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잘 살고 있다.
두 가지의 언뜻 비슷하면서도 다른 질문을 받았을 때의 느낌은 확실히 다르다.
잘 지내?라는 질문에는 한 번도 잘 못 지내고 있다고 대답한 적이 없다.
반면 잘 살고 있니?라는 질문에는 딱히 시원스러운 대답이 나오지 않는 게 사실이다.
최근에 내 인생의 딜레마가 여기서 온 게 아닐까 싶다. 나는 잘 살고 있는가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나름대로 잘 보내고 있던 나의 소중한 일상마저 망각했다. 잘 산다는 것의 기준도 제대로 정하지 않은 채 말이다.
나는 최근에 글을 쓰기 위해 퇴사를 했고, 매일은 아니지만 일찍 일어나는 날이면 아침 운동을 한다.
점심엔 보통 카페에 가서 이런저런 글을 쓴다.
그리고 가끔 친구들을 만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수다도 떤다. 월. 수. 금 저녁에는 방송댄스를 배우러 다닌다. 그리 많은 양의 독서는 아니지만 자주 책을 펼치며, 좋아하는 구절을 노트에 적기도 하고 주말엔 넷플릭스로 보고 싶은 영화를 본다. 자기 전에는 유튜브를 잠깐 보고 하루를 정리하는 일기도 쓴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어디 하나 흠잡을 것 없는 나의 일상이다!
그런데 최근에 나는 정말 잘 살고 있는 걸까?라는 스스로의 물음에 대답을 못 하고 한없이 우울해지는 날이 많았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선택하지 못하고 갈피를 못 잡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점점 불안해지고 초조해졌다.
하루를 살아도 그저 즐겁게 살아야 한다는 인생의 모토가 흔들리기 시작하니, 한순간에 나의 모든 가치관이 의심되기 시작했다. 결국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고, 이루지 못할 것 같은 꿈 앞에서 지레 겁을 먹고 또 다른 도망을 꿈꾸는 중이 아닐까, 하면서 말이다.
나의 불안함이 나의 뿌리까지 뽑아버리기 전에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의 시작이 브런치 작가를 신청하는 일이었다.
사실 돈이 떨어지면 다시 일을 하면 된다. 물론 나이가 있어 취직이 수월하진 않겠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리고 일을 하면서도 얼마든지 글은 쓸 수 있다. 이 단순한 논리를 불안한 나 자신이 자꾸 편협한 생각으로 외면한 것 같다.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서 한없이 심각해질 필요가 없는데 말이다.
일을 할 때도, 일을 하지 않을 때도 일상을 열심히 지내왔듯이, 그저 내 삶 자체를 게을리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지내는 것과 잘 사는 것은 별개의 문제인 양, 그동안 삶에 대해 너무 거창하게만 생각했던 것이 되려 나 자신을 옭아맸던 게 아닐까 싶다.
작지만 작지 않은 일들을 하나씩 실천하고 책임지면서 현실과 이상의 교집합을 만들어가 보기로 했다.
결국 잘 지내는 것이야말로 잘 사는 것임을 잊지 않고 인생을 너무 무거운 숙제처럼 여기지 않는 것이 앞으로의 내 몫인 것 같다.
나를 믿고 묵묵히 현실을 살아가다 보면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이상 안에서 비로소 행복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결국 꿈이라는 게 현실 같지 않은 현실을 만들어가는 것 아니겠는가!
이제는 누군가의 잘 살고 있니?라는 질문에도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잘 지내고 있으니 잘 살고 있는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