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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상자 Nov 01. 2020

아빠의 메시지


아빠와 엄마는 두 분 다 글씨를 잘 썼다. 그 덕인지 나도 글씨를 잘 쓰는 편이었는데, 컴퓨터에 익숙해서 글씨 쓸 일이 거의 없다 보니, 지금은 글씨가 너무 이상해졌다.


기록은 정말 중요한 거다. 아이가 커서 나중에 내 기록을 본다면,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느끼면 좋겠다. 조금이라도 내 마음이 전달되길.



| 화이트보드의 메모


내 방에는 작은 화이트보드가 있었다. 어릴 때부터 공부할 때 강의하듯이 하는 습관이 있어서 그것을 활용했다. 그때의 습관이 강사 인생을 살아갈 용기를 준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대학을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정신없이 바빴던 나는, 새벽에 나가 늦은 밤에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 잦았다. 아빠와 마주칠 일이 적어지면서 아빠는 그곳에 가끔 메모를 남기곤 했다. 지금처럼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사진 찍기가 쉬웠다면, 그 메모를 거의 다 찍어놨을 텐데 너무 아쉽다.



| 쪽지처럼 접은 편지


화이트보드에 쓴 메모보다 많은 내용을 써야 할 때면 아빠는 내게 편지를 썼다. 집에 돌아다니는 안 쓰는 공책에 내용을 적어 딱지처럼 접어 내 방에 뒀다. 모두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몇 장은 가지고 있다. 가끔 아빠가 너무 보고 싶은 날엔 풀어서 읽는다. 읽을 때마다 끝까지 읽기도 전에 울어버지만.


"아빠가, 딸에게"라고 써 있는 편지. 다시 한번 받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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