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미장 Oct 09. 2017

[단편소설] 로맨스협회 긴급총회

로맨스에 죽고 사는 그들의 한판 입씨름

<2017년 9월 5일. 세계로맨스협회 긴급총회. 10:00 – 12:00>


장지훈 박사는 이탈리아 로마에 위치한 최고급 호텔의 컨퍼런스룸 앞에 도착했다. 컨퍼런스룸 앞 LED 화면엔 회의명과 날짜, 시간을 알리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어찌됐든 와 버렸네. 오긴 왔어.’ 장지훈 박사는 길게 숨을 들이마시고 길게 내쉬었다.


장지훈 박사가 ‘세계로맨스협회 긴급총회’ 참석 요청 이메일을 받은 것은 2주 전이었다. 수신한 이메일에서는 예약된 항공편까지 안내하고 있었다.


장지훈 박사는 과학자인 자신에게 난생 처음 들어보는 단체에서, 게다가 로맨스협회라는 다소 장난스러운 이름을 가진 단체에서 보낸 메일이기에 무시하려 했다. 하지만 로맨스협회는 장지훈 박사의 최근 연구 성과, 유명 가전제품 제조사와 협의 중이었던 제품 상용화 내용들까지 메일에서 상세하게 언급하고 있었다. 


장박사는 아직 공식 발표도 하지 않은 연구성과가 괴상한 단체에까지 알려진 것에 놀랐고, 동시에 불쾌했다. 그는 의심을 완전히 거두지 않은 채로 로맨스협회와 메일을 주고 받았다.


세계로맨스협회는 장지훈 박사의 연구 성과와 그로 인해 탄생하게 될 제품들이 인류의 로맨스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으며, 그것을 안건으로 긴급총회를 개최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는 장지훈 박사가 꼭 참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활을 편하게 만들 기술을 개발했을 뿐인데, 인류의 로맨스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건 무슨 말인가?’ 의문이 꼬리를 물었지만 장지훈 박사는 결국 과학자 특유의 호기심을 이기지 못했다. 


그렇게 2주가 흘렀다. 장지훈 박사는 원래 있던 일정을 취소하고 이탈리아에 왔다.   




장지훈 박사가 컨퍼런스룸으로 들어섰다. 컨퍼런스룸에는 20여명의 중년 남녀가 커다란 회의용 테이블을 가운데두고 배석해 있었다. 


총회라고 하기에 딱딱한 복장을 예상했으나 참석자들은 모두 한껏 멋을 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마치 사교파티에 참석한 사람들 같았다. 배석한 인물들의 앞에는 출신 국가와 이름이 적힌 명패가 놓여 있었다.


“장지훈 박사, 어서 오십시오!” 클래식한 쓰리피스 회색 수트를 입은 은발의 신사가 장지훈 박사의 입장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이탈리아 억양이 섞인 영어로 말했다. 신사는 손을 뻗어 빈 자리를 가리키며 자리를 안내했다. 빈 자리에는 장지훈 박사의 이름이 적힌 명패가 놓여 있었다. 


그가 이어서 말했다. “나는 카를로 베루티 입니다. 이탈리아 로맨스협회 회장이자 세계로맨스협회 회장직도 같이 맡고 있습니다. 이탈리아까지 먼 길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카를로가 자신을 소개했다.


그리고 또 말을 이었다. “그리고 여기 앉아 계신 분들은 각국의 로맨스협회 회장들입니다. 이번 긴급 총회를 위해 20개국의 대표들이 참석했습니다.” 자리에 앉은 각국의 대표들이 장지훈 박사에게 눈인사와 미소를 보냈다.


“한국에서 온 장지훈 공학박사입니다. 저는 단지 과학자일 뿐인데 로맨스협회 회의에 참석하게 되다니 얼떨떨 합니다.” 장지훈 박사가 참석자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하하하. 저희는 장지훈 박사님이 오시지 않는다고 하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장박사님이 빠지면 아무 의미도 없는 회의가 됐을테니까요.” 카를로가 젠틀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가 말을 이었다.


“먼저 저희 세계로맨스협회 소개를 하겠습니다. 쉽게 설명을 드리자면 지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사랑하고 연애하며 설렘과 뜨거운 감정을 가지고 살 수 있도록 약 600년전부터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또 로맨스를 더욱 풍성하게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전세계 190여개국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각국 지사는 해당 국가 회장을 중심으로 운영합니다. 각국에서는 회원들도 함께 정보수집 활동을 돕고 있고, 활동은 철저히 비밀로 하고 있습니다. 이번 장박사님의 연구성과에 대한 정보도 한국 회원의 정보보고를 통해서 알게 됐습니다.”


장지훈 박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카를로의 설명을 들었다. 


카를로가 덧붙였다. “유명했던 회원으로는 셰익스피어를 들 수 있겠군요. 그는 로맨스의 발전을 위해 로미오와 줄리엣을 작품으로 남기기도 했습니다. 아참, 장박사님의 나라에서도 활약한 회원이 있습니다. 조선시대에 춘향전을 쓰신 분인데 익명으로 활동해서 정확한 이름은 저희도 모릅니다. 조선의 화가 신윤복도 탁월한 회원이었습니다. 그는 유교사회의 억압된 연애 분위기가 안타까워 ‘월하정인’을 그리기도 했습니다.”


“로맨스협회라니 저는 처음 들어봤습니다. 장난인 줄 알았어요. 아직도 정확히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장지훈 박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비밀단체인데 모르실 수 밖에 없지요. 그나저나 장지훈 박사님은 사람들에게 사랑과 연애와 설렘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카를로가 말했다.


“물론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그 감정이 없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죠.” 장지훈 박사가 대답했다.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이 그런 기술을 개발하고, 기업과 함께 시장에 내놓을 제품까지 만들려고 했다니 이해가 되지 않는군요.” 카를로 회장이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저는 단지 사람들의 생활을 편하게 만들어 주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것이 무슨 큰일이라도 나게 했습니까?” 장지훈 박사는 황당했다.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계시군요. 오늘 이 자리는 사실 장지훈 박사님의 연구성과 영구 폐기를 요청드리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카를로가 말했다.


“폐기? 지금 폐기라고 하셨습니까? 하하하. 말도 안되는 소리 마십시오. 여러분은 그럴 권리가 없습니다.” 장박사는 격앙되어 얼굴이 달아올랐다.


“네, 물론 저희에게 그럴 권리는 없습니다. 그래서 설득하고 싶습니다.” 카를로는 장박사의 반응을 이미 예상이라도 했던 것처럼 격앙된 반응에도 동요 없이 단호했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카를로가 말을 마치자 영국 로맨스협회 회장 제니퍼가 손을 들었다. 카를로는 제니퍼에게 발언권을 줬다.


“장지훈 박사님은 비오는 날 우산을 대체해서 사용할 수 있는 기술과 제품을 개발했다고 들었습니다. 이것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제니퍼가 말했다.


“우리 인류는 비가 오는 날에는 큰 불편을 겪습니다. 한손으로는 우산을 들거나 우비를 입어야 하니 행동에 제약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제가 개발한 것은 이것입니다.” 장박사는 가방에서 맥주 병뚜껑만한 물건을 꺼내 책상위에 올리며 말했다.


장박사는 말을 이었다. “이것입니다. 이것을 어깨에 부착하고 전원을 켜면 상단의 작은 노즐을 통해 신체주변으로 공기가 강하게 뿜어져 나옵니다. 떨어지는 빗방울을 막을 수 있을 만큼의 강한 공기는 차단막 효과를 내게 됩니다. 따라서 이것만 있으면 비오는 날 양손이 자유롭고, 우산이 가리지 못한 부분이 비에 맞아 옷이 젖을 일도 줄어듭니다.” 장지훈 박사는 자신의 양 어깨에 제품을 붙이면서 설명했다.


“흠…이번에도 크게 다르진 않군요.” 제니퍼가 메모를 하며 말했다.


“장지훈 박사, 인류가 언제부터 우산을 썼는지 아십니까?” 프랑스 로맨스협회 회장 마리옹이 물었다.


“꽤 오래되지 않았나요?” 장지훈 박사가 질문에 질문으로 답했다.


“기원전 1200년경 이집트의 귀족들이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일반 사람들이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중반 이후 였습니다.” 마리옹이 말했다.


“그렇군요.” 장지훈 박사가 건조하게 대답했다.


“인류 최초의 달 착륙이 언제였는지 아십니까?” 마리옹이 물었다.


“1969년 입니다.” 장지훈 박사가 이런 걸 왜 묻냐는 투로 대답했다.


“네, 맞아요. 그리고 그 이후로 거의 반세기 정도가 또 흘렀죠.” 마리옹이 말했다.


“네, 그러네요.” 장박사의 대답에 약간의 짜증이 섞였다.


“그러면 우리 한번 생각해보죠. 지금 사용하는 우산과 거의 같은 형태의 우산이 이미 기원전에도 사용되었고, 약 50년 전에 달로 사람을 보낼 만큼 과학기술이 발달했습니다. 이제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주머니에 스마트폰을 하나씩 들고 다니면서 전 세계 누구와도 언제든 얼굴을 보며 통화를 할 수 있습니다. 긴 시간이 흐르면서 다른 부분은 모두 발전을 거듭했는데 우산만 여전히 우산입니다. 왜 일까요?”


“왜죠?”


“우리 세계로맨스협회가 필사적으로 막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산업혁명 이후에는 우산 대체품의 발명이 끊이질 않았죠. 우리는 모두 제지했습니다.” 마리옹이 온화하지만 단호한 태도로 말했다.


“대체 당신들은 왜 과학의 발전을 가로막는 겁니까?” 장박사는 답답한 듯 양손으로 얼굴을 문지르며 물었다.


“우리는 과학의 발전을 막지 않았습니다. 글로벌 로맨스를 위해 대항해시대에도 항해술의 발달을 위해 힘썼던 우리입니다. 비행기의 발명도 적극 지원했죠. 멀리있는 연인을 보러가기 쉽도록 자동차의 발명을 지원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지요. 밤새 사랑을 속삭일 수 있도록 전화의 발명에도 힘썼고, 최근에는 얼굴을 보며 통화할 수 있는 스마트폰까지. 우리가 과연 과학의 발전을 막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오히려 과학을 발전시킨 장본인들입니다.” 미국 로맨스협회 회장 피터가 장박사의 질문에 길게 대답했다.


“장박사님의 발명은 문화 예술의 퇴보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우산이 없었다면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에서 빗속에 노래하며 춤추는 그 장면이 완벽해질 수 있었을까요? <킹스맨>에서 콜린 퍼스가 무기로 사용하는 우산은 뭘로 대체해야 할까요? 리한나(Rihanna)의 <엄브렐라> 같은 노래는 나올 수 있었을까요? 한국의 영화, 드라마, 음악도 마찬가지입니다. <늑대의 유혹>에서 강동원이 우산속으로 들어오는 명장면이나, <응답하라 1988>에서 류준열이 혜리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장면을 생각해보세요. 김건모의<빨간우산>, 샤이니의 <투명우산>, 윤하의 <우산>같은 음악. 이런 좋은 작품들이 더 이상 탄생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전 인류에게 엄청난 손해입니다.” 캐나다 로맨스협회 회장 앤소니가 말했다.


“그…그건 억지 아닙니까?” 장박사가 억울한 말투로 말했다.


“장박사님은 제가 언급한 작품들을 싫어하십니까?” 앤소니가 말했다.


“좋아하지만…그건…아…” 장박사는 말을 잇지 못했다. 앤소니는 어깨를 으쓱 해보였다.


“우산은 자연스럽게 로맨스를 싹틔우기에도 좋죠.” 일본 로맨스협회 회장 마츠모토가 말했다. 그가 말을 이었다.


“우산은 연애를 시작하는 매개물로 아주 적절합니다. ‘우산 같이 쓸래? 우산 빌려줄까? 우산 빌려줄 수 있어?’는 물론이고, 우산을 돌려주기 위해 다시 만난다든지, 상대방의 차에 우산을 두고 내림으로서 다시 만날 기회를 만든다든지, 연애초보들에게는 이보다 더 자연스럽게 기회를 만들기란 쉽지 않습니다.” 마츠모토는 손을 깍지 끼고 턱을 괸 채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네네…저도 압니다…아는데…” 장박사는 끊임없이 쏟아지는 각국 로맨스협회 회장들의 말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장지훈 박사님, 지금 아내분을 어떻게 처음 만났는지 생각해보세요.” 스페인 로맨스협회 회장 에바가 말했다.


“아…” 장박사가 신음하듯 소리냈다.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에바가 말했다.


“저는 제 아내와 대학교 재학중에 만났습니다. 어느 날 강의가 끝나고 건물을 나서려는데 비가 세차게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제 아내는 건물 현관에서 시계를 몇 번씩 보며 초조해하고 있었죠. 정말 예쁜 사람이었습니다. 그때 저도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모르겠어요. 자석에 끌려가듯 다가가서 물었죠. 어디까지 가세요? 제가 우산 씌워드릴까요? 이렇게 말입니다. 우리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장박사가 과거를 회상하며 말했다. 


“장박사님 본인은 우산을 통해서 아름다운 여성과 낭만적인 연애와 결혼까지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서는 그 기회조차 박탈해버리려고 하다니 잔인하시군요.” 에바가 말했다.


“아니…저…그건 아니고…” 장박사는 대답을 찾지 못했다.


“저희 세계로맨스협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매년 전세계에서 약 1만커플이 우산을 같이 쓰면서 연애의 감정이 싹튼다고 합니다. 장박사님의 발명품이 상용화가 되고, 결국 우산을 대체하게 된다면, 장박사님의 약 1만건의 로맨스를 빼앗는 것입니다. 그들의 인생에서 두근거리고 설레는 추억의 한페이지가 될 만한 순간들이 탄생조차 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지요.” 에바가 말을 마쳤다.


뒤를 이어 스위스 로맨스협회 회장 다니엘이 입을 열었다. “장박사님, 박사님도 인생이 고통이라는 것을 알고 계시잖습니까. 우리 인간이 길게 이어지는 고통속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건 잠깐씩 찾아오는 행복과 낭만 때문입니다. 과거의 행복한 기억은 미소지으며 추억하고, 앞으로 생길 행복에 기대를 겁니다. 그 중에 로맨스도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장박사님, 제발, 우리의 인생에서 로맨스를 더 이상 빼앗지 말아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합니다.” 다니엘이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생각할 시간을 주십시오.” 장박사는 고개를 들어 천장을 한참동안 바라봤다.


컨퍼런스룸에 있는 모두가 그가 천천히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차분하게 기다렸다.


장지훈 박사가 일어났다. 가방을 챙겨 출입문 쪽으로 걸어갔다.


“장지훈 박사! 결론을 내셨습니까?” 세계로맨스협회 회장 카를로가 그의 뒷모습에 물었다.


장지훈 박사는 걸음을 멈추고 몇 초간 서있는다. 장박사가 뒤로 돌아 각국 회장들을 한 명씩 바라봤다.


“우산 대체품 발명은 없던 일로 하겠습니다. 모두 폐기하겠습니다.” 장박사는 카를로의 눈을 보며 말했다. 


“장지훈 박사…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텐데 감사합니다.” 카를로가 말했다.


“카를로 회장님, 대신 나와 약속 하나만 해주십시오.” 장박사가 말했다.


“세계로맨스협회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도와드리겠습니다.” 카를로가 말했다.


“전세계 사람들에게 로맨틱한 순간들을 많이 만들어주십시오. 사람들의 마음속에 행복한 기억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장박사가 말했다.


카를로도 장지훈 박사의 눈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띠리링-띠리리링-


‘에이 참, 멋있게 가려고 하는데 모양 빠지게 전화가 오네.’ 장지훈은 휴대폰을 봤다.


‘알람이네.’

‘호텔에서 숙박을 했던가.’

‘집이네.’

‘장지훈 박사는…?’

‘아 나 회사원이지.’

‘꿈이군.’

‘아이고 또 출근해야되네.’


장지훈은 라디오를 켰다. 아침방송의 디제이는 항상 활기차다. 음악이 나온다. 언제나 밝은 목소리의 리포터가 날씨를 알려준다. 오늘은 비가 온단다. 집을 나서기 전 그는 우산을 챙긴다.


을지로입구역에서 내리니 비가 쏟아지고 있다. 출구에 우산을 못 가져온 사람들이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다. 장지훈은 우산을 챙겨온 자신이 대견했다.


우산을 펼치려는데 그녀를 발견했다. 몇 달전부터 가끔씩 출근시간 지하철에서 봤던 그녀다. 맑고 귀여운 인상이 마음에 들어 자꾸 눈길이 가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던. 항상 스마트폰이 아닌 책을 보고 있어서 더 마음에 들었던.


그녀는 우산이 없어 입고 있던 가디건을 벗어 머리에 쓰고 빗속으로 발을 내딛으려 했다.


그때 그녀의 머리위로 우산이 씌워졌다.


“어디까지 가세요? 우산 같이 쓰실래요?” 


장지훈이 그녀 옆에서 우산을 들고 말했다.










※커버 이미지는 프라하입니다. 로마엔 아직 가보지 못했습니다.

이전 13화 [단편소설] 정관수술 하는 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