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내 머리를 감겨주었으면 좋겠어요.

소녀와 소년이 만났을 때

by 여미

상상하는 게 취미인 나는

오늘도 달콤한 상상을 해버렸어요.


우리 중에 누군가가 용기를 내서

사랑을 시작한다면,

그런 날이 온다면

부탁 하나 하고 싶어요.


언젠가 당신이 내 머리를 감겨주었으면 좋겠어요.


여자 머리도 묶어본 적이 없을 것 같은

그대의 어색하고 서툰 손길이

얼마나 사랑스러울지 궁금해요.


말 한마디에도

조심스럽고 섬세한 그대가

내 긴 머리를 잡고

얼마나 오랫동안

다정하게 빗어줄지 궁금해요.


이렇게 잡아도 이상하고

저렇게 잡아도 이상해서

자꾸 나한테 어떤 게 편한지 묻는

당신의 모습이,

나를 평생 시를 쓰는 소녀로 만들 것이고

그대는 순수한 소년으로 돌아갈 테니까요.


머리를 감겨주면서,

당신도 나도

사랑에 취해버리고 말 거예요.

더 깊이 빠져버리고 말 거예요.

그러니 내 옆에 계속 머물러주세요.


그리 큰 부탁도 아닌데,

지금은 닿지 않는 그대를 갈망하고 있으니

어느새 소원이 되어버렸어요.

노을이 지는 하늘을 보며

저도 모르게 이렇게 속삭이고 있었으니까요.


당신이 내 머리를 감겨주었으면 좋겠어요.



글 여미

커버사진 여미

인스타그램 @yeomi_writer

yeoulhan@nate.com


내 소원, 들어주실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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