님이 식사를 다 마치고 먼저 나간다면 기분이 어떨까? 실수로 만들다 만 음식을 테이블에 덩그러니 놓아 둔 채로 말이다.


안타깝게도 이렇게까지 일처리를 하는 업소가 생각보다 많지는 않다. 이해는 한다.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좀처럼 입에서 떨어지지 않겠지. 좀 과하다 싶은 요구도 왕왕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손님과의 논쟁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 이런 일처리는 스스로를 더 괴롭게 한다. 누군가를 탓하거나, 누군가에게 하소연하지 마라. 어디까지나 내 실수니까. 고든램지의 표현을 빌려 말하자면 이 경우는 어디까지나 “자신의 신발끈에 밟혀 넘어진 셈”이다. 내가 저지른 실수를 손님이 이해하고 감내할 의무는 없다. 이 맥락에 한해서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은 정중한 사과뿐이다.


진심을 담은 사과와 조치를 마쳤다면? 여기에 약간의 보상을 더하자. 위에서 얘기한 백종원 대표가 좋은 예시다. 그렇다고 모든 경우에 서비스가 제공돼야 하는가? 당연히 아니다. 모든 일에는 정도의 차이라는 것이 있다. 만일 당신이 손님이 추가로 주문한 콜라를 깜빡하고 제공하지 않았다면 “죄송합니다”하고 바로 건네면 끝이다. 하지만 엉뚱한 메뉴를 내놨거나, 그 메뉴에 뭔가가 빠졌거나, 손님의 요구사항이 온전히 반영되지 않았거나, 식사 제공이 20분 이상 지체됐다면 응당한 보상을 할 필요가 있다.


나의 경우 음식이 늦게 나왔거나, 오주문이 발생했다면 손님에게 식사를 새로 내드릴지 우선 묻는다. 그다음에는 아까는 죄송했다며 드시고 싶은 사이드메뉴나 음료가 있는지 묻고, 이를 제공한다. 이미 식사를 해서 부담스러운 눈치라면 쿠폰을 추가로 적립한다. 그마저도 괜찮다고 대답한다면 손님의 인상착의, 당시 주문한 메뉴를 기억해 놓는다. 그리고 다음에 손님이 방문했을 때 당시의 기호를 반영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안타깝게도 서비스를 거절할 경우 손님의 재방문 가능성은 낮다. 오히려 그렇기에 손님이 다시 방문했다면 감사할 일이다.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주었으니까.


물론 보상엔 비용이 든다. 모든 것이 비용인 자영업자에게는 이 또한 압박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렇다고 보상을 하지 않고 그냥 묻어가는 게 슬기로운 선택인가? 그렇지 않다. 정 떨어지는 가게의 여러 유형 중 최악은 자신이 저지른 실수와 그 비용을 손님에게 슬쩍 떠넘기는 것이다. 손님에게 아깝다는 티를 온몸으로 내는 경우도 똑같다. 이는 (가게의 상업적 능력과는 별개로) 매장 책임자들에 대한 인간적 실망을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실망스러운 인간과는 말도 섞기 싫은 게 인지상정. 이런 가게가 오래간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근데 아까운 걸 어쩌냐고? 우리 가게는 사소한 실수(메뉴 누락, 오주문)가 주문 70건 당 1회, 큰 실수(3만 원 상당의 배달사고)는 약 300~500건 당 1회 꼴로 발생해 여기에 맞게 보상비용을 아예 따로 잡아 놓는다. 이러면 차라리 마음이 편하다. 이 비용마저도 아까우면 다른 부대비용 몇 만원을 더 아끼면 된다. 정 안 되면 내가 커피 몇 잔 덜 마시면 될 일이다. 그마저도 어렵다면 가게는 이미 돌이키기 힘들 정도로 기울어가고 있는지 모른다. 부디 그런 상황이 아니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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