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밤

고요한 당신이 있는 밤

by 여미

서울의 밤은 고요해요.

매일 밤 9시 40분쯤, 창밖을 보곤 해요.

그때쯤이면 저는 밥을 차려먹고, 설거지를 하고, 테이블에 앉아 오렌지색 작은 등을 켜놓고

루이보스 차 한잔 끓여놓고 글을 쓸 시간이기 때문이에요.

내 마음도 고요해지고 있어요.

따뜻한 차를 마시고 있어서 일까요.

혹은 지금 김동률의 노래를 듣고 있어서 일까요,

그것도 아니면

호수 같이 차분한 당신을

떠올려서 일까요.


유리창 너머의 세상을 보아요.

눈이 좋지 않아 자동차 라이트가 전부 반딧불이처럼 보여요.

노란색, 빨간색, 초록색 반딧불이가 어디론가 가고 있어요.

어디들 그리 가시는지요.

차 안에는 누가 타고 있을까요.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직장인일까요.

갓 사귀기 시작한 연인일까요.

아이를 태우고 집으로 돌아가는 젊은 신혼부부일까요.

어떤 음악과 어떤 라디오와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는 걸까요.

상상을 해보곤 해요.

잘 상상은 안되지만, 그래도 상상해봐요.

남들의 일상이 궁금해요.

그리고 내가 제일 궁금해하는 한 사람의 일상이 있어요.

아직은 내가 섣불리 다가갈 수 없어요.

이렇게 창밖 세상을 바라보기만 하는 것처럼,

우린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니까요.


오늘은 비가 내렸어요. 그것도 하루 종일이요.

그래서 도로는 모두 축축하게 젖어 있어요.

반딧불이도 물 먹은 수채화처럼

평소보다 더 크게 번지고 있었어요.

안경을 쓰면 달달한 상상들이 모두 깨질 것 같아서 쓰지 않았어요.

달달한 상상 끝에는

항상 당신이 있었어요.

그래서 더 깨기 싫었어요.

문득 내가 왜 당신을 좋아하나,

생각했더니

당신은 서울의 밤처럼,

따뜻한 차처럼,

김동률의 목소리처럼

고요하기 때문이었어요.


글 여미

커버사진 여미

여미의 인스타그램 @yeomi_writer

yeoulhan@nate.com


현실은 차가워도

우리 따뜻해야 해요.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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