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가난한 너를 위하여 [2부 4월 4일]

by 성냥팔이 소년


술, 못 마십니다. 커피도 즐기지 않습니다. 흡연, TV 시청, 게임, 관광, 쇼핑… 모두 저와는 거리가 멉니다. 작업을 할 때가 아니면 컴퓨터를 켜는 일도 없습니다. 휴대전화도 주인을 닮아 온종일 조용합니다.


낮에는 아이들을 가르칩니다. 수업이 끝나면 도서관에 들러 책을 빌립니다. 집으로 향하는 길, 일기를 쓰듯 풍경 사진을 찍습니다. 이따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봅니다. 구름과 잠시 대화를 나눕니다. 길가에 늘어선 나무들에게도 안부를 묻습니다.


밤이 되면 다락방에 누워 책을 읽습니다. 가사 없는 노래를 흥얼거리다, 문득 떠오르는 단상들을 노트 위에 끄적입니다.


이것이 일과의 전부입니다. 시시하지요? 그래요. 이토록 저는 재미없는 사람이고, 무엇 하나 당신과 공유할 것이 없지만. 우리, 한 가지는 꼭 같습니다.


인간.


인간이라는 불완전한 존재로서, 질병처럼 인생을 앓고 있는 환우로서, 그대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나 외로울지, 얼마나 불안할지…


전쟁터와 다름없던 지난 세월 동안. 마음 편할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가르쳐 주더군요. 인생이란 주어진 목숨 위를 유유자적 걷는 것이 아니라,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연명의 삶이라고. 신기루 같은 행복을 체념하듯 포기한 순간, 우습게도 평안이 찾아왔습니다.


가진 것이라고는 나이밖에 없는 자신을 돌아보며, 벌써부터 미래를 후회하고 있을 그대여. 아닙니다. 당신은 실패한 것이 아닙니다. 늦지 않았습니다. 걱정 말고 다시 시작하세요. 生은 그 자체로 기회랍니다.




오래전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해 썼던 글. 누군가를 위로하려 했는지조차 희미해진 옛적의 글. 그 시절 나는, 저 글을 쓰던 나는, 지금의 나를 기대하지 않았다. 희망을 믿지 않았다. 허울뿐인 글이었던 것이다. 부끄럽게도.


하지만 지금의 나는, 죽음에서 살아 돌아온 나는 말할 수 있다. 희망에 대하여. 가냘픈 희망이라도 끝까지 놓지 않는다면, 바람은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이제는 진심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틈, 그 실낱같은 틈 사이로 들어오는 빛. 덕분에 나는 살아진다. 마침내 나는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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