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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백일의 썸머 Jul 27. 2020

두번째 퇴사는 좀 더 쉬웠다

그리고 다르게 살아보기




다시 회사원


퇴직을 결정한 후, '나'라는 사람에 대해 좀 더 알아보겠다고, 적지 않은 나이에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고자 떠났던 세상에서 보낸 1년의 시간도 어느덧 어렴풋해지는 과거가 되어가고 있다. 후회하지 않을 만큼 책상의 망부석이 되어 공부도 했고,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잊지 못할 추억도 만들었고, 스스로가 만든 나이에 대한 편견도 어느 정도 해결함으로써 연약했던 자존감도 굳건히 할 수 있는 시간이였다. 


하지만 그 시간들이 내 인생에서 어떤 의미가 되었는지는, 그리고 앞으로 어떤 의미로 작용할지는 시간이 조금 더 흐른 후에 되묻고 싶다. 꼭 인생의 교훈을 얻고자 결정한 퇴사 그리고 어학연수는 아니였으니, 용감하게 하고 싶은 일을 시도해 본 자체로써 지금은 스스로의 등을 토닥거려주고 싶다. 


막상 어학연수가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다시 회사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고, 적은 수입일지라도 스스로 만든 창구를 통해서 돈을 벌어보고 싶은 마음이 컸었다. 그래서 사업자등록증을 만들고, 조그마한 규모의 온라인샵을 운영하면서 직접 만든 제품들을 판매했지만, 의욕만 너무 앞섰던 탓인지 많은 부분에서 한계에 부딪히고 부족함을 느꼈다. 

다시 회사를 다녀보면 어떨까?


턱없이 부족했던 새로운 시작의 준비는 시간이 흐를수록 의욕저하로 이어졌고, 모아두었던 돈을 고려하면 빨리 안정된 수입을 찾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던 차에, 원래 알고 지냈던 분에게 함께 일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의가 들어와 크게 고민하지 않고 다시 회사원이 되는 길을 택했다. 어학연수를 다녀와서 6개월만의 일이였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원하는 삶에서 멀어지는 것 같아서 두려웠고, 결국은 혼자 힘으로 스스로 살아가는 능력같은 건 애초에 없었던 사람같이 느껴져 스스로에게 실망했다. 그래도 회사생활을 하지않고 스스로 살아보겠다는 의지는 꺽이지 않아서 다행이고 또 다음의 기회를 만들면 되지않겠느냐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궁극적으로 회사가 아닌 나만의 일을 하는 결심과 의지는 굽히지 않기로 했다. 스스로의 부족했던 점을 인정하고 다시 회사원이 됨으로써 한 차례 쉬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도 컸다. 그리고 부족했던 자금도 어느 정도 충당이 될 것이고, 나만의 일을 하는데에 있어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 공부하면서 다시 한번 내 역량을 회사에 사용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새롭게 시작하는 회사생활이 2년을 넘기지 않도록 스스로에게 다짐하면서, 다시 회사원이 되었다.


출근과 퇴근이 있는 삶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2번째 퇴사


다시 회사원이 되기 2년전에 몸과 마음이 지쳐 지옥같이 느껴졌던 회사생활을 마무리해야만 했던 경험이 있었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퇴사를 감행하고 다시 회사원이 되기까지의 시간동안 난 좀 더 단단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렇다고 회사생활을 다시 시작하겠다고 선택한 스스로에게 느낀 실망감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첫 출근하는 날에는 안정된 월급이 주는 달콤함에 살짝 기분이 들뜨기도 했다. 비록 회사에서 받은 돈 이상으로, 또 다시 열정과 시간이 소모될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10년 넘게 다닌 회사와는 전혀 다른 회사문화를 가진 곳이겠지만, 예전 회사에서 엄청난 업무량을 소화했었던 경험도 있고 낯선 사람들과의 관계를 그렇게 두렵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어렵지않게 새로운 회사에 적응할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전혀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회사생활의 어려움이 발생했다. 그건 바로 함께 일해보지 않겠냐며 입사를 제안했던 부장님과의 마찰이였다. 


회사의 조직문화는 예전 회사보다도 훨씬 많이 경직되어 있었고, 부장님은 팀장들의 출퇴근 시간에 예민했으며, 나의 업무와 관련한 사소한 행동들조차 그녀의 잔소리로 되돌아왔다. 그래서 모든 행동에 눈치를 봐야했고, 심지어 부장님의 기분까지 살펴야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다시금 사회생활의 역량을 펼칠 기회로 생각했었던 두번째 회사생활은, 회사조직 문화에 적응하기 위한 방법으로 눈닫고 입막는 사람이 되어야만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냥 나는 회사생활 부적응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더군다나 그때 느낀 감정은 사회 부적응자가 되었다는 패배감을 넘어서, 굳건하게 쌓아올렸다고 생각했던 자존감 마저 영향받기 시작했다. 아무리 돈을 벌기 위한 회사생활이지만, 자존감에 영향을 받을만큼 인내하고 견디는 것은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분류했다.


회사생활은 나의 시간, 노동력을 돈과 맞교환하고자 한 것이지, 부당함을 인내하기 위함은 아니였다. 


회사생활 부적응의 탓이 나에게 있었는지, 아니면 정말 이상한 회사조직 문화에 있었는지 곰곰히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12년의 회사생활에서 맷집도 어느정도 단단하게 키워졌다고 생각하여, 왠만한 일은 그냥 지나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스스로가 세운 기준이 무너지고 인내의 마지노선을 넘어 자꾸만 침범되는 것이 느껴진다면 여기서 멈추는 것이 맞다라는 판단을 했다. 안정된 월급의 달콤함때문에, 끌려가는 사람은 되고 싶지 않았다. 아니, 누군가에게 끌려가는 인생을 만들 빌미와 기회는 애초에 만들지 않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하지만 그에 앞서 회사생활을 너무 오래 쉬어서 발생한 문제일까? 보통 한국회사의 조직문화는 이런 것 아니였나? 라며 여러가지 질문을 했다. 첫번째 퇴사를 하고, 어학연수를 다녀오는 동안, 조직문화와는 동떨어진 사람이 된 걸까?


마지막으로 스스로에게 질문을 했다.

지금 여기서 회사를 관두게 되면, 나중에 이 선택에 대해 후회를 하게 될까?


순간의 감정으로 회사를 그만두는 결정을 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했던 질문이였다. 


결국 돈보다는 나의 자존을 지키는 것으로,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정했다. 회사에 입사한지 불과 4개월만의 일이다. 첫번째와 두번째 회사를 그만두는 이유는 서로 달랐으나, 첫번째 회사를 그만두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많은 시간동안 고민해야했다. 하지만 두번째 회사를 그만둘때는 오래 고민하지 않고, 보다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 


두번째는 좀 더 쉬웠다. 


한번 퇴사를 해 본 경험이 있기도 했고, 세상을 살아가는데 지키고 싶은 스스로의 규칙도 뚜렷해졌기 때문에 두번째 결정은 좀 더 쉽게 느껴졌다. 그리고 두번째 퇴사를 결정한 스스로가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돈의 달콤함앞에서도 지키고 싶은 가치를 더 우선순위에 두고 스스로가 한 결정이였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어떤 선택앞에 놓이더라도,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 마음먹었다. 곪아진 마음을 아물게 하기 위함으로, 결국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퇴사를 감행하고 어학연수도 다녀오는 긴 여정을 거쳤는데, 또 다시 상처가 될 명백한 현실을 끊어내기로 했다. 두번째 퇴사를 함으로써 말이다.


그리고 난 다르게 살아보기로 했다.




[매거진의 다른 글]

1화. 어느새 서른후반, 전환점이 필요했다

2화. 늦은 시작이란 있는 것인가?

3화. 12년 회사생활, 나는 과장이였다

4화. 퇴사를 위한 단 한가지의 마음가짐

5화. 퇴사 후, 새로운 언어를 배웁니다

6화. 이웃나라에서 늦깍이 학생이 되다

7화. 인생의 고민은 나만 짊어진건 아니였다

8화. 퇴사 후 떠났던 어학연수에서 마주한 또다른 무게

9화. 퇴사를 했기에 얻을 수 있었던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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