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는 말

by 여미

초가을이 시작되었던 때였습니다.

그의 눈빛에는

수수한 낙엽들이 한가득 담겨 있었고,

나는 그 낙엽들의 바스락 거림을 사랑하고 있었을 때

내 손을 잡는 그의 손에서

기분 좋은 비누향을 맡았습니다.

그의 바뀐 헤어스타일 때문인지,

가을의 설레는 냄새 때문인지,

차가워진 입술을 포근하게 해주고 싶어서인지,

우연히 따라온 비누의 흔적 때문인지,

그날따라

그를 에워싸는 모든 것들이 사랑스러워 보여서

행복했습니다.


나홀로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을 때

내 목소리를 듣고 싶다며

걸려온 전화에

그림이 영원히 잘 그려지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습니다.

그의 존재가, 나의 존재를

새 하얀 도화지에 그려내고 있었으니

내가 무얼 하든, 무엇을 이루지 못하든

계속 행복할 것 같아서,

그래서 더 행복했습니다.


시시때때로

좋아하는 음악을 들었을 때,

그의 눈빛과

그의 향기와

그의 포근함이 함께 따라오면서

나를 안정되게 하고

나를 위로하게 하고

나를 응원하게 하므로

참 행복했습니다.


아쉽게도,

나는 아직 고맙다는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 쉽고도 간단한 말을,

아마 영원히 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글/그림 여미

여미의 인스타그램 @yeomi_writer

yeoulhan@nate.com


곁에 있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 해보는 거 어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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