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1.11
결론적으로, 만족스러웠다.
청첩장(알림장)을 건네며 결혼 소식을 전하면서 아쉬워하는 지인들의 말에 멘털이 조금씩 흔들렸었고,
해보지 않았던 행사고 직접 예식 하는 걸 보지 않았기에 퀄리티는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
메이크업, 헤어도 간소하게
드레스도 최대한 혼자 움직이기 편한 가벼움에
머리도 중단발이어서 딱 묶기만 했다.
신랑, 신부 입장 전에
어머니들 뒤에 서서 어머니들의 샌드 세리머니도 지켜봤다.
갑자기 너무 긴장하는 신랑에게
떨지 마시라~ 다독이기도 했다.
신랑 여동생이 사회를 맡아주었는데 너무 조용하고 우아하게
신랑, 신부 입장~
정말 하나도! 안 떨렸다. 되레 신났다.
가족들밖에 없으니깐 예쁘고 조신할 필요도 없으니까
혼인서약서를 한 줄씩 읽었다.
이런 마음으로 평생 살아야지~ 다짐도 하고
성혼 성혼 문은 둘을 소개 해준 분에게 부탁했다.
읽어주시는 분도 우리에게도 의미가 있었다.
신랑의 아버지와 신부의 어머니가 축사를 읽어주셨다.
신랑, 신부보다 더 떨면서 읽어주시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나의 작은언니가 축가를 불렀다. 식순을 미리 알려 주지 않아 당황하면서도 씩씩하게 불러 줬다가 결국 끝엔 눈물도 훔치며 들어갔다.
다음은 신랑이 축가를 불렀다. 며칠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부르는 연습도 하고, 같이 불렀던 거라 나도 좀 긴장되었지만... 후렴 부분이 오니... 아.. 망했다..
나는 최대한 웃음을 참아보려고 했지만... 너무 허리가 접힐 정도로 웃어서 신랑이 노래 중간에 '네가 불러라고 했잖아ㅠㅠ'하며 억울해하는 표정을 보고 웃음을 참기 위해 내내 노력했다.
그에겐 영원한 고통으로 따라갈 텐데.. 미안해 여보야..
두 곡의 축가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사회자는
세 번째 축가를 소개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축가였고, 감을 잡지 못한 채 휘둥그레져 있는데
반가운 얼굴 하나가 쑥 나타나 "둘이 행복해야 해!"라며 고운 노래를 불러 준다.
가족 예식이라 참석하지 못하는 걸 내내 아쉬워하던
내 결혼이 자기의 소원이라며 진심 축하해줬던 친한 언니가 등장했다.
미안했던 마음도 풀리고, 얼굴을 보니 반가워 눈물이 퐁퐁 솟았다.
이후에 들어보니, 지인들은 내가 절대 울지 않을 거라고 서로 예상했다고 한다.(나의 이미지가 그렇구나...ㅎ)
나를 울리는 미션이었는지 성공했다고 너무 즐거워들 했다.
양가 부모님들에게 인사~
가족, 하객들에게 인사~
다 같이 사진 찍으며 웃고 얘기하고
11월 오후 4시는 아직 따뜻했고, 구름이 해를 가리고 있어 여유 있는 날씨까지 완벽했다.
이런 좋은 날에 좋은 추억이 남을 수 있음에
감사했다.