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슈팅달 Dec 01. 2021

여사님, 오늘은 기분이 어떠세요?

EP 16. 간병인 눈치 보기

 

오늘도 여사님을 위해서 부추전을 만들었다. 

여사님이 어제 기분이 좀 안 좋으셨는지, 엄마가 계속 눈치를 보고 계셨다.      


“여사님한테 내가 참 미안해..... 고마워요. 여사님”      


엄마가 통화 시작부터 이런 말씀을 하시면,     


‘아. 여사님이 기분이 안 좋으시구나...’      


그래서 난 지금 부추전을 만들고 있다. 

저번 주에 담근 알타리김치가 약간 익은 듯해서 부추전과 같이 드시라고 가져다 드릴 생각이다.

그럼 여사님 기분이 좀 나아져서 엄마한테 잘해주시겠지? 싶어서...     


“여사님~ 힘드시죠? 드시고 싶은 거 있으세요?”      


따님은 신경 쓰지 말라고 하지만 

엄마에게 필요한 소품들을 가져다 드릴 때,

매번 과일이며 과자. 밀키트 같은 걸 넣어서 드리고 있다.

그래야 여사님이 기분이 좋아서, 엄마한테 친절하게 잘해주실 테니까...        


여사님과는 3월부터 함께 했다. 

첫 여사님을 잘못 만나 엄마의 욕창이 죽음까지 몰고 갔으니... 

이 여사님은 크로스 체크가 필요했다.  


요양병원 간호사와 의사에게 계속 엄마와 간병인의 관계에 대해 물었다.

보호자는 병원 출입 자체가 안되니, 지켜보는 눈이 많을수록 어떤 분인지 알 수 있을 테니까.     


“인품도 좋고, 성격도 활달하시고, 밤에도 2시간에 한 번 씩 욕창 때문에 체위변경을 해주십니다. 병원에서 이런 분 흔하지 않습니다! "     


다행히 이런 얘기를 여러 번 들었기에, 안심을 했다. 

하지만 여사님도 사람인데, 가끔 가다가 짜증을 한 번 내면...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여사님의 목소리에 참 예민해진다. 


쌀쌀맞게 대답도 안 하시면 엄마한테 오죽하겠나? 

엄마가 주눅 들어서 불편하실 텐데. 

그럼 진짜 안되는데... 우리 엄마 어떡해.....     

그래서 난 매일 여사님의 눈치를 본다. 


그리고 여사님께 꼭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라고 인사를 한다.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말이지만, 어제 같은 때는 일부로라도 더 많이! 크게! 살갑게! 

이게 보호자의 숙명인가 보다. 




"추워. 내 온돌방에 누워 있고 싶어. 뜨거운 물에 담그고 싶다!"   


왜 안 그렇겠는가. 엄마의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안돼 어머니. 지금 여기 더워서 난리요! 간병인들 죄다 여름옷 꺼내 입었소!"    


엄마 옆에 있던 여사님의 구수한 연변 사투리가 흘러나왔다. 

여사님들이야 움직이니까 덥겠지만

누워있는 노인환자들은 꼼짝도 못 하니. 혈액순환이 안돼서 추울 수도 있었다.      


"여사님. 엄마가 춥다고 하니까 담요 좀 덮어주세요."

"저번에 사 온 조끼 입었잖소! 우리 어머니 땀띠 나서 욕창으로 번지면 어찌할라 그러오? "


대화 끝!      


내가 엄마를 돌볼 수 없으니. 간병하시는 여사님 맘대로 하는 게 맞다. 

그래... 욕창 생기면 어쩔 거야...     


"잘 좀 부탁드려요. 여사님.엄마, 추워도 참어. 여사님 얘기처럼 욕창이 더 무서워..."

"맞어. 여사님 미안해요."     


아....

대화의 대부분은 이런 식이다. 

여사님이 짜증 내기 시작하시면 

그 뒷감당은 엄마가 해야 하기 때문에, 이 정도로 마무리 짓는다.

거액의 돈을 주며 고용한 개인간병도 이렇게 눈치가 보이는데, 

병원의 공동간병은 얼마나 더 심할 것인가....     

담당의사에게 상담을 했다.


"노인환자들 모두의 소원은 집 가고 싶다예요.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마세요. 집 가시면 더 위험합니다. "     


의사는 엄마의 말에 너무 일희일비하지 말라라고 얘기해줬다. 

매일 해야 하는 욕창 소독과 소변줄 소독은 어떻게 할 것이며, 

재활치료를 급성기 때 운동을 많이 해야 

식사도 제대로 하고 

대 소변도 가릴 수 있는데 

무턱대고 집에 가면 온 몸이 굳는다고 했다.      


엄마의 소원을 따라서 집으로 오는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다. 

그게 더 큰 일이니까.

하지만... 

영상통화로 보는 엄마의 간절한 눈빛은 가슴이 미어진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병원비. 간병비 따박따박 송금하는 것~

아침 점심 저녁으로 전화 통화해서 엄마에게 안부 묻는 것~ 

매일 드시는 수십 개의 약을 타기 위해 병원에 다녀오는 것~ 
딱 그 정도다.      




지난달. 엄마가 패혈증으로 대학병원에 입원해 계셔서, 

간병인과 교대로 엄마를 돌볼 시간이 생겼었다. 

8개월 만에 처음으로 엄마와 속에 있는 말을 할 시간이었다. 

그동안은 스피커폰에 영상통화로 하니 병실 사람이 모두 우리의 대화를 들었고, 

또 가족면회는 일주일에 딱 8분, 간호사 간병인 입회 하에 마스크 쓰고 유리벽 너머로 얘기를 해야 하니, 

우리만에 진짜 중요한 얘기들은 할 수가 없다.      

여하튼. 엄마에게 처음으로 여사님에 대해 물었다.  

    

"화가 많아. 어쩔 땐 욕도 해!"

"엄마한테?"

"짜증이 많아"

"여사님. 바꿀까?"

"그러지 마. 잘해줘"     


우리의 조용한 대화를 병실 안의 또 다른 간병인이 듣고 전했나 보다. (간병인은 간병인 편!)

갑자기 여사님이 관두겠다고 전화를 걸어왔다.  

이건 또 뭔 일인가 싶어서.

여사님이 좋아하는 음식을 바리바리 싸 가지고. 또 봉투에 용돈도 넣어 찾아갔다.      


"여사님 밖에 없어요. 제가 뭐 잘못했나요?"

"좀 슀다가 중국 들어갈까 생각 중이오"

"엄마 회복되시면, 같이 여행도 다니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닐 생각하고 있었다고요. 여사님 절대 그런 말씀 하시 마세요!"    


겨우, 30여분 얘기를 하면서 여사님을 달랬다.

여사님은 자신을 신뢰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었었나 보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예전처럼...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엄마는 여사님의 돌봄에 익숙해지고. 

나도 여사님의 눈치를 보면서 생활을 하고 있다.     


뭐가 맞는지 모르겠다. 

인생이 참 아이러니한 것 같다.

엄마의 가족. 가깝고 친했던 친구. 교회 식구들은 만날 수 없다. 

병원에서 격리가 된 채, 

생전 처음 보는 외국동포의 눈치를 보며  

엄마의 노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 

참 씁쓸하다.      

그러나 

중요한 건!!

좋은 여사님을 만났기에

엄마의 건강이 점점 회복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난 부추전을 포장해서 여사님께 가져다 드렸다.      


"여사님.... 엄마, 오늘도 잘 부탁합니다. 감사해요~" 





이전 15화 아버지의 땅을 상속받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