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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쓴이 Oct 21. 2022

가끔만 주목받고 싶어

소심한 관종입니다.

어렸을  나는 친구들 사이에서 관심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한 번은 학급 반장을 뽑는데, 어떤 남자아이가 손을 들더니 대뜸 나를 추천하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별일도 아니지만, 그 당시에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결국은 얼굴이 홍당무처럼 달아올라 기권을 하겠다고 말하고, 급히 화장실을 다녀오겠다고 한 기억이 난다.

내 이름이 거론되자 앞뒤 할 것 없이 일제히 나를 보는 친구들의 시선이 당시에는 너무도 부담스러웠다. 뭘 잘못하지도 않았는데 죄인 인양 종일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왜 그랬던 걸까, 생각해보면 오히려 주목받고 싶은 속마음과는 달리 자신감이 현저히 떨어져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주목받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게 아니라, 스스로가 주목받을 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다. 나 자신이 생각하는 합당한 주목이 아니라고 느끼면 어느새 숨게 되는 거다. 왜냐하면 그 시절의 나는 반장을 할 정도로 공부를 잘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반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대 후반, 취미 삼아 처음으로 배운 방송 댄스 덕에 나의 잠자고 있던 관종끼(?)를 발견하게 됐다.

 당시 방송 댄스 선생님께서는 여러 TV 프로그램에 출연도 하시고, 나름 유명하신 분이었다. 그래서 축제나 행사 무대에 공연을 많이 하러 다니셨고, 선생님의 권유로  무대에  기회가 생긴 것이다.

계룡시에서 하는 군문화 축제였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무대여서 걱정이 앞섰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키가 작은 탓에 무대 앞쪽에 자리를 배정받는 바람에 부담감은 더욱 커졌다.

부담이  만큼 밤낮으로  열심히도 연습했던  같다. 혹시나 무대에서 안무를 틀리진 않을까, 높은 구두를 신고 추다 넘어지진 않을까 내내 걱정이 끊이질 않았다.

그런데 이상한  그런 걱정이 들면서도 막상  기분은 항상 뭔가 들떠있는 상태였다. 정말 내가 아이돌이라도  ,  긴장감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그리고 오랜 연습 끝에 떨리는 마음으로 드디어 무대에 올랐다. 대형 스피커에서 전주가 시작되는 동시에 춤을 췄고 4분가량의 노래가 끝날 때까지 안무를 틀리지 않고 무사히 무대를 마칠  있었다.

무대가 끝나고 사람들의 박수 소리를 듣는데 정말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었다. 찰나였지만, 뭔가 뿌듯하면서 뭉클하고 설레는 감정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었다.

 후로 다른 행사에서  번의 공연을  하게 됐고, 코로나가 터진 이후로는  번도 무대에  일이 없었다.

지금은  인생에 있어 손에 꼽는 추억이  버렸지만, 그때  경험은 내게 생각보다 많은 것을 일깨워줬다. 평소에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하는 일은 고사하고, 어떤 것을 완벽히  해내고 싶다는 생각은 더더욱 해보질 않았던 나에겐, 정말 잊을  없는 값진 경험이었다.

그리고 나는 사람들에게 주목받기를 좋아한다는 사실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이 스스로 준비가 되어 있을 때만인 것은 여전하다.

춤을 추게 된 계기로 나의 욕구를 다시 한번 살필 수 있었고,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글 쓰는 일 또한 욕심을 갖고 시작하게 되었다. 무언가를 잘 해내고 싶다는 이 귀중한 마음을 잊지 않고, 여전히 가끔만 주목받고 싶은 내 삶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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