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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일락 Oct 25. 2024

이렇게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

오랫 동안 스스로를 바꾸려 애쓰며 살아 왔다. 이전 회사의 동기는 ‘그럴 수 있지’라는 말을 버릇처럼 하던 사람이었다. 늘 허허 웃으며 지내는 그를 보며 여러 번 그의 말을 발음해 봤다. 그렇지만 몇 번만 되뇌어도 ‘그럴 수 있지’는 금세 내 안에서 ‘그럴 순 없어’로 모습을 바꾸곤 했다. 


무엇 하나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사람. 그러려니 하고 넘긴 날은 밤잠을 못 이루는 사람. 걸린 부분을 바로잡고 나서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는 사람. 그게 나였다. 차분해 보이는 내 속에는 뾰족한 압정이 하나 들어 있었다. 그 압정은 무엇에 부딪힐 때마다 “싫어!”라고 있는 힘껏 소리를 냈다. 


‘이렇게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몇 년 전에야 들었다. 싫은 건 그냥 싫어해도 괜찮은 것 아닐까. 싫어하는 걸 좋아하려 노력하는 에너지를 좋아하는 걸 더 좋아하는 데 쓰면 안 될까. 그리고 결심했다. 싫어하는 걸 마음껏 싫어하는 ‘프로불평러’가 되기로. 단, 싫어하는 마음을 주변에 아무렇게나 늘어놓는 ‘불평꾼’은 되지 않기로.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좋은 점도 많았다. 제일 좋은 건 좋아하는 것을 더 아끼게 된다는 것. 내겐 흔치 않은 일이라는 걸 알기에, 좋은 걸 발견하면 온몸의 세포가 열리는 듯 기뻐했다. 잊고 싶지 않아 더듬거리며 썼다. 이건 이래서 이만큼 좋았다고. 


이 책은 싫어하는 것 투성이인 사람이 사랑한 것들에 관한 이야기다. 망원동 방앗간에서 만나 가족이 된 고양이, 어릴 적 놀이터였던 부모님의 금은방, 주말이면 삼선 슬리퍼 차림으로 오가던 제주의 작은 골목, 마음껏 혼자이던 시절을 지나 품고 낳은 아이. 제목에 사랑이라는 말을 썼지만, 사실 달콤한 연애 이야기는 많지 않다. 일하고 만나고 대화하고 놀고 여행하는 이야기가 모여 있다. ‘사랑 이야기’보다는 ‘사는 이야기’에 더 가까울지 모르지만 꼭 사랑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었다. 어지간해서는 마음을 주지 않는 내가 아낌없이 마음을 쓴 것들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좋은 점 한 가지를 떠올리는 것보다 싫은 점 열 가지를 헤아리는 게 더 편한 사람, 싫어하는 마음을 숨기려 애쓰다 좋아하는 마음까지 잃어버리게 된 사람. 그런 사람에게 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묶었다. 겉으로는 한없이 평온해 보여도 속은 끝없이 뾰족한 사람이 여기 있다고. 싫어하는 게 많은 사람도 얼마든지 웃고 사랑하며 살 수 있다고. 글뭉치를 핑계로 이런 말을 건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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