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이상한 거 아니야"

위로 안 되는 위로의 말들. 17화

by Simon de Cyrene

개인적으로 사람들의 잘못된 언어습관 중에 차마 겉으로는 말을 못 하고 속으로만 짜증 내는 게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는 '다르다'와 '틀리다'를 혼용하는 것이다. 다른 것과 틀린 것은 분명 다른 것인데 우리나라 사람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다르다'라고 해야 할 때 '틀리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또 '틀리다'라고 해야 할 때는 '다르다'라고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 사람들 중 [다름]을 [틀림]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성이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은 그러한 언어 사용의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실제로 동질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굉장히 강하다. 우리나라에서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배타적이고, 같은 사람들끼리 똘똘 뭉치는 사례들이 얼마나 많은가? 어떤 이들은 심지어 가치관이나 세계관이 아니라 성별이나 연령 등으로도 배타성을 형성하는데, 생각해 보면 그만큼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것도 없다. 어떻게 타고난 조건으로 상대와 나 사이에 동질성과 유대감을 형성한단 말인가? 그 조건 외에 나머지는 다 다를 수도 있고, 개인을 형성하는 많은 요소들 중에 성별이나 나이만큼 적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도 없을 텐데 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람들은 특정한 상황에서 자신이 보였을 반응과 다르게 반응하는 사람들은 판단하거나 그 사람을 폄하하는 모습들까지도 보인다. 자신이 힘들었을 상황에 상대가 괜찮다고 하면 거짓말하는 것이라거나,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거나 강한 척하는 것이라고, 뒤에서는 분명 질질 짜고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본인은 그 상황에 처했을 때 괜찮을 것 같은데 상대가 힘들어하고, 고통스러워하면서 어쩔 줄 몰라하고 다른 일을 잡지 못하는 것을 보면 약하거나, 게으르다거나, 핑계를 댄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대표적으로 그런 사람에 속한다.


그나마 그렇게 판단하는 사람이 소수일 때는 그렇게 판단하는 사람을 반대로 판단하면서 '저 자식이 이상한 거야'라고 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이 모두 본인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고 본인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느낌을 받을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그런 느낌을 받는 사람은 끊임없이 위축되고, 다른 사람들이 정의하고 규정하는 자신의 모습이 자신의 진짜 모습인 것으로 여겨지기 시작할 때가 있다.


그렇게 위축되고 힘들 때, 자신이 이상한 건가 싶을 때 누군가 옆에서 말해주는 '네가 이상한 거 아니야'라는 말은 엄청난 힘이 되어준다. 사실 '이상하다'는 표현만큼 폭력적인 표현이 어디 있을까 싶은데, 이는 '이상하다'는 것은 주관적인 평가와 판단을 절대시 하는 것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설사 다수의 시선이라 하더라도 누군가를 '이상하다'라고 하는 것은 그 사람이 자신과 다른 것을 포용할 수 없게 만들고, 상대를 밀어냄으로써 그 사회와 개인이 수용할 수 있는 다양성의 폭을 엄청나게 축소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이상하다'는 표현을 개인에게는 최대한 쓰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리로는 이렇게 생각하더라도 우리는 누구나 어느 정도는 특정 집단에 속하기를 원하고, 일방적으로 다르다고 분류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가 '이상하다'는 평가에 힘들어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나 어느 정도 이상 동질감을 느끼고 싶어 하는데 '이상하다'는 말은 그 사람을 밀어내는 표현이기 때문에. 또 그렇게 때문에 그런 상황에 처한, '내가 이렇게 힘들 법한 일이 아닌데 이렇게 힘든 건가?'라거나 '다른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서 이런 감정과 반응을 보이지 않나?' 싶은 사람에게 "네가 이상한 거 아니야"라는 말 한마디를 하는 것은 그 사람에게 동질감과 함께 수용받는 느낌을 줌으로써 그 사람의 마음을 위로해 준다.


건강한 자아를 가진 사람들은, 아니 정확히 말하면 특정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자아가 건강한 상태인 사람들은 주위의 어떤 말에도 스스로를 갉아먹거나 폄하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아가 항상 건강한 사람도 없고, 우리 사회와 같이 다른 사람과 경쟁하고, 판단하고, 평가하는 일이 빈번한 사회에서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건강하지 못한 자아를 갖고 살아간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그런 건강하지 못한 자아를 만드는 가장 흔한 표현은 '너 이상하다'인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그 말 한마디로 상대를 밀어낸다.


'네가 이상한 게 아니야'란 말은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수용받는 느낌을 준다. 이상한 게 아니면, 괜찮단 거니까. 멀쩡하단 거니까.


'이상하다'는 판단과 평가는 최대한 하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하지만, 특히나 힘들거나 아픈 사람에게 '이상하다'라고 하는 것은 엄청난 폭력이다. 이는 '너는 아프고 힘들 상태는 아니야'거나 '네가 뭐 그렇게 힘들어'라고 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다르기 때문에, 그리고 다른 상황에 있고 다른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별 일이 아닌 것도 다른 사람에게는 매우 큰 일일 수 있다. 내가 상처를 받지 않았을 상황도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상처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아픔과 고통은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주는 것이 맞지 않을까? 자신이 아프다는데, 자신이 감당할 수 없다는데 누가, 어떻게 감히 너는 그 정도로 아플 상태는 아니라고 판단한단 말인가? 아프고 힘든 건, 그냥 아프고 힘든 것이 아닌가? 아프고 힘든 사람에게 '너 이상해'라는 말 한마디는 그 사람의 가슴을 후벼 파는 짓이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후벼 파지 않아도 스스로를 그렇게 후벼 파는 사람들도 있다. 다른 사람들이 날 그렇게 볼 것이라면서 말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적지 않은 경우 조금은 스스로의 상황을 과대하게 크게, 과정 해서 생각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스스로가 위축되어 있다 보니 본인이 A부터 Z까지 다 부정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럴 때는 누군가가 아니라고, 네가 이상한 게 아니라고, 누구나 그런 상황에선 힘들고 너처럼 반응했을 것이라고 말해주는 건 급속도로 구렁텅이로 빨려 들어가는 사람에게 단단한 동아줄을 내려주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설사 본인이 상대를 잘 이해하지 못하겠어도, 마음속에서는 온갖 판단과 평가가 다 일어나도, 그 말 한마디를 해주는 게 맞지 않을까?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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