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관종입니다.
어렸을 적 나는 친구들 사이에서 관심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한 번은 학급 반장을 뽑는데, 어떤 남자아이가 손을 들더니 대뜸 나를 추천하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별일도 아니지만, 그 당시에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결국은 얼굴이 홍당무처럼 달아올라 기권을 하겠다고 말하고, 급히 화장실을 다녀오겠다고 한 기억이 난다.
내 이름이 거론되자 앞뒤 할 것 없이 일제히 나를 보는 친구들의 시선이 당시에는 너무도 부담스러웠다. 뭘 잘못하지도 않았는데 죄인 인양 종일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왜 그랬던 걸까, 생각해보면 오히려 주목받고 싶은 속마음과는 달리 자신감이 현저히 떨어져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주목받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게 아니라, 스스로가 주목받을 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다. 나 자신이 생각하는 합당한 주목이 아니라고 느끼면 어느새 숨게 되는 거다. 왜냐하면 그 시절의 나는 반장을 할 정도로 공부를 잘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반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대 후반, 취미 삼아 처음으로 배운 방송 댄스 덕에 나의 잠자고 있던 관종끼(?)를 발견하게 됐다.
그 당시 방송 댄스 선생님께서는 여러 TV 프로그램에 출연도 하시고, 나름 유명하신 분이었다. 그래서 축제나 행사 무대에 공연을 많이 하러 다니셨고, 선생님의 권유로 그 무대에 설 기회가 생긴 것이다.
계룡시에서 하는 군문화 축제였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큰 무대여서 걱정이 앞섰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키가 작은 탓에 무대 앞쪽에 자리를 배정받는 바람에 부담감은 더욱 커졌다.
부담이 큰 만큼 밤낮으로 참 열심히도 연습했던 것 같다. 혹시나 무대에서 안무를 틀리진 않을까, 높은 구두를 신고 추다 넘어지진 않을까 내내 걱정이 끊이질 않았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런 걱정이 들면서도 막상 내 기분은 항상 뭔가 들떠있는 상태였다. 정말 내가 아이돌이라도 된 양, 그 긴장감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그리고 오랜 연습 끝에 떨리는 마음으로 드디어 무대에 올랐다. 대형 스피커에서 전주가 시작되는 동시에 춤을 췄고 4분가량의 노래가 끝날 때까지 안무를 틀리지 않고 무사히 무대를 마칠 수 있었다.
무대가 끝나고 사람들의 박수 소리를 듣는데 정말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었다. 찰나였지만, 뭔가 뿌듯하면서 뭉클하고 설레는 감정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었다.
그 후로 다른 행사에서 몇 번의 공연을 더 하게 됐고, 코로나가 터진 이후로는 한 번도 무대에 설 일이 없었다.
지금은 내 인생에 있어 손에 꼽는 추억이 돼 버렸지만, 그때 그 경험은 내게 생각보다 많은 것을 일깨워줬다. 평소에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하는 일은 고사하고, 어떤 것을 완벽히 잘 해내고 싶다는 생각은 더더욱 해보질 않았던 나에겐, 정말 잊을 수 없는 값진 경험이었다.
그리고 나는 사람들에게 주목받기를 좋아한다는 사실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이 스스로 준비가 되어 있을 때만인 것은 여전하다.
춤을 추게 된 계기로 나의 욕구를 다시 한번 살필 수 있었고,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글 쓰는 일 또한 욕심을 갖고 시작하게 되었다. 무언가를 잘 해내고 싶다는 이 귀중한 마음을 잊지 않고, 여전히 가끔만 주목받고 싶은 내 삶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