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에 교실에 조명이 켜져 있을 때 끄는 사람은? 교장이다. 그 이유는? 절약의 모범을 보이기 위해? 학교 전체 살림을 책임지다 보니 그렇게 됐을 것이다.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해 계실 때 일이다. 원장이 순회하며 수간호사에게 당부하는 이야기를 옆에서 들었다. “창문 좀 잘 닫아주세요. 우리 환자들은 따뜻하게 해줘야 하지만 시내까지 따뜻하게 해 줄 수는 없잖아요.”
방학 동안 연수를 받았다. 지역대학교에서 10일간 받았는데 가장 부러웠던 것이 난방이었다. 지난해 교실에서 추위에 떨었던 억울함이 떠올라 ‘이렇게 따뜻하게 해도 되나?’ 하는 심술까지 날 정도였다. 화장실에 온수가 나오는 것은 부러움의 극치였고. 한두 명 공부하고 있던 강의실에도 난방이 되고 있음은 물론 빈 강의실에도 난방이 되고 있었다. 물론 조명도 밝게 되어 있었고, 복도도 밖이 환한데도 조명이 밝혀져 있었다.
어느 곳에서 음식이 남아돌아 썩어 가고 있는 동안 다른 쪽에는 영양실조로 죽어가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내가 음식을 남기지 않고 아끼는 것은 실제로 굶주린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것일까, 가난한 사람들을 배려하는 마음이기만 할까. 건물 전체를 따뜻하고 환하게 불을 밝혀 학생들이 언제나 어느 곳에서나 맘 놓고 학업에 열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은 것일까 아니면 강의실 몇 군데만 개방해 학생들이 조금은 불편해도 난방비나 조명비를 절약하는 것이 좋은 것일까.
대학이 가진 수준 높은 인력과 풍부한 교육 시설을 활용해 연수를 제공하는 것은 지역사회에 대한 배려로 생각하며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교수님들도 연수에 동원되는 시간을 아껴 연구하는 시간을 확보하고 싶겠지만 기꺼이 열과 성을 다해 연수에 임하셨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낭비되는 에너지와 절약 정신의 모범을 보이려는 교육적 효과는 간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옥에 티가 보인다. 만약 총장이 그 건물을 돌아보다가 빈 강의실과 난방과 환한 조명을 보았다면 어떻게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